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문명이 발달하고 각종 첨단 인쇄기가 등장하며 종이 매체가 가진 기록물로서의 의미는 다소 희미해졌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오랜 시간에 걸쳐 글자 하나하나를 새겨 넣는 목판각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느림의 미학을 전달하는 전통예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윤담 기자 hyd@

칼과 끌로 글과 그림을 새기는 서각은 흔히 ‘종합예술’로 불린다. 칼로 나무를 빚어내는 과정은 마치 수도자의 수련에 비견할 수 있을 만큼 숭고하면서도 경건한 것이기에 작가로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도 더 없이 소중한 예술이다.

‘제20회 통일미술대전’ 대통령상 수상

▲ 작가 최종윤

서각 작가 원정 최종윤의 행보가 화제다. 작가 최종윤은 지난해 통일부가 주최한 제20회 통일미술대전에서 영예의 대상(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제20회 통일미술대전은 10월 29일부터 4일간 출품을 받아 1차와 2차의 심사를 거쳐 선정됐다.

이 대회의 출품작품은 평화통일과 국민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하며 공모부문은 공예, 디자인, 문인화, 민화, 불화, 뷰티, 사진, 서각, 서양화, 선묵화, 사경, 성화, 수채화, 전각, 캘리그라피, 한국화, 한글서예, 한문서예, 현대서예, POP 등 예술전분야에 해당된다. 통일미술대전에서 ‘나태주시 풀꽃’이라는 명제로 대상을 수상한 최종윤 작가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한민국 서예대전등에서 수차례의 입상경력과, 제물포서예문인화대전 대상, 영남서예대전, 대한민국서각대전, 대한민국각자대전 등의 큼직한 공모전에 초대작가 경력을 가지고 있다.

작가 최종윤은 “작가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을 받은 것에 대해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20여 년간 서각을 해오면서 바라던 목표를 이루었지만 이제 그 영광을 안고 평상심을 유지하며 계속 정진해 나아갈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어린 시절 서예를 배우며 자연스럽게 서각을 접한 작가는 취미로 조금씩 서각을 하다 10여 년 전부터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다. 서각은 서예와 달리 입체적인 표현이 가능하고 판형에 다양한 색채를 입힐 수 있어 현대감각에 맞출 수 있다. 또한 자신만의 다양한 문양과 글자, 그림을 넣을 수 있어 매력적인 예술이다. 뿐만 아니라 나무의 재질에서 오는 느낌이 우리의 동양적인 정서와 맞아 정감이 있으며 오래 보아도 싫증나지 않고 오히려 은은한 향기를 발산한다.

특히 나무의 선택에서부터 나무 다듬기, 새김, 채색 등 일련의 작업은 그 과정 모두가 매우 섬세하고 오묘하기에 ‘종합예술’이라 일컬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서각 작업을 하는 이에게는 예술적인 감각이 필요하고 ‘장인’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과 창작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과 인내가 필요하다. 이러한 서각의 매력에 푹 빠진 작가 최종윤은 밤낮없이 서각작업에 매달렸다. 이러한 그의 열정과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국내 최고의 서각 작가로 인정받으면서 작가 최종윤은 대한민국미술대전,대한민국서각대전 , 인천서각대전, 대한민국각자대전 , 제물포서예문인화대전, 경북서예문인화대전, 대한민국서예문인화대전, 아카데미미술대전 등 각종공모전에 운영,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서각에 대한 열정으로 밤새 작업하기도
전통에 대한 창작 작업은 대개 배가 고프기 마련이다. 작업에만 열중하면 생계를 지탱하기 힘들어 작업에만 매달리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작가 최종윤도 경북영천시 완산동에서 동물약품((주)한일약품)을 취급하는 사업체를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사)한국미술협회전통공예분과서각부과위원장, (사)대한민국서각협회감사, (사)한국각자협회이사, 그리고 대구교육대학,가톨릭대학 출강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도 서각 작업은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는 그다. 작가는 “낮에 업무나 사람으로 만들어지는 스트레스를 밤에 제가 좋아하는 작업을 하면서 풀고 있다”면서 “좋아해서 하는 일이라 100% 몰입하다 보니 잡념도 잊게 되고 보람도 느낀다. 여기까지만 하다가 밤을 샌 적도 많다”고 웃으며 말했다.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작품 활동으로 후배 양성에 힘을 쏟겠다는 작가 최종윤. 많은 사람들이 서각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열정을 가진 후배를 양성해 서각의 발전과 대중화를 선도해 나갈 그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NM

▲ 통일부가 주최한 제20회 통일미술대전에서 영예의 대상(대통령상)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