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파동보다 더 무서운 것은 식량 파동이다. 실제로 국제 곡물 가격은 요동을 치고, 크고 작은 식량 위기의 조짐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신(新) 산업지도 완성에 대한 최종 답은 농업 분야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황인상 기자 his@

▲ 서울대 식물분자육종사업단 고희종 박사

농업은 1차산업이지만 고도의 과학기술과 연계되면 그 자체가 최첨단산업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미래학자들은 농업을 6차산업이라고 부른다. 현대 농업은 전통적인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양과 질의 동시 발전을 꾀하고 있다. 정보기술(IT)과의 융합은 기본이고, 바이오·나노·환경기술과의 융복합을 통한 고부가가치 농업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것이 ‘농업의 6차산업화’다.

국가 원천기술의 기반 마련하다
서울대 식물분자육종사업단의 행보가 화제다.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독자적 종자와 종자개발기술 확보를 위해 설립된 식물분자육종사업단은 세계 최초 고추 탄저병 저항성 품종을 개발했으며 이로 인해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피해 감소 및 고추 종자의 수출증가, 농약사용 감소를 통한 안전한 먹거리가 제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고희종 박사는 “주요 작물에서 유전체, 유전자, 분자표지 및 QTL정보를 개발, 전통육종의 기반 위에 분자표지와 형질전환을 이용한 분자육종 기반을 확립하고자 한다”며 “이와 함께 신종자 육성기술을 세계수준으로 발전시켜 초다수, 고품질, 고기능성, 내병성, 기후변화 대응 등 우수품종 육성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립 이후 사업단은 국가 원천기술 기반을 마련하고 생명공학의 실용화, 미래 선도기술의 개발, 인프라구축과 그 지원사업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현재 다양한 유전변이 창출 기술과 유전자 선발 기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고희종 박사는 “이번 연구는 식물의 부적합 온도 저항성을 증진시키고, 기능성을 강화하며, 산업화를 통한 고부가 스트레스 내성 작물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량안보를 위한 품종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기능성이 강화된 품종(수퍼자미, 큰눈자미, 서농17호 등)·다수성품종(화원6호)을 개발했으며 옥수수의 가공용 품종(오륜팝콘)·밀의 복합저항성품종(트랜스) 및 내수발아 제빵용 중간모본 등을 육성 출원했다. 아울러 야생벼 특성 이입 계통, 벼 일대잡종용 친 계통 예비선발 등 총 당초 목표를 초과달성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종자 산업을 위한 신품종 개발도 주목할 만하다. 고추에서 탄저병 저항성을 야생종으로부터 도입하여 세계 최초 탄저병저항성 고추 F1 품종을 육성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불과 2년여의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사업단은 지금까지 99편의 SCI논문과 26편의 비SCI 논문을 발표하는 한편, 성과물 중 6건을 유상기술 이전함으로써 3억 원 이상의 유상 기술료를 발생시키기도 했다.

종자산업의 미래 발전 위해 핵심기술 확보 노력

▲ 사업단은 국가 원천기술 기반을 마련하고 다양한 유전변이 창출 기술과 유전자 선발 기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고희종 박사는 종자산업의 미래 발전을 위한 선결과제로 ▲종자산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이에 상응하는 투자 확대 ▲보다 장기적인 안목 ▲세계시장을 겨냥한 곡물 종자산업의 민간참여 활성화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확대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업단은 현재 ▲분자표지 및 염기서열을 이용하는 선발기술과 야생종 또는 이종 게놈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신품종 육성 ▲종간 또는 종내 유전체 정보를 이용하여 유용형질 분자 표지 개발 ▲고품질, 고생산성, 기후변화 대응에 관여하는 유용 유전자를 도입, 발현시켜 형질전환체 작물을 생산하는 기술 ▲농업적으로 유용한 형질 및 기후 변화와 환경스트레스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대량으로 발굴, 기능을 검정하는 기술 등의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희종 박사는 “종자산업은 연구개발, 품질관리, 마케팅으로 구분 기반 연구부터 마케팅 단계까지 체계적 연결이 중요하다”면서 “세계적인 종자기업 신젠타가 연 12억 달러를 투자하여 비싼 종자를 만들어 내는 상황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농업연구 투자규모 6000여억은 작은 규모로 이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 식량자원 확보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도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등 기아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어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종자산업은 우리나라와 같이 인적자원이 우수한 국가에 적합한 지식기반 산업이 제도 및 정책적인 보완과 체계적인 지원 확대를 통해 종자산업이 창조경제 시대의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