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 직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를 축소·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허위로 드러난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누구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결과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장정미 기자 haiyap@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2월6일 공직선거법ㆍ경찰공무원법 위반, 형법상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 “검사 제출 증거만으로는 혐의 입증 되지 않아”
재판부는 김용판 전 청장이 지시한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그 시기와 내용에서 최선의 것이었는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며 “당시에 확인된 내용을 단정하기 어려웠던 상황을 고려해 수사 확대 여지를 밝히는 등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도 있었다”고만 지적했을 뿐 이 사건의 형사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이 밤 9시에 전화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다”는 김기용 전 경찰청장의 법정 증언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TV토론에서 국정원 의혹을 지적한 직후 이뤄진 발표 시점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작성글 중 일부 의심 점을 발견하고도 수사결과 발표에서 배제한 점 ▲김씨의 아이디·닉네임 40개를 발견했으나 보도자료에는 ‘여러 개’라고만 표시한 점 ▲발표 전 경찰 상부가 국정원, 새누리당 관계자들과 수차례 통화하거나 만난 점 등 관련 증거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설명을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신 김 전 청장이 축소·은폐를 지시했는지에 대한 경찰 내부의 진술을 유·무죄 판단의 주된 근거로 삼았으며, 이 부분에 대한 검찰의 수사 부실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유력한 간접증거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진술을 제시했지만,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고 진술 상호간에 모순이 없는 다른 (경찰 측) 증인들의 진술을 모두 배척하면서까지 믿을 만한 특단의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직급, 성향 등이 모두 다른 경찰들이 시차를 두고 법원에서 증언하면서 서로 모의해 진술을 허위로 맞출 가능성이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면서 “검찰이 특정인의 진술만 지나치게 믿은 나머지 객관적인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공소를 제기한 것이 아닌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무죄 선고의 파장을 예상한 듯 “오로지 증거를 근거로 법관의 양심에 따라 판결했다”며 이례적으로 재판 원칙을 강조했다. 그러나 고위법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재판부가) 증거의 객관성에 집착한 나머지 국가의 근간이 되는 대선 공정성에 대한 법적인 판단은 교묘히 비켜가는 결론이 나왔다”고 비판했다. 김 전 청장은 선고 직후 “진실은 결코 변하지 않으며 반드시 밝혀진다는 말을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본 뒤 입장을 정리하겠다”고만 밝혔다. 한편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외압·항명 논란을 일으킨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자신에 대한 징계사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18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사징계위원회를 열고 윤 지청장과 박형철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부팀장)에 대한 징계여부를 논의했다. 윤 지청장의 변호를 맡은 남기춘 변호사는 이날 밤 기자들에게 보낸 의견서를 통해 영장청구와 공소장변경에 있어 위법하거나 부당한 점이 없다면서 무혐의를 강력히 주장했다. 또 체포 및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지 말라는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지시는 위법하고 부당한 명령이므로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징계 사유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조 전 지검장의 “야당 도와줄 일 있냐” 발언은 명백한 정치적 판단에 따른 지시이고 “법무부에 보고 후 하자”는 수사 당시 법무부의 여러 행태로 보아 수사하지 말라는 취지로 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윤 지청장 측은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국민수 차관, 김주현 검찰국장은 수사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해관계자들로 이들에 대한 기피신청을 하려 했지만 차관이 장관을 대리해 위원장으로 참석했다”고 밝혔다. 윤 지청장은 국 차관 역시 징계위 구성원에 포함되는 것은 안 된다며 기피신청을 했지만 이는 기각됐다. 그는 “대검 감찰위원회의 진상조사 미흡을 이유로 대검 감찰기록에 대해 서류제출을 청구하고 징계사건 재조사를 위해 대검에 반려해달라고 신청했다”면서 “대검 감찰위원회 위원들이 중앙지검장과 수사팀장, 부팀장의 진술서를 읽어본 적이라도 있는지, 적법한 의견절차가 있었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상조사를 위해 조 전 지검장, 채동욱 전 검찰총장, 검찰국 관계자들 및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증인신청을 했다”면서 “위원회는 징계혐의자와 대리인을 보낸 뒤 회의를 계속 진행하고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고 알렸다. 윤 의원에 대한 증인신청은 수사관계자만 알고 있는 수사내용을 어떻게 파악하여 언론에 브리핑하게 되었는지를 확인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용판 전 청장 사건 둘러싼 법정다툼 2라운드 돌입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를 축소·은폐한 혐의로 기소돼 무죄를 선고받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사건을 둘러싼 법정다툼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검찰은 법원 무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보강 수사 등을 통해 진실을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중요 사건들이 법원에서 잇단 무죄가 나와 굴욕을 당한 검찰이 항소심에서 뒤집기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2월1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대선개입 특별수사팀은 김 전 청장 사건 항소기한(13일)을 하루 앞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대해 1심 법원이 다르게 받아들였기 때문에 항소심에서 이를 다퉈보려 한다”며 “구체적인 항소 이유는 ‘항소이유서’를 통해 법원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항소심에선 검찰이 김 전 청장의 범행 동기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1심에서 검찰은 국정원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김 전 청장의 ‘마음속 의도’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로 당시 ‘댓글 사건’ 수사를 맡았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진술을 강하게 내세웠다. 하지만 법원은 권 과장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이 내세운 나머지 증거들 또한 김 전 청장의 범행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검찰로선 항소심 공소유지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내분에 빠져 부실 수사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수사팀 핵심 인력이 최근 인사에서 상당수 교체돼 1심 때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검찰이 추가 수사를 통해 김 전 청장과 국정원 직원, 여권 실세의 ‘3각 커넥션’을 규명해 김 전 청장 ‘외압 윗선’ 등을 밝혀낼 경우 재판 양상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지난 2월6일 대선 직전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허위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수서서의 수사를 방해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기소된 김 전 청장에 대해 “대선 개입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발생한 국가정보원 여직원 감금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의원 4명에게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정회 부장검사)은 지난 1월27일 민주당 소속 강기정·김현·문병호·이종걸 의원에 대해 검찰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검찰은 강 의원은 2월2일 오전 10시, 문 의원은 2일 오후 2시, 이 의원은 3일 오전 10시, 김 의원은 3일 오후 2시에 출석하라는 통지서를 각각 보내겠다며 의원들 측에 통지서를 받을 수 있는 주소를 알려줄 것을 요구했다. 검찰이 소환조사를 통보한 날에는 이들 의원들이 소속된 상임위원회 회의 일정 등이 예정돼 있어 민주당은 자체 논의를 통해 검찰 출석에 응할지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국정원 여직원 김모 씨는 지난해 12월 11일 댓글 작업 장소로 의심받은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에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몰려와 자신을 감금했다며 같은 달 13일 이들을 고소했다. 새누리당도 다음날 같은 혐의로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 등을 고발했다. 검찰은 김 씨가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 댓글 작업 등을 통해 대선에 개입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지만, 김씨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의 지시를 따라 작업을 벌였다는 이유로 기소 유예했다. 검찰은 강 의원 등을 상대로 당시 김 씨의 주소 등 정보를 입수한 경위와 감금에 대한 인식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 정치 관련 게시글 수 법원에 축소 제출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 재판과 관련해 국정원 직원들의 정치·선거 관련 트위터 글을 121만건에서 78만건으로 축소해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을 재판부에 전달한 뒤 추후 공소장을 또 다시 변경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2월6일 국정원 직원들의 것으로 의심되는 트위터 계정을 2600여개에서 1100여개, 121만여회의 트윗·리트윗을 78만여회 등으로 다시 정리해 법원과 피고인측 변호인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현 단계에서 공소장 변경을 통한 혐의 내용의 수정은 아니고 “검찰의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검찰은 내용변경에 대한 구체적 방법과 기준을 향후 예정된 공판준비기일을 통해 밝힐 계획이다. 검찰은 “재판부에서 혐의 사실에 대한 검찰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해서 이에 대한 입장을 마련한 것”이라며 “추후 적당한 시기에 공소장을 변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변경해 제출한 78만여건의 트윗 중 선거 관련글은 44만6000여건, 정치 관련글은 33만9000여건 등이다. 재송신 대상이 된 트윗 원글은 2차 공소장 변경 당시 2만6000여건이었지만 영문·숫자·기호 등이 일부 포함돼 내용이 달라진 트윗까지 포함해 4만6000여건 가량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재판부가 의심을 제기한 일부 트윗글에 대해서는 “구체적 설명은 어렵다”면서도 “검증은 다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재검증 과정을 통해 계정뿐 아니라 글 내용도 재검증을 했다”며 “형식과 내용 모두 검증대상에 들어갔고 기준은 (2월)10일 공판준비기일에서 자세히 밝힐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심리로 진행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공판에서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은 “범죄열람표 중심으로 트위터 계정을 분석한 결과 검찰 주장과 반대되는 내용의 글이 여럿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이 범죄열람표를 기준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하는 것이 검찰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기소 당시 밝혀냈던 5만6000여개보다 훨씬 많은 121만228건의 트윗글을 찾아냈다며 공소장 변경 신청을 했다. 당시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이 실적 위주로 글 갯수를 보고하다보니 ‘봇 프로그램’을 사용해 크게 글 갯수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2월5일 단행된 평검사 인사와 관련해 국정원 특별수사팀 팀원들이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의도가 있었다기보다 통상적 평검사 인사원칙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현재 인력구조 하에서 수사 및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명했다.

검찰 “조직구성 전부터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활동 시작”
국정원 직원들을 동원해 국내 정치와 대선 등에 개입한 혐의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기소한 검찰이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5팀 조직 구성 전부터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활동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심리로 2월10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기소된 트위터 계정 가운데 안보5팀 조직이 2012년 초 구성되기 전에 다른 팀 내에서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활동이 이루어졌다는 내용의 진술 증거로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트위터 계정은 2600여개에서 1157개, 121만여회의 트윗·리트윗을 78만여회 등으로 다시 정리하게 된 기준과 과정을 설명했다. 검찰은 “트위터 그룹 계정을 특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부 오류를 정정하고 국정원 직원과 무관한 제3의 계정이 개입될 가능성을 배제했다”며 “동일글 추출 기준을 강화해 계정 선별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변경해 제출한 78만여건의 트윗 중 선거 관련글은 44만6000여건, 정치 관련글은 33만9000여건 등이다. 검찰은 최종적으로 정리한 공소장 내용을 바탕으로 3차 공소장 변경을 법원에 신청했다. 검찰은 “1157개 계정 중에는 현재 살아있는 계정도 있고 피고인 측이 문제를 제기한 계정도 일부 포함돼 있다”며 “검토 결과 국정원 계정으로 입증하는데 별 문제 없다고 판단해 포함시켰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은 “안보5팀 조직이 구성되기 전에도 국정원 직원들이 트위터 활동이 이루어졌고 이 활동이 정치·선거 목적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오늘 검찰이 설명한 내용은 실증적인 검토가 아니라 논리적으로 추정한 것”이라면서 “논리적으로 또 흔들리는 부분이 있다고 하면 (공소사실) 전부 다 흔들리는 것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원 전 원장 등에 대한 다음 공판은 2월 17일 오후 2시에 계속됐다. 이날 공판에서는 트위터 정보를 수집한 빅데이터 업체 ‘다음소프트’ 직원 강모씨 등에 대한 증인신문 절차가 진행됐다.

여야 ‘김용판 특검론’ 놓고 치열한 공방
여야는 2월10일 각 당 지도부 회의에서 야권발 ‘김용판 특검론’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삼권분립을 부정하고 있다고, 민주당은 여당이 진실을 은폐하려 특검을 회피한다고 서로 비난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이 분들이 정치쇄신과 새 정치에 걸맞지 않는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압박에 나섰다. 야권연대 위한 노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야권은 검찰의 당초 기소 내용을 신봉하다가, 무슨 이유로 검찰에 대한 태도를 바꿨는지 무슨 이유로 법원 판단을 비난하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 해임 건의와 특검 요구 입장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 사법부와 검찰권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고, 사법당국 사기를 저하시킬 우려마저 있다”며 “사법부 흔들기를 포기하고, 이제는 민생과 경제에 보탬되는 2월 임시국회가 되도록 모든 논의를 모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도 “재판이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특검을 주장하는 것은 정말 이치에 맞지 않다. 재판이 잘못이라면 특판을 해야지 왜 특검을 하느냐”며 “기소해서 재판 진행 중인 사건을 특검하면 일사부재리 원칙은 어떻게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2월 국회가 시작된 지 2주일 만에 또 다시 민주당의 전매특허인 강경 투쟁과 국회 일정 대국민 협박이 시작됐다”며 “민주당의 사법부 무시·특검 주장에 숟가락을 얹고 있는 안철수 의원도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삼권분립이 도대체 뭔지 알기나 하는 건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진실을 감추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특검을 통해 진실을 국민께 소상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김 대표는 “우리는 특검을 통한 진실규명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힌다”며 “과실이 있으면 그 과실에 대해 책임자를 엄벌하고 과실이 없다면 떳떳하게 진실을 국민께 펼쳐보이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지금 대부분의 국민들은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김 전 청장을 유죄라고 생각하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 특검 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새누리당이 적반하장식 진실 호도로 특검을 모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라고 비판했다.

특검 찬성 여론에도 여당 “특검 불가”
정치권이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 문제로 다시 소란스럽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무죄 판결이 계기로 작용했는데, 특검 논의 재점화를 주장하는 민주당이나 이를 반대하는 새누리당 모두 직간접적으로 ‘12·3 합의문’을 근거로 든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2월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 원내대표간에 특검 실시를 위한 시기와 범위를 논의했지만 아무 진척이 없었다”면서 “4자회담을 다시 열어 지난해 12월3일 합의문에 따른 특검의 시기와 범위를 본격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해 대선 불복 한풀이로 국회를 휘젓던 민주당이 이젠 사법부까지 좌지우지하려 한다”면서 “특검은 꿈도 꾸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야당 독재’, ‘슈퍼갑 행태’ 등의 표현까지 썼다. 전 원내대표가 주장한 4자회담 재개의 근거는 지난해 12월3일 여야 대표·원내대표가 서명한 연말국회 정상화 합의문이다. 4항엔 ‘특검의 시기와 범위 문제는 계속 논의한다’고 명기돼 있다. 당시 실무협상을 책임졌던 민병두 의원은 “새누리당이 특검 절대불가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논의를 할 것인지를 명확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 논의가 ‘현재진행형’이었다는 얘기다. 반면 새누리당의 주장은 전혀 다르다. 한 핵심당직자는 “국정원개혁특위 가동에는 합의했지만 특검에 대해선 아무 결론이 없었다”면서 “다만 민주당 측이 내부 설득용으로 시기·방법 등의 단어 추가를 요구해 수용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의 협상파트너였던 김재원 전략기획위원장은 “실제로 특검 논의를 계속하자는 취지였는지는 12·3 합의 이후 민주당이 뭘 했는지를 보면 알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처럼 여야 지도부는 합의문을 각기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하고 있다. 그런데 12·3 합의 전후의 상황을 반추해보면 옳고 그름을 떠나 새누리당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듯하다. 당시 새누리당은 ‘특위 양보, 특검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준예산 편성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채 민주당을 압박했다. 반면 민주당은 준예산 사태 현실화에 대한 부담이 컸고 자칫 특위·특검 모두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조급함을 보였다. 이는 민주당 지도부의 뒤늦은 특검 주장에 대한 양당의 분위기에서도 확인된다. 민주당의 경우 개혁·진보진영은 이를 ‘공포탄’ 정도로 여기고 있고, 더욱이 지도부 스스로도 원내수석부대표간 협상 요구나 대변인 논평을 통한 지원사격 등 전 원내대표의 제안을 뒷받침할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특검 찬성의견이 과반을 넘나드는데도 새누리당의 특검 불가 입장은 연일 강경해지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새누리당 입장에선 예산안 처리가 발등의 불이었던 연말과 상황이 달라졌고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서둘러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협상에 대해 일정한 부담이 있다면 이처럼 강경 일변도로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해석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