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는 한 분야에만 집중해 경쟁력을 갖춘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쌓은 특유의 기술력은 전 세계 소비자들이 오랫동안 해당 기업을 찾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 정윤호 (주)휘권양행 대표

세계에서 손꼽히는 명품 브랜드 제품들은 전문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공장에서 기계적으로 부품을 생산해내는 것과는 차이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명품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정교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예술성과 장인정신이다.

대표 브랜드 호미가로 연매출 100억 달성
정윤호 (주)휘권양행 대표의 행보가 화제다. 브랜드 ‘호미가’로 유명한 휘권양행은 해외 브랜드가 독점하고 있는 명품 시장에서 국내 브랜드로 호평을 받고 있는 악어가죽 핸드백 전문 장인기업이다. 1994년 설립되어 미국과 일본 등으로 팔리는 주문자생산방식(OEM) 가방 생산으로 출발한 휘권양행은 지난 2000년 대표 브랜드 ‘호미가’를 론칭, 현재 연매출 약 100억 원을 넘어섰으며 미국과 일본 등에도 수출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패션 중소기업이다. 특히 ‘호미가’는 디자인, 재단, 수령 작업, 광 작업, 랩 작업, 조립 작업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수작업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정윤호 휘권양행 대표는 “버버리, 샤넬, 루이비통이 어떻게 명품인가. 어느 업종이든 전 세계에 수천, 수만 개를 찍어 만드는 명품은 없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명품들은 사실 수입 공산품이다”라며 “이름이 많이 알려졌다고 명품은 아니다. 명품에는 대량생산에서는 찾을 수 없는 장인의 양심과 혼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가방’으로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며 유명세를 탔던 호미가. 후에 당선인 측과 정윤호 대표의 해명으로 사실이 아닌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당시 호미가 제품은 4배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강남 부유층을 중심으로 알음알음 입소문으로만 알려져 있던 호미가는 이제 국민 대다수가 아는 순수 국내 대표 명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호미가 제품은 가죽 장인이 만드는 100% 수공예로 제작된다. 제작 기간이 3주 정도 소요되는데, 이제는 주문량이 밀려 최소 한달 보름 이상은 기다려야 원하는 제품을 구할 수 있을 정도다. 120만 원대 타조가죽 가방부터, 1200만원을 호가하는 악어가죽 가방까지, 웬만한 외국 명품 브랜드 가방 못지않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호미가를 찾는 이들은 줄을 잇고 있다. 정윤호 대표는 “모든 공정을 한국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핸드백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기분이 좋지만, 주문 고객들이 한 달 보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해서 죄송하다”며 “가죽 중에서도 악어가죽은 가장 비싸다. 악어를 키워서 가죽을 만드는데 4년이 걸린다. 그만큼 귀하다는 의미다. 들어보면 다른 가방과는 확실히 ‘태’가 다르다. 호미가는 세계적인 악어 원피 제작 회사인 싱가포르의 HENG LONG사와 프랑스 에르메스 그룹의 자회사은 TCIM으로부터 엄선한 가죽을 수입한다. 에르메스 가방이나 호미가 가방이나 똑같은 가죽으로 만든다”고 덧붙였다.

세계 유명제품들만 입성하는 베버리힐즈에도 진출

▲ 모든 공정을 한국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핸드백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어려서부터 가업인 가죽 공예 일을 배우며 가죽 공예 장인이 되겠다는 큰 꿈을 안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던 정윤호 대표.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의사소통도 되지 않았고 문화적 차이로 인해 끊임없이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지로 모든 것을 극복하며 죽을 각오로 가죽공예를 배운 그는 일본 가죽업계에서도 인정받는 가죽장인이 될 수 있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지인과 함께 사업을 시작하며 일본에서 OEM을 수주받아 제작하며 입지를 굳히다가 지난 2006년 대표 브랜드 호미가를 론칭, 오늘에 이른 것이다. 순수 국내 브랜드로 시작해 명품으로 인정받기까지도 쉽지 않은 나날의 연속이었다.‘명품’하면 유명 백화점 명품관에 있는 브랜드만 떠올린다. ‘그 돈이면 샤넬을 사지’ 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었다. 최근 얼마나 좋은 가죽을 쓰는지, 또 어떻게 만드는 지에 따라 가방의 질이 결정된다는 소비자의 인식이 퍼지면서 국내 브랜드도 얼마든지 명품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분위기로 전환되어 호미가 제품이 재조명될 수 있었던 것이다. 정윤호 대표는 “호미가의 경우도 처음엔 40-50대 여성이 주 고객이었는데, 요즘은 그들의 딸이 호미가 가방을 찾으면서 악어백을 찾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며 “한국 사람들이 손기술이 좋아서, 수공예제품은 세계적으로도 한국 제품이 어딜 가나 질적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거기에 최상품 가죽으로 만들기 때문에 품질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그 어떤 가방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자부한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백여 가지에 이르는 모든 과정들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버클 부분 하나까지도 악어가죽을 사용해 제작해온 호미가는 최근 세계 유명 제품들만 입성하는 베버리힐즈에도 진출했다. 정 대표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에 대한민국의 독자브랜드 제품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대단한 일”이라며 “저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중국과 유럽 시장에도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