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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반정부 시위로 초래된 정정 불안이 해소될까
충돌 이면에는 ‘보수 엘리트 대(對) 서민’이라는 계층 갈등
2014년 02월 07일 (금) 14:47:42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태국에서 반정부 시위에 따른 정국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잉락 친나왓 총리는 지난해 12월9일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선언했다. 잉락 총리는 이날 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정치적 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하원 의회를 해산하고 이른 시일 안에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장정미 기자 haiyap@

잉락 총리는 성명에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한 뒤 왕실에 의회 해산령을 내려 줄 것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민주주의에 따라 새 선거가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잉락 총리는 총선 시기에 대해서는 “선거관리위원회와 상의해 최대한 신속하게 선거일을 정하겠다”고 언급했다. 내각은 이날 총선일을 2014년 2월2일로 잠정 결정했으나, 이를 최종 확정하려면 선거위원회가 승인해야 한다. 태국에서는 현 정부와 여당이 잉락 총리의 오빠인 탁신 전 총리의 사면을 염두에 둔 포괄적 사면 법안을 처리하려다 역풍을 맞아 지난해 11월 초부터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야권은 의회 해산 선언에 아랑곳하지 않고 잉락 총리와 탁신 전 총리에 반대하는 투쟁을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수텝 트악수반 전 부총리는 “총선이 시행돼도 탁신 정권은 계속해서 살아남을 것”이라면서 “우리의 목표는 탁신 정권을 뿌리 뽑는 것이다. 싸움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총리 사퇴와 범정파 아우르는 국민회의 구성 촉구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가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선언했으나 반정부 시위대는 “잉락과 (오빠) 탁신 세력이 모두 물러갈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경 대응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12월9일(현지 시각)은 시위대가 밝힌 ‘최후 결전일’이었다. 시위대를 이끌고 있는 수텝 트악수반 전 부총리는 지난 12월6일 “(12월)9일이 승패를 가를 마지막 전투다. 수백만명이 시위에 참여하지 않으면 패배한 것으로 여기고 감옥에 가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제1야당인 민주당 하원의원 전원도 전날 총리 퇴임을 촉구하며 총사퇴했다. 이날 오전 수도 방콕에 집결한 시위대 16만명은 그간 시위를 벌이던 9개 장소에서 출발, 총리 집무실이 있는 정부청사로 행진했다. 시위 참가 인원은 수텝 전 부총리가 당초 목표했던 것보다 적었고, 잉락 총리의 항복을 받아내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수텝 전 부총리는 “총선이 실시돼도 탁신·잉락 정권은 살아남는다. 탁신 정권을 뿌리 뽑을 때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고 CNN은 전했다. 태국 시위 사태는 지난해 10월 말 잉락 총리가 오빠인 탁신 전 총리를 정치사범 사면법 대상에 추가하면서 시작됐다. 수천명 규모였던 시위대는 “잉락은 탁신의 꼭두각시”라며 총리 사퇴와 범정파를 아우르는 국민회의 구성을 촉구했다. 재무부 등 주요 정부 건물을 점거하기도 했다. AP통신은 “양측 충돌이 격렬해지면서 최소 5명이 숨지고 289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12월9일 잉락 총리는 “모든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고 선거를 다시 치르는 것이 최선”이라며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선언했다. 민주주의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책을 바탕으로 총선에서 다시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친(親)탁신파는 최근 치러진 5차례 총선에서 모두 승리했다. 정부 대변인은 “2월2일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 잉락 총리가 출마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시위대의 자제를 당부했다. 한편 이번 충돌 이면에는 태국의 고질적인 ‘보수 엘리트 대(對) 서민’이라는 계층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그동안 태국은 탁신을 지지하는 다수의 서민 ‘레드 셔츠(Red Shirts)’파와 민주당을 지지하는 소수 엘리트 집단인 ‘옐로 셔츠(Yellow Shirts)’ 간 갈등으로 몸살을 앓아 왔다. 이들은 자신의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기 위해 붉은색과 노란색 셔츠를 입고 시위에 참가했다. 야당인 민주당이 2월 조기 총선을 받아들일 확률은 극히 낮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야권이 지난 2006년 탁신 전 총리를 축출할 때처럼 군부나 국왕이 개입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잉락 총리가 정당한 민주 절차를 걸쳐 선출됐고, 오빠와 달리 부패 혐의도 없어 군부와 국왕의 개입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친탁신 vs 반탁신, 분열과 대립 고조
태국의 정치 위기는 뿌리가 깊을 뿐만 아니라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집권한 뒤부터는 정국이 친탁신 진영과 반탁신 진영으로 나뉘면서 분열과 대립이 심해졌다. 탁신 전 총리는 1980년대 이동통신·컴퓨터 사업을 하는 친나왓그룹을 세워 막대한 부를 쌓은 뒤 정치에 입문해 2001년 총리로 선출됐다. 2005년 재선에도 성공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임기 동안 추진해 온 저소득층 중심 정책으로 광범위한 지지층을 확보한 덕분이다. 하지만 친나왓그룹 주식을 팔아 19억 달러(약 2조 1100억원)의 차익을 남기고도 세금을 내지 않는 등 각종 비리에 연루돼 국민의 공분을 샀다. 결국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뒤 도피해 지금까지 해외를 떠돌고 있다. 그럼에도 태국에서 탁신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쿠데타로 쫓겨난 뒤에도 2007년 국민의힘(PPP)당을 앞세워 총선에서 승리했고, 2011년 총선에서도 여동생 잉락 친나왓을 내세워 푸어타이당의 압승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그의 부정부패 전력에 염증을 느껴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찮아 그의 복귀는 태국 정국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탁신 전 총리가 쿠데타로 실각한 2006년 이후 태국은 두 진영 간 충돌이 끊임없이 이어져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탁신 전 총리가 자신의 64회 생일을 맞아 국민 화합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정계 복귀 수순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여당도 이에 맞춰 탁신 전 총리의 사면을 염두에 둔 포괄적 사면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면서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레드셔츠’와 그를 반대하는 ‘옐로셔츠’ 세력이 또다시 대립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9일 잉락 총리는 반정부 시위대 수만명이 총리 청사를 향해 행진을 벌이는 ‘마지막 결전’이 본격화되기 몇 시간 전에 총리직 사퇴, 의회 해산과 함께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친탁신 진영은 이미 지난 2000년 이후 5번 시행된 총선에서 모두 승리했다. 잉락 총리의 선언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투표로 가면 우리가 이긴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 이에 대해 반정부 시위대 측은 탁신 지지자가 유권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현 상황에서 선거로는 탁신 퇴출을 이뤄낼 수 없다며 정부와 맞서고 있다. 이들이 선거를 통하지 않은 과도의회, 과도정부 구성을 요구하는 것도 총선 승리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알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잉락 총리가 제안한 조기 총선이 시행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초래된 정정 불안이 조기에 해소될지도 미지수다.

방콕 셧다운으로 인한 물적·인적 피해 속출
태국 반정부시위대가 공언한 대로 지난 1월13일 1,200만명이 거주하는 수도 방콕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셧다운 시위에 돌입했다. 시위대는 방콕 도심으로 진입하는 교차로 6곳을 봉쇄한 데 이어 잉락 친나왓 총리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항공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주식거래소도 점거하겠다고 공언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월13일(현지시간) 방콕포스트·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수텝 트악수반 전 부총리가 이끄는 반정부시위대는 일요일인 지난 1월12일 저녁8시부터 방콕 도심으로 향하는 6개 교차로를 샌드백과 대형차량 등으로 봉쇄한 후 연좌시위를 벌였다. 이에 1월13일 이 지역 통근자들은 버스나 도시철도·유람선 등으로 출근했다고 WSJ가 전했다. 이날 방콕 시내의 일부 회사가 휴업했고 140여곳의 학교도 휴교했으며 대학 수업도 연기됐다. 이날 반정부시위대는 잉락 총리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태국 내 유일한 항공무선국을 폐쇄하고 주식거래소도 점거하겠다고 경고했다. 항공무선국이 폐쇄되면 태국과 국제사회 간 교류가 차단돼 관광객의 왕래는 물론 수출입에도 큰 차질이 예상된다. 또 주식거래소가 시위대의 점거로 마비될 경우 흔들리고 있는 태국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 이날 태국 주식거래소 측은 대다수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방콕 셧다운으로 인한 인명·물리적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1월11일 방콕 시내에서 무장괴한이 반정부시위대에게 총을 난사해 7명이 사상한 데 이어 12일 밤에도 반정부시위 현장에서 한 시민이 총에 맞아 병원에 후송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13일에도 반정부시위대의 전신인 제1야당 민주당 당사에 총알 10발이 날아들어 유리창이 파손됐다. 현재 정부 측은 시위대에 대한 강경대응을 자제하고 피해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노동부 장관인 찰럼 유밤룽은 1월12일 “정부는 강경진압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2010년과 같은 대규모 유혈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2010년에도 태국에서는 반정부시위가 일어나 90여명이 사망했다. 외무장관인 수라뽕 또위착차위꿀도 “시위대와 충돌하지 않겠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정부 건물로 진입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WSJ는 정부가 총 1만8,000명의 군경을 투입해 시민 안전을 보장하는 조치를 취했고 또 방콕 시내 대형 쇼핑몰과 호텔 등에 콜센터와 헬프데스크 등을 마련해 관광객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다만 시위대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정부가 언제까지 온건한 대응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1월12일 반정부시위대의 수텝 전 총리는 지지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번 싸움에서 지면 지는 것이고 이기면 이기는 것이지 무승부는 없다”고 강조했다. AP통신은 수주 혹은 그 이상까지 시위가 계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WSJ는 반정부 성향이 강한 지방에서 2월2일 치러질 조기총선 입후보자가 등록되지 않아 조기총선 실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보도했다. 태국 선거법에 따르면 총선 입후보자는 1월1일까지 후보등록을 했어야 했는데 총 28개 지역구에서 반정부시위대의 방해로 입후보자가 등록되지 않았다. 이는 하원의석 중 95% 이상의 선거구에서 입후보자의 등록이 완료돼야만 선거가 유효하다는 태국 헌법에 위배된다. 이에 독립기구인 태국선거관리위원회는 1월12일 정부에 선거연기를 권유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선관위에 본연의 임무를 착실히 수행하라며 선거를 예정대로 실시하라고 반박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편 태국 정부는 2월2일로 계획된 조기 총선을 예정대로 치르겠다고 지난 1월15일 밝혔다. 잉락 친나왓 총리는 야권 지도부와 총선 일정을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1월15일 방콕 북부에 위치한 공군본부에서 회의를 열었지만 대부분 야권 지도자들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퐁텝 텝칸차나 태국 부총리는 “선거만이 상황을 정상으로 되돌려놓을 수 있다고 믿는다.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수텝 타욱수반 전 부총리에 대한 지지도 감소하고 있다”며 “그는 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저지르고 있으며 대다수는 이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 야권은 오는 2월2일로 예정된 조기총선을 보이콧한 채 각계 대표들로 이루어진 국민의회(People's Council)를 구성해 총리 및 각료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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