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마다 오랜 세월 희로애락을 겪으며 사는 동안 그들만의 정서가 담긴 민요가 생기게 마련이다. 우리 민족에게도 여러 형태의 정서가 담긴 전통 민요들이 많은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리랑’이다.

▲ 우리의 아리랑을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키고 보존하여 알리는 데에도 힘쓰겠다는 남은혜 명창.

아리랑에는 특히 우리 민족의 애한(哀恨)이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리랑을 부를 때에는 지난 날 살아오면서 쌓인 갖가지 상념에 잠기게 되며 애수를 느끼게 된다. 동서가 극한 대립하던 냉전시대에도 아리랑은 한민족이 살고 있는 곳에서는 어느 곳에서나 불렸다.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이 그 선율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함께 불러 1990년대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율로 선정되기도 했다.

공주아리랑을 전 세계에 알리다
남은혜 명창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인 남은혜 회장은 우리나라 민족의 한(恨)의 정서를 담고 세계적으로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은 우리의 아리랑을 재구성해 공주아리랑, 북간도아리랑, 치르치크아리랑 등을 선보여 국내는 물론 미주와 중앙아시아의 음악인들과 동포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국내 현존하는 경기민요 명창 가운데 한 사람인 남은혜 명창은 10여년 전 서울 종로에 ‘남은혜 경기민요전수관’을 세우고 소리꾼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면서 아리랑을 접했다. 이후 경기민요의 하나라고만 알고 있던 아리랑이 아리랑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민속음악 권위자인 이소라 교수와 아리랑 연구가인 아리랑학회 이사 기미양 선생을 만나 아리랑을 본격적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 일제강점기 기록서인 <조선민요아리랑>을 통해 존재가 알려진 ‘공주아리랑’을 재구성하여 재현하고자 공주아리랑보존회를 설립, 공주아리랑을 발굴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공주지역 답사 결과와 전문가 자문을 거쳐 공주아리랑을 재구성한 그는 이어 상주아리랑을 바탕으로 북간도아리랑을 재구성, 여러 공연에서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지난 2013년에는 북간도아리랑과 치르치크아리랑을 타이틀로 한 음반이 기획되었고, 세 차례의 아리랑 주제 서울 공연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지난해 12월 우즈베키스탄, 아르메니아, 조지아 등지에서 펼친 ‘실크로드아리랑 축제’에 참가해 치르치크아리랑과 공주아리랑, 북간도아리랑으로 관람객들의 눈과 귀, 그리고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이 행사는 아리랑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주년을 기념해 한국전통공연예술재단과 문화체육관광부 후원, 국악계 원로인 권오성 전 한앙대 교수의 주관으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고려인 ‘아리랑요양원’ 공연을 시작으로 조지아 트빌리시 국립민요악기 박물관 공연까지 총 11회에 걸쳐 공연을 펼쳤다. 남은혜 명창은 “이번 행사는 공주아리랑, 북간도아리랑, 치르치크아리랑, 긴아리랑을 동포사회와 중앙아시아 음악인들에게 전해준 귀한 기회였다”며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공연인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아리랑요양원 공연에서 치르치크아리랑을 헌정한 것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뜻깊은 활동이었다”고 전했다.

다양한 아리랑을 맛깔스럽게 소화해
1958년 경기도 여주군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남은혜 명창은 중학교 시절 재미 삼아 출연했던 KBS 라디오 <전국노래자랑>예선을 통과해 소리꾼으로서의 재능을 보였다. 이후 18세에 상경,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8호 재담소리 예능보유자 백영춘 선생으로부터 민요의 기초를 닦은 후 22세에 중요무형문화제 제57호 경기민요 예능보유자 묵계월 선생으로부터 경기좌창 학습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당시 남 명창은 유산가를 비롯해 민요와 12잡가를 공부하며 여러 경창대회에 출전해 다수의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1982년 안산에서 열린 ‘전국경창대회’에서 전국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다양한 아리랑을 맛깔스럽게 소화해내는 인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우리의 아리랑을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키고 보존하여 알리는 데에도 힘쓰겠다는 남은혜 명창. 지난 1월 20여 종의 아리랑을 수록한 <북간도아리랑>을 신나라레코드를 통해 발표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은 그는 “공주아리랑은 백제의 향취와 역사가 담긴 충청도민과 공주 지역민의 심성이 어우러진 노래”라며 “의병 이세영, 김덕진 선생, 유관순 열사 등 나라를 위해 분사하신 애국열사들의 고장이기도 한 공주에서 아리랑을 통해 공동체 구현이 이루어진다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공주의 민요와 아리랑을 전승해 온 공주아리랑제는 매년 3월1일 열리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