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튜링 동성애죄 특별 사면
제2차 세계대전 종식에 기여하고도 동성애 때문에 범죄자로 몰린 뒤 자살한 앨런 튜링이 사후 59년 만에 사면됐다. 크리스 그레일링 영국 법무장관은 12월 23일 튜링의 사면을 발표한 뒤 “그의 지대한 공헌과 과학 유산은 기억되고 인정받을 만하다”며 “그가 독일의 암호를 해독해 전쟁을 끝내고 수천명의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스티븐 호킹 등 과학자를 포함한 3만7,404명의 청원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받아들여 특별사면령을 내리면서 성사됐다. 앞서 2009년 영국 정부 관계자로는 처음으로 고든 브라운 당시 총리가 튜링이 받았던 처우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한국일보 2013년 12월 25일>

▲ 앨런 튜링

2차대전 발발을 전후한 시기에 영국의 뛰어난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갑자기 학교와 연구실을 떠나 런던 근교 블레츨리 파크에 있는 한 농촌 저택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그들에게 부여된 ‘울트라’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울트라는 독일의 암호 작성기 ‘에니그마’를 해독하기 위한 영국 정보부의 작전명이었다.
수수께끼라는 뜻의 에니그마는 타자기와 비슷한 형태의 암호기로 초창기의 기본 구조는 알파벳이 새겨진 회전판 3개와 문자판으로 구성되었다. 문자판의 문자키를 누르면 나란히 놓인 3개의 회전판이 회전하면서 매우 복잡한 체계를 거쳐 암호가 만들어지고 이렇게 만들어진 경우의 수는 인간의 머리로는 도저히 계산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많았다.
독일은 에니그마에 대해 보안을 철저히 하면서도 설사 상대국이 에니그마를 손에 넣더라도 암호 체계를 해독할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2차대전이 발발하기 전 에니그마는 이미 폴란드에 의해 부분적으로 해독되고 있었다. 당시 폴란드는 강대국인 소련과 독일 사이에 끼어 있어 어떻게든 소련과 독일의 통신문을 해독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폴란드가 에니그마를 해독하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하고 있을 때 한 독일인이 에니그마에 대한 중요 정보를 빼돌려 폴란드에 건네주면서 폴란드는 가까스로 에니그마의 복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결정적으로는 ‘폴란드의 암호 영웅’ 마리안 레예프스키가 암호해독기 ‘봄바’를 개발함으로써 부분적으로나마 에니그마 해독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폴란드의 역량으로는 점점 기능이 좋아지는 에니그마의 개량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독일이 1937년 말 암호체계를 바꾸고 1938년 12월 회전판을 3개에서 5개로 늘리는 방식으로 에니그마의 보안을 강화하고부터는 더 이상 암호를 해독하지 못해 1939년 9월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독일의 침공을 맞고 말았다. 다행히 에니그마 복제기와 봄바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각종 노하우는 독일이 침공하기 2개월 전인 1939년 6월 영국으로 넘어가 있었다.

‘현대 컴퓨터의 모델’로 불리는 ‘튜링 머신’을 수학적으로 고안
2차대전 발발을 전후한 시기에 영국 정부는 소규모로 운영해오던 에니그마 해독 연구 조직을 더욱 확대했다. 과학자와 기술자들도 블레츨리 파크로 소집해 울트라팀을 구성했다. 울트라 팀에는 퍼즐 전문가, 체스 챔피언 등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가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탁월한 인물은 당대 제일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1912~1954)이었다.
튜링은 런던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1934년 킹스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생이던 1936년 ‘계산 가능한 수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해 학계를 놀라게 했다. 논문에서 그는 사람의 두뇌에 해당하는 제어장치, 데이터가 수록된 테이프, 이를 읽고 기록하는 입출력 헤드의 3부분만 있으면 모든 계산이 가능하다는 이론을 폈다. 논문은 오늘날 ‘현대 컴퓨터의 모델’이라고 불리는 ‘튜링 머신’을 수학적으로 고안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튜링은 1936년 미국으로 건너가 1938년 5월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컴퓨터의 창시자로 꼽히는 폰 노이만 교수로부터 함께 연구하자는 제의를 받았으나 이를 거절하고 2차대전의 전운이 감도는 1938년 여름 조국으로 돌아와 울트라 임무에 참여했다. 튜링은 에니그마의 암호체계를 해독하는 부서의 책임자가 되어 폴란드의 봄바를 샅샅이 분석했다. 에니그마의 비밀을 하나둘 풀 때마다 영국군은 전술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지점에 항공기를 출동시켜 그때마다 반응하는 독일 측의 암호 전문을 도청하는 형태로 암호 체계를 해독했다. 독일군이 매일 새벽 6시 직후에 일기예보를 암호로 전송한다는 사실도 암호 체계 해독에 활용했다.

독일, 영국의 에니그마 해독 사실 모른 채 전쟁 치러
튜링은 이런 과정을 거쳐 1940년 에니그마의 암호화 과정을 역추적하는 해독기 ‘봄베’를 완성했다. 봄베는 봄바를 만든 폴란드 과학자들에 대한 경의의 표시였다. 봄베는 영국이 독일의 U보트 공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 1940년 5월 프랑스 북부 지방에 포위된 수십만 명의 영국군을 됭케르크에서 무사히 철수시키는 데도 기여했다.
튜링은 봄베가 자료를 기억하지 못해 앞서 작업한 정보를 재창조하거나 재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봄베가 정보를 저장할 수만 있다면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기계에 저장했다가 도청한 에니그마 메시지와 비교할 경우 해독이 그만큼 쉬워질 것으로 추측했다. 그래서 이를 보완해 1943년 12월 완성한 것이 세계 최초의 연산컴퓨터 ‘콜로서스’였다. 콜로서스는 2,400개의 진공관으로 만들어지고 길이와 폭이 각각 5m, 높이가 3m나 되어 거대했다. 초당 5,000자의 암호문이 종이 테이프를 타고 들어가면 콜로서스는 에니그마의 암호와 일치할 때까지 암호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암호를 풀었다.
콜로서스는 독일의 거의 모든 비밀통신을 도청하고 독일의 전력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꿰뚫어 보았다. 독일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암호 전문도 완벽하게 해독해 연합군 지휘부에 넘겨졌고 1944년 6월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도 독일이 상륙작전 예정지를 노르망디가 아니라 칼레로 예상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아내 상륙작전을 성공시키는 데 일조했다. 그런데도 독일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이 사실을 모른 채 전쟁을 치렀다.
종전 후 콜로서스의 존재는 비밀로 유지되었다. 그러다가 암호해독 작전에 참여했던 한 요원이 1974년 ‘울트라의 비밀’이란 책을 펴내고 1975년 10월 영국 정부가 어쩔수 없이 콜로서스 사진을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처럼 콜로서스의 존재가 늦게 알려진 덕분에 콜로서스보다 3년 뒤에 나온 에니악이 ‘세계 최초의 컴퓨터’라는 영예를 누리게 되었다.

콜로서스 존재 늦게 알려져 에니악이 ‘세계 최초 컴퓨터’ 영예 안아
종전 후 튜링은 “기계도 생각할수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골몰한 끝에 1950년 ‘계산기계와 지능’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은 1980년대에야 연구가 본격화한 인공지능 컴퓨터의 가능성을 제시한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튜링은 1952년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곤경에 빠졌다. 당시 동성애는 마땅히 처벌받아야 할 중범죄였기 때문에 외설죄로 기소되었다. 튜링은 전쟁 중의 공로를 인정받아 징역은 면한 대신 1년 감호처분을 받았다. 그는 감호소에서 동성애 성향을 치료하기 위해 여성 호르몬을 규칙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시험적 처방에 따라야 했다. 정해진 간격으로 정해진 양의 여성 호르몬이 튜링의 몸에 투입되면서 몸에서는 발기불능, 중추신경계 손상, 여성 유방증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처방은 1953년 4월에 끝났지만 증상은 여전했다. 그러던 중 1954년 6월 7일 저녁, 동화 속의 백설공주가 독사과를 먹고 죽은 것처럼 그 역시 청산가리를 주입한 사과를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주검 옆에 떨어진 사과에는 여러 번 베어 문 자국이 있었다. 튜링의 존재는 1977년 설립된 애플컴퓨터의 ‘베어 먹은 무지개 사과’ 심벌을 통해 영원히 기억되는 듯 했다. 로고가 비슷해 사람들은 튜링의 천재성과 창조성을 흠모한 애플컴퓨터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튜링의 먹다 남은 독사과를 심벌로 선택한 것으로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 애플이 “튜링을 기려서 베어먹은 사과를 심벌로 택한 것은 아니다”라고 공식 발표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나 튜링을 아끼는 사람들은 애플컴퓨터의 심벌이 차라리 튜링의 독사과였으면 하는 아쉬움을 공공연하게 내비치고 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2년 뒤인 1966년 ‘컴퓨터 부문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이 제정되어 해마다 컴퓨터 분야에 공헌한 사람에게 상을 주며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튜링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2009년에는 고든 브라운 당시 총리가 영국 정부 관계자로는 처음으로 튜링이 받았던 처우에 대해 사과하고 2013년 12월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특별사면했다. 스티븐 호킹 등 과학자를 포함한 3만 7,404명의 청원을 여왕이 받아들여 사면령을 내린 것이다.

■원자로 ‘트리가 마크 Ⅱ’와 고리 원전 1호기

▲ 세계 최초 컴퓨터‘콜로서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 마크(TRIGA Mark)-Ⅱ’가 문화재청 근대문화재분과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등록문화제’ 제577호로 등록됐다”고 12월 23일 밝혔다. 등록문화재는 국보나 보물처럼 국가가 지정해 관리하는 ‘지정문화재’는 아니지만 근대 문화 유산 가운데 건설한 지 5년 이상이 지나고 특정 분야에서 보존 가치가 있는 상징적인 유물이 선정된다. 지난 7월 현대자동차 포니와 금성사(현 LG전자) TV, 삼성전자 D램 등 산업기술 유물 32점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됐지만, 과학기술 연구시설이 등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일보 2013년 12월 24일>

1953년 12월 8일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제목의 유엔 연설을 통해 “원자력발전 등 평화적인 목적으로 핵을 이용하려는 나라에게 기술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가공할 핵폭탄으로만 인식되어온 원자력을 평화적인 목적의 발전 동력으로 사용하자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인간이 지닌 위대한 창의력을, 죽음을 생산하는 물질이 아닌 삶을 창조하는 물질을 만드는 데 바칠 것을 전 세계 앞에서 약속한다”는 아이젠하워의 연설에 전 세계는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이승만 대통령은 우리가 과연 원자력 발전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했다. 이런 이승만 대통령에게 원자력의 이용을 쉽게 설명하고 납득시킨 사람이 워커 리 시슬러였다. 그는 유럽 주둔 미군 총사령관 아이젠하워 장군 휘하에서 전후 유럽 복구사업의 총책임을 지고 단시일 내에 임무를 완수한 전기기술의 대가로, 미 에디슨사의 사장과 회장을 역임한 사람이다.
무엇보다 1948년 5월 14일 북한의 전력 송출 중단으로 남한이 심각한 전력난에 빠졌을 때 ‘자코나’(2만kW 급)와 ‘엘렉트라’(6,500kW 급) 발전함을 각각 인천항과 부산항으로 보내도록 미 정부를 설득해 관철시킨, 우리에겐 더없이 고마운 사람이다. 그는 이승만 대통령에게도 원자력의 중요성을 깨우쳐주었다.
우리나라는 1956년 2월 3일 ‘원자력의 민간 이용에 관한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의 협력을 위한 협정’이라는 다소 긴 이름의 원자력 협정을 미국과 체결했다. 한국이 비로소 원자력 발전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이미 1954년 6월 소련의 오브닌스크 원전이 세계 최초로 시운전에 성공하고 1956년 10월 세계 최초의 상업 원전인 영국의 콜더홀 원자력발전소가 가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미국과의 원자력 협정에 이어 1956년 3월 문교부 안에 원자력과가 설치됨으로써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 행정기구가 탄생하고 4월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 연구생들이 미국 아르곤연구소에 파견되었다.
1957년 7월 29일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발족한 가운데 원자력법이 1958년 2월 국회를 통과하고 3월 11일 공포되었다. 1959년 1월엔 원자력 정책을 집행할 ‘원자력원’이 설립되었고, 1959년 3월엔 원자력원 산하에 ‘원자력연구소’가 세워졌다.
원자력연구소는 73만 달러를 들여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사의 자회사인 제너럴 아토믹(GA)사로부터 실험용 원자로 ‘트리가 마크(TRIGA Mark)-2’를 도입해 박정희 정부가 출범한 후인 1962년 3월 30일 가동했다. ‘트리가’는 출력에 따라 마크-1(10kW), 마크-2(100kW), 마크-3(1.000kW)로 나뉘었다. 원자력연구소는 1969년 4월 마크-3도 도입해 우리나라는 2개의 실험용 원자로를 보유하게 되었다.

세계 21번째, 아시아 4번째로 ‘제3의 불’ 점화
원자력 이용에는 박정희 정부도 관심이 많았다. 1967년 3월 원자력원을 확대개편한 ‘원자력청’을 신설하고 그해 4월에는 원자력 정책을 포함한 국가 과학정책을 총괄하는 ‘과학기술처’를 발족시켰다. 1967년 10월에는 50만kW급 원전 2기를 건설한다는 장기 플랜을 세웠다.

▲ 실험용 원자로‘트리가 마크 Ⅱ’

원전을 지으려면 원자로를 선정해야 하는데 당시에는 경수로로 통칭되는 ‘가압경수로’, 비등수로로 불리는 ‘가압비등수로’, ‘가스냉각로’ 세 가지 방식이 있었다. 경수로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등이 제작한 원자로였고, 비등수로는 트리가 마크-2를 제작한 제너럴 일렉트릭사가 기술을 지니고 있었다. 가스냉각로는 영국의 원자력수출공사에서 생산했다.
한국은 경수로를 선택해 1970년 12월 한국전력과 웨스팅하우스가 원자력 발전소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경수로를 설치할 장소로는 경남 양산군 기장읍 공수리와 고리, 행주산성 부근인 행주외성 등 세 군데가 물망에 올랐으나 고리가 최종 후보지로 선정되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고리에서 원전 1호기 착공식을 연 것은 1971년 3월 19일이었다.
턴키 방식(일괄도급)으로 건설된 고리 1호기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원자로 계통을 맡고, 영국의 제너럴일렉트릭 컴퍼니(GEC)가 터빈 발전계통을 담당했으며 현대건설과 동아건설이 현장공사에 참여했다. 원전에 대한 원천기술이 없었던 우리로서는 턴키 방식이라도 감수해야 했다.
1977년 6월 19일 고리 1호기에서 사상 첫 핵분열을 시작하고 1978년 4월 29일 상업운전을 시작함과 동시에 웨스팅하우스사로부터 원전을 인수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21번째, 아시아에서는 일본, 인도, 파키스탄에 이어 4번째로 ‘제3의 불’을 점화한 나라가 되었다.
준공식은 1978년 7월 20일에 열렸다. 고리 1호기의 시설용량 58만7000kW는 당시 우리나라 전체 발전용량 659만kW의 9%나 될 정도로 우리 발전 시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65만kW의 고리 2호기는 1977년 3월에 착공하고 1983년 7월 25일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중수로를 채택한 월성 1호기는 고리 2호기 준공에 앞서 1983년 4월 22일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고리 2호기와 월성 1호기도 턴키 방식이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논 턴키 방식을 채택한 발전소는 고리 1호기 준공식과 함께 기공식을 개최한 고리 3?4호기이다. 이는 우리의 원전 기술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증표였다.
2012년 현재 전국적으로는 고리 4호기를 비롯 전남 영광에 6기, 경북 울진에 6기, 경북 월성에 4기 등 모두 20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고 신고리 1~4호기, 신월성 1?2호기 등 총 6기가 건설 중이다. 고리 1호는 설계수명 30년이 끝난 2007년 6월 9일 가동을 멈췄으나 안전성 평가에서 연장 가동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되어 앞으로 10년간 더 가동될 예정이다.

■모택동 탄생 120주년

▲ 모택동

중국이 마오쩌둥의 추억에 잠기며 전국적으로 추모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인민일보 등 관영매체들은 마오쩌둥 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환구시보는 12월 24일 사설에서 “마오쩌둥을 부정하는 것은 유치한 망상”이라며 “마오 주석의 공적은 7할, 잘못은 3할이라는 말에 동의하며 과오보다 공적에 대한 평가가 높다”고 주장했다. 인민일보는 마오쩌둥 기념관에 36년 동안 2억 명이 참배했다고 보도했다. 마오의 고향인 후난성 사오산에도 추모 인파가 몰리고 있다. 중국인들이 마오에 이처럼 열광하는 것은 마오가 ‘건국의 아버지’ ‘혁명가’를 넘어 신격화된 존재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평생 청렴했던 마오를 이제는 재물을 지키고 자신을 보호해주는 관우와 같은 신으로 여기고 있다. <서울경제 2013년 12월 24일>

모택동(1893~1976)은 젊어서 공산주의를 봉건적 착취구조와 제국주의 열강의 침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민족해방투쟁의 이념으로 받아들여 장개석의 국민당군과 일본군을 상대로 처절하게 맞서 싸웠다. 마침내 결실을 본 1949년 중화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수립 후에는 모든 구질서와 구세계를 비판하고 부정하며 파괴했다.
필요에 따라서는 생사를 같이해온 공산당과 정부의 각종 권위마저도 파괴의 대상으로 삼았다. “낡은 것을 파괴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것을 세울 수 없다(불파불립·不破不立)”며 언제나 파괴의 가치를 우선으로 여겼다.
이런 모택동의 성향은 혁명이나 전쟁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는 승리를 담보해 주었으나 국가를 통치하고 관리할 때는 숱한 혼란과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불러왔다. 특히 문화대혁명 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파괴 욕구와 반항 기질은 중국 사회를 무법천지로 빠뜨렸다. 
모택동은 중국 호남성 장사 부근의 소농 집안에서 태어났다. 14살 때 결혼을 했으나 2년 후 부인이 자식 없이 죽자 1910년 집을 나와 인근 도시에서 주경야독하며 세계 정세를 깨우쳤다. 1913년 입학한 장사사범학교에서는 그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스승 양창제의 가르침을 받았다. 1918년 사범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북경대학 도서관 사서 보조로 근무했다.
모택동은 ‘신청년’ 1918년 10월호에 실린 이대교의 글 ‘볼셰비즘의 승리’라는 글을 읽고 러시아 혁명과 이후 들어선 혁명적인 새 질서를 알게 되었다. 1919년 10월부터 몇 개월 사이에는 어머니와 양창제, 아버지 세 사람을 한꺼번에 잃는 슬픔을 겪었다.
1921년 7월 중국 공산당이 창당될 때 창당 멤버로 이름을 올리고 1924년 스승 양창제의 딸인 양개혜와 결혼해 3명의 자식을 낳았다. 1927년 4월에 일어난 장개석의 ‘반공 쿠데타’에 대항해 그해 9월 ‘추수봉기’를 일으켰으나 실패해 이후 정강산을 전초 기지로 삼아 농민혁명을 꾀했다. 1931년 11월 강서성 서금에 중국 최초의 소비에트를 수립했다가 장개석 군대의 토벌전에 밀려 어려움을 겪었다.

준의회의는 모택동의 운명을 바꾼 전환점
모택동은 정강산에서 하자진을 만나 동거를 시작했다. 하자진은 훗날 세 번째 부인이 된다. 두 번째 아내 양개혜는 수년 동안 장사에 숨어 있다가 국민당군에 잡혀 참수되었다. 모택동과 양개혜 사이의 세 아이 중 막내는 죽고 두 아이는 구조되어 소련 공산당이 모스크바로 데려갔다.
모택동은 강서성 서금 소비에트에서 한동안 저항했으나 장개석의 계속되는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1934년 10월 대장정이라는 고난의 행군을 시작하고. 대장정 중이던 1935년 1월의 준의회의에서 공산당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대장정이 중국 공산당의 운명을 역전시킨 결정적 모험이었다면, 준의회의는 모택동의 운명을 바꾼 전환점이었다.
1936년 연안에 도착한 모택동과 홍군은 그곳을 거점으로 삼아 힘을 비축했다. 대장정을 완수한 모택동이 분파 투쟁을 종료시키고 당의 지도권을 획득한 시기도 연안시대였다. 1939년 하자진과 이혼하고 상해 출신 여배우 강청과 네 번째 결혼한 곳도 연안이었다. 모택동은 1943년 공산당 중앙위원회 주석과 정치국 의장을 동시에 손에 쥐면서 1인 독주 시대를 열었다.
1949년 10월 중화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수립할 때까지만 해도 모택동의 삶은 중국에 공산주의를 심기위한 고통과 성취의 기간이었다. 그러나 중국에 사회주의 국가를 수립한 생애 후반기의 삶은 “모택동 만세”에 탐닉한 기간이었고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 등으로 중국 인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던 절대권력자의 행패와 횡포의 시기였다.
그는 “알고 있는 것은 말하라. 남김없이 다 말하라”, “모든 영역에서 백 가지의 꽃을 피게 해서 백 가지의 사상과 학파가 서로 겨루게 하라”는 ‘백가쟁명’, ‘백화제방’으로 예술인과 지식인들의 속마음을 드러내게 하고는 비판 세력을 솎아내 제거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세력을 구축하고 강화했다.

“마오 주석의 공적은 7할, 잘못은 3할”
1959년 8월 모택동에게 직간했다가 바로 실각한 국방부장 팽덕회의 몰락은 중국 사회 전반에 침묵을 불러왔다. 대약진운동의 실패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시작된 문화대혁명은 중국을 수십 년간 퇴보시켰다. 모택동과 다른 노선을 추구한 유소기는 죽음으로 내몰렸고, 등소평은 5년 동안 연금과 유배 생활을 해야 했다. 대약진운동의 실패는 2000만 명의 인민을 굶겨죽였고, 문화대혁명의 광란은 수천수만 명이 홍군에게 맞아 죽도록 했다.
오늘날 문화대혁명은 대약진운동과 함께 모택동 개인숭배가 빚어낸 중국 인민의 최대 비극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그래도 모택동은 생전에 국민당의 장개석과 일본인들을 몰아내 나라를 세운 일과 문화대혁명을 일으킨 일을 가장 큰 자랑으로 여겼다. 모택동은 이렇게 절대 권력을 행사하다가 1976년 9월 9일 83세로 눈을 감았다. 20세기 중후반의 중국을 쥐락펴락하던 모택동 시대의 종막이었다.
모택동에 앞서 같은 해 1월 ‘영원한 2인자’ 주은래가 죽고 7월에 평생의 혁명동지 주덕마저 생을 마감함으로써 1976년은 중국 현대사를 갈라놓은 중요 분기점이 되었다.
그토록 중국 전역을 혼란과 광란으로 몰아갔던 모택동이었으나 그의 죽음에 중국인들은 지난 고통도 잊은 채 망연자실하며 오열했다. 그가 죽은 지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모택동의 초상은 여전히 천안문 광장을 지키고 있고 젊은이들은 모택동의 동상 앞에서 백년가약을 맺고 있다. 6종의 모든 중국 화폐에 모택동의 초상화만 실려 있을 정도로 모택동은 중국 인민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로 군림하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