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재삼의 행보가 화제다. 우리에게는 ‘목탄화가’로 잘 알려진 작가 이재삼은 가장 근원적인 재료인 ‘목탄’으로 20여 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밤의 풍경 ‘달빛’ 그림을 그리고 있다.

차성경 기자 bibecar@

작가 이재삼의 29번째 개인전이 지난 7월17일부터 오는 8월27일까지 두 달여에 걸쳐 진행된다. 목탄을 재료로 한 작업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 이재삼은 이번 전시에서 ‘Moonscape 달빛’을 타이틀로 전시장 벽면을 가득 메우는 대형 작품들을 선보인다. 대부분 1,000호가 넘는 그의 작품에는 폭포, 옥수수밭, 소나무, 물안개 등 달빛에 비친 자연의 다양한 풍광이 새겨진다.  작가 이재삼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목탄’ 소재로 달빛의 정서를 표현하다

▲ 이재삼 작가

“달빛은 감성과 마음의 빛이며 가슴 사무쳐서 심금을 울리는 빛이다. 단순히 바라보는 시각이 아닌 우리 몸속의 오감이 뒤섞인 모든 육감을 품은 빛이다. 그 어둠 속 기운과 정령들이 눈동자에, 콧등에, 입가에, 혀끝에, 귓가에, 살갗에 전율을 스치며 파고든다. 달빛은 나의 손길과 맞닿는 순간 화면 깊숙이 자리해 만물과 포옹하게 하는 것이다.”

‘목탄’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대나무, 매화, 소나무, 물 등 우리의 자연을 통해 한국적 정서를 표현해내는 작가 이재삼의 작품은 리얼리티로 가득하다. 표정과 그 표정의 군집이 생동에 차 있다. 나무든 숲이든 영혼의 육체 없이 그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현실의 구체성으로부터 상징의 구체성으로 나아가는 곳에 위치해 있다. 어떻게 보면 작가 이재삼의 작품은 단순한 재료인 목탄으로 그려진 사실주의 그림이다. 그런데 단색으로만 이루어진, 목탄의 입자에 의해 응고된 이미지는 사실적이면서도 어딘지 초현실적이다. 목탄 가루들이 엉겨 붙어 이룬 이 검은 세계는 침침하고 음습하며 더없이 깊다. 작가는 그 검음, 깊음 안으로 들어간다. 그곳은 이 현실계와는 다른 차원의 세계다. 그는 그 안에 칩거하며 자신의 예술세계의 고고함을 드러낸다.

▲ 달빛 Moonscape227x563(cm)캔버스에 목탄2015

작가 이재삼은 “달빛은 동아시아권의 문화이다. 자연 속에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관조의 문화다”면서 “서구의 풍경화와 동양의 산수화는 전혀 다른 시점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것이다. 화가들은 대부분 빨, 주, 노, 초, 파, 남, 보 빛의 스펙트럼을 그리는 게 일반적이다. 햇빛의 시각적인 명료함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달빛은 눈으로 보는 것만 아닌 육감을 품고 느껴야만 보이는 감성의 빛이다. 내 작품에서는 나무를 태운 검은 물질인 목탄이라는 재료가 보이지 않는 밤의 빛으로 채색되면서 달빛으로 태어난다”고 말한 바 있다.

작가가 그린 소나무, 매화, 대나무와 옥수수밭 그리고 폭포의 정경들은 한 결 같이 교교한 달빛을 머금고 있으며, 한 밤의 적요한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달빛 아래 자리한 모든 생명과 사물의 존재들을 너른 마음으로 감싸 안아 그 개별적인 의미들을 하나하나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공간 속에서의 시각의 위계나 특정한 중심 없이, 사물과 사물 사이의 경계, 윤곽에 각별한 공을 들임으로써 달빛이 비추고 있는 각각의 존재들이 너른 화폭 속에서 원만하고 각별한 의미를 갖도록 한다. 개별적인 존재자들, 그 각각의 의미들을 평등하고 오롯하게 현전시키고, 또 이들 사이의 조화로운 융합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과의 교감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전하다
“나에게 목탄의 검은 빛은 검은 색이 아닌 검은 공간으로 존재한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숲으로 이루어진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사물과 사물 사이의 고유한 형상에 대한 그 너머가 만들어내는 적막함이며 무수히 많은 숲과 나무 사이의 깊고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 속에 비경을 담고자 하는 침식된 풍경이다. 단 하나의 목탄이 화면에 부딪쳐 으스러지는 가루에 나의 정신과 혼이 묻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 이재삼의 작품은 결코 메마르지 않고 도덕적 교훈에 얽매여 있지도 않다. 은은한 달빛 속 나무들은 한가로이 우리 눈길을 사로잡고 무아지경에 이르게 하며,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한껏 누리게 한다.

거대한 크기의 그림은 보는 이를 화면 안으로 불러들인다. 그래서 자연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하고, 저 대상과 단독으로 마주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유발시킨다. 그래서 보는 이의 심체, 감각을 빨아들인다. 지금까지 총 30여 회의 개인전과 대만,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 뮌헨, 북경, 도쿄, 시카고, 파리, 스페인을 비롯하여 국내외 유수의 그룹전 및 초대전에 참가하여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중앙미술대전 장려상, 청년미술대상전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는 작가 이재삼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강릉시청청사, 하나은행, 나이키청도연구소, 한샘, 코오롱본사, 청남대역사박물관 등에서 소장 중이다. NM

▲ 저 너머 Beyond There194x777(cm)캔버스에 목탄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