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제철 등기임원에서 물러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오는 3월14일 주주총회를 열고 임기가 종료되는 정몽구 회장 후임으로 강학서현대제철 부사장을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황인상 기자 his@

▲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

정몽구 회장은 앞으로 자동차 부문에 주력할 전망이다. 현대제철 측은 “정몽구 회장이 제3고로 완성,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 합병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마무리함에 따라 앞으로 자동차 쪽에 전념하겠다는 뜻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확실한 AS 및 부품조달로 ‘품질경영’ 실현
2000년 현대정공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부품사업을 통합하면서 사명을 ‘현대모비스’로 바꾸고 새 출발을 시작했다. 완성차 제조와 공작기계 사업은 현대차에 넘기고, 철도차량 사업은 현대로템으로 이관시켰다. 중장비와 환경 및 항공 사업도 정리했다. 2조를 훌쩍 넘겼던 자산규모는 단 1800억원으로 확 줄었다. 몸집은 줄었지만 현대·기아차의 사후서비스(AS) 부품을 전담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2000년은 현대·기아차가 세계시장에서 판매량을 늘려나가던 시기였다. 따라서 AS와 그에 필요한 부품을 적기에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의 중요성도 그 어느 때보다 큰 시기였다. 정 회장이 이해 선언한 ‘품질경영’도 확실한 AS 및 부품조달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비전이었다. 차가 많이 팔린다 해도 AS가 잘못될 경우 현대·기아차는 세계 시장에서 날개를 펼치기도 전에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모비스가 뒤에서 받쳐준 덕분에 세계시장에서 혹평을 받았던 현대·기아차가 이때부터 점차 개선되기 시작했다. 정몽구 회장은 평소 “자동차도 결국 부품의 조합이다. 최고 수준의 자동차는 일류 부품에서 출발한다”는 말을 자주한다. 기본이 충실해야 결과도 좋은 만큼 부품에서 성공해야 차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지론 때문이다. 정 회장이 부품 모듈(module)화에 각별한 신경을 쓴 것을 이 대목에서도 알 수 있다. 모듈은 자동차 부품을 쓰임새에 따라 한 묶음으로 만든 부품 덩어리다. 모듈화란 이 같은 부품덩어리들이 완성차 생산라인에서 일관 생산이 가능토록 한 방식을 뜻한다. 정 회장은 1999년부터 모듈의 중요성을 인식해, 현대모비스의 모듈화를 추진했다. 현대모비스가 모듈 생산에 도입한 방식은고품질의 다양한 제품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직서열 방식.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발전한 현대모비스의 모듈이 크라이슬러 공장 등에 공급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다만 현대모비스가 여전히 현대·기아차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현대모비스의 현대·기아차 의존도는 매출의 약 95% 정도로 알려져 있다. 정 회장 역시 이 같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현대모비스 경영진에게 핵심 부품의 기술력 강화와 해외 신흥 시장 등의 영업력 제고를 주문하고 있지만 “진척은 더디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회장은 해마다 신년사를 통해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통한 자동차산업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잘되려면 부품을 공급하는 2만~3만여개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들 역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최근에는 ‘협력사 채용박람회’ 등을 개최해 인재 채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현대·기아차는 환율 급변과 내수 침체로 경제 여건이 불투명해지자 1차 협력사에만 제공됐던 동반성장펀드와 상생금형설비펀드를 2차 협력사들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이외에도 현대·기아차는 또 전 세계 주요 지역에 글로벌 생산기지를 구축하면서 1·2차 협력사들의 해외 동반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2000년 40여개에 불과했던 해외 동반진출 협력사 수는 현재 600여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4공장 위치 중국 충칭으로 최종 확정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올해 첫 해외출장지로 중국 충칭을 택했다. 중국 4공장 증설 지역으로 현재 충칭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번 방문은 사실상 4공장 위치가 충칭으로 최종 확정됐음을 의미한다. 정 회장의 중국 출장 일정엔 올해 완공 예정인 중국 쓰촨 상용차 합작공장 방문도 포함됐다.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2월 26일 전세기편으로 중국 출장길에 올랐다. 정 회장은 중국에 머무는 동안 제 4공장 부지로 유력시되는 충칭을 둘러본 후 인근 상용차 합작공장 프로젝트도 직접 챙길 예정이다. 앞서 현대차는 확대되는 중국 내 수요 등을 감안, 공장 증설을 수년째 검토해 왔다. 설립 시기와 위치 등의 결정만 남겨둔 4공장 프로젝트를 위해 현대차는 이후 중국 정부 및 충칭시와 접촉하는 등 물밑 작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왔다. 현대차가 예상하는 중국 4공장 생산 규모는 연산 30만대 수준이다. 최근 생산량을 늘린 3공장과 기존 1~2공장 생산 규모에 4공장 생산량을 포함할 경우 현대차의 중국 내 연간 생산규모는 135만대로 늘어나게 된다. 정 회장이 올해 첫 해외 출장지로 중국을 택한 점은 현대차가 느끼는 중국 시장 중요도를 가늠할 수 있는 방증이다. 일반적으로 재계 총수들은 가장 관심이 큰 지역을 연초 첫 해외 출장지로 선택한다. 특히 충칭은 현대차의 중국 서부 내륙지역 진출 확대를 위한 교두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