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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각시로서의 나, 꼭두각시에 비추어 보는 우리 자신
2017년 07월 31일 (월) 14:08:18 신선영 전문기자 ssy@newsmaker.or.kr

예술가들에게 있어서 작품이란 그 자신의 삶을 반영하는 기록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현재의 나를 기준으로 과거와 미래를 다양한 시공간에 풀어내는 것이다. 비록 평범해 보일지라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의 한 조각으로 끄집어내고 나면 그것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신선영 기자 ssy@

내 안의 나를 끄집어내다

   
▲ 김경수 사진작가.

유년기부터 중년기, 장년기, 노년기까지의 삶을 자전적으로 풀어내는 작가가 있다. 지난 4월 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연 김경수 작가다. 전시 주제는 <꼭두각시(marionette)>로 총 4부작 중 두 번째에 해당하는 중년기에 대한 이야기다.

“2015년에 열었던 첫 번째 개인전 <별이 빛나는 밤>은 유년기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물방울을 이용하여 별을 순수하게 바라봤던 어린 시절에 대한 동경과 사랑을 나타낸 전시였습니다. 이번에 선보인 <꼭두각시>는 줄에 매달린 꼭두각시를 소재로, 성인이 돼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어야 했던 고초와 그 안의 내재된 불안에 대해 나타냈습니다.”

작품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첫 번째와 두 번째 개인전은 다른 작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확연한 차이가 있다. 첫 번째 개인전에서는 별빛의 영롱한 느낌이 관람객들의 환호성을 자아내게 했다면, 두 번째 개인전에서는 꼭두각시의 기괴한 느낌이 관람객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그만큼 어린 시절과의 감정적 괴리가 컸다는 것이고, 사회생활에서 내적 갈등이 심했다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최연소 이학박사이기도 한 김경수 작가는 과학자이자 벤처기업인으로서 일찍이 성공을 거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출연연구소인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의약품을 개발하는 연구원으로 시작해서, 한미약품 수석연구원을 거쳐, 바이오벤처기업인 ()씨트리와 ()카이로제닉스를 창업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21세기의 뛰어난 과학자 2000’, ‘21세기의 가장 위대한 지성’, ‘21세기 가장 위대한 천재 500등 세계 인명사전에 20여 차례 등재되기도 했다.

제 이력만 보고 제가 탄탄대로에 마음고생 한번 안했을 것 같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벤처사업의 길은 외롭고도 힘든 길이었습니다. ()카이로제닉스가 M&A를 거치는 과정에서 회사의 경영권을 잃게 됐고 건강에도 문제가 생겨서 49세라는 이른 나이에 은퇴하게 됐습니다. 한때는 제가 세상의 주인공인 것처럼 살았지만 지나고 보니 사회라는 틀에 갇힌 꼭두각시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개인전 제목을 <꼭두각시>라고 짓게 됐습니다.”

   
▲ Marionette #34, Digital C-Print, 120x87.5cm, 2017.

꼭두각시에 색을 칠하다

꼭두각시는 자기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 머리, 두 손, 양 다리가 십자꼴 줄에 연결돼 있어서 그 줄을 누군가가 조종해야만 한다. 그래서 조종당하지 않고는 움직일 수 없지만, 조종을 당하지 않으면 무대도 사라져야 한다는 비애가 있다. 그 줄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면 칠수록 엉켜버려서 차가운 바닥에 낭자하게 된다. 김경수 작가가 찍은 꼭두각시의 모습이다.

제가 찍은 꼭두각시는 고개를 떨구고 사지를 늘어트린 모습입니다. 제가 제 삶의 주체라고 생각하고 목표만을 위해 달렸지만 결국 우리 사회 구조 속에 갇힌 꼭두각시였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의 허무함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성공과 실패를 널뛰듯이 반복하다가 더 이상 움직일 동력을 잃은 상태, 그것이 당시의 제 솔직한 모습이자 어딘가에서 좌절하고 있을 누군가의 모습입니다.”

   
▲ Marionette #04, Digital C-Print, 75x50cm, 2017.

꼭두각시는 하늘 높은 난간에 위태롭게 앉아있거나, 쳇바퀴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깨진 거울에 비친 자신을 무연하게 바라보거나, 무너진 또 다른 자신을 밟고 서있기도 하다. 멈춰진 시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허망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바닥에 떨어진 꼭두각시 줄은 힘줄이 다 끊어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비극적인 상황을 더 극단적으로 만든 게 바로 조명이다.

전작과 동일하게 라이트 페인팅(light painting) 기법을 썼습니다. 우선 무대를 조성하고 조명의 종류, 빛의 방향, 조도 량을 조절하면서 찍는 건데 어두운 공간에서 카메라 노출계에 의존하지 않고 찍기 때문에 오로지 제 감각에만 의지해야 합니다. 오른손으로는 카메라의 리모트 스위치를 누르고, 왼손으로는 빨강, 파랑, 초록, 흰색의 조명을 섞어가며 30초 내지 2분 동안 그려내는 것인데 저는 이것을 빛을 칠한다고 표현합니다.”

   
▲ Marionette #07, Digital C-Print, 70x50cm, 2017.

여기서 색을 칠한다는 것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깜깜한 절망 속에 그토록 채우고 싶었던 욕망을 칠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간의 먼지를 털어내고 자신의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이다. 한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세상에 없는 물질을 찾아다녔던 것처럼, 시간의 뒤안길로 사라진 또 다른 나를 찾아다닌 결과물이다.

제 자전적 이야기인 4부작 시리즈는 앞으로도 라이트 페인팅으로 이뤄질 겁니다. 1부와 2부가 지난날에 대한 회고였다면 3<아바타>는 장년기인 현재 모습, 4<나는 나무로 살고 싶다>는 노년기인 미래 모습으로 점차적으로 기법과 스타일을 진척시켜나갈 예정입니다. 사진작가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는 만큼, 지난날을 밑거름으로 세상을 사유하는 작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 Marionette #47, Digital C-Print, 75x50cm, 2017.

김경수 작가는 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와 갤러리 이즈에서 2번의 개인전을 열고, 한국과 중국에서 17번의 그룹전에 참가했다. 사진집 <marionette><the starry night>를 발간했다. 2017년 제4회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에서 우수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한국현대사진가협회 회원, 대한문학 작가회 이사, ()씨트리 고문, 한국정밀화학산업진흥회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NM

   
▲ Marionette #39, Digital C-Print, 120x83.6cm,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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