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2월11일부터 내년 1월3일까지 임시국회를 열어 새해 예산안과 각종 법안을 심의하고 있다. 예산안은 이미 법정 처리 시한을 넘겼고 시급한 민생법안이 산적하지만 사안마다 여야 간 입장차가 커 난항을 겪었다.

안상호 기자 press83@

임시국회에서는 여야 간의 마찰이 이어졌다. 새누리당은 외국인투자촉진법과 관광진흥법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 처리에 주력했으며, 민주당은 전월세 상한제법과 학교급식법 등 민생 법안과 국정원 개혁 법안 등에 총력을 기울였다. 예산 심의를 놓고도 여야간 대결구도가 공고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조세조정소위원회를 가동하고 본격적인 예산심의에 돌입했지만 삭감과 증액분야에서 여야간 입장이 팽팽했다. 2013년 세수가 당초 목표액보다 14조~15조원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2014 6·4지방선거를 의식하고 증액만 주장해 예산심의가 순탄치 않았다. 12월5일 국회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각 상임위를 열어 예산심의에 시동을 걸었으나 여야는 각각 사회간접자본(SOC) 예산과 복지 예산 증액을 강조한 반면 줄여야 하는 감액 부분과 세수증대 방안에는 이견을 보였다.

새해 예산안 둘러싸고 좁혀지지 않는 입장차
새해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간 ‘쩐의 전쟁’이 분수령을 맞았다. 지난 12월16일 예결특위에 따르면 감액심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15개 중 12개 상임위가 요청한 증액 규모는 5조원에 이르고 나머지 3개 상임위까지 마무리되면 국회의 예산 증액 규모는 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많은 국토교통위가 2조23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안전행정위(6900억원), 산업통상자원위(5400억원), 환경노동위(5200억원),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3100억원) 등도 증액을 요청했다. 여기에 보건복지위가 2조원가량의 복지관련 예산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며, 쌀 직불금 인상이 걸려있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도 1조8400억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여야가 합의한 삭감액은 107개 사업에서 총 5707억원에 불과하다. 정부의 예산규모를 늘리거나 일부 항목을 대폭 삭감해야 여야가 요구한 9조원가량의 예산 확보가 가능한데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예산안조정소위의 한 위원은 “(예산 증액은) 상임위별로 10~15%밖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결과적으로 예산 변동폭은 2조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마쳤어야 할 감액심사가 미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당이 이른바 ‘박근혜표 예산’ 삭감에 당력을 집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서 감액이 이뤄져야 증액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소속의 한 예산안조정소위 위원은 “지금까지 의원들이 요구한 예산안과 각 상임위별로 올라온 증액안은 아무 소용이 없다”면서 “감액만큼 증액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예결특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이 ‘무상보육예산 국고보조율 20%포인트 인상’ ‘보육료 지원단가 인상’ 등을 포함해 총 8조원가량의 증액 방침을 밝혔지만 실제 민주당이 계획하고 있는 증액규모는 3조5000억원가량이다. 민주당 소속 한 예산안조정소위 위원은 “현실적인 민주당의 예산증액안은 사회취약계층 등을 지원하기 위한 복지예산 3조5000억원”이라면서도 “이 역시 녹록지 않다”고 전했다. 현재 합의가 안 된 항목 대부분이 ‘박근혜표 예산’이다. 총 34개 사업으로 새마을운동, 안보교육, 창조경제 등 대통령 관심사업과 각 부처에 분산 편성돼 있는 특수활동비와 홍보비 등이다. 이 항목들에서 얼마큼 삭감하느냐에 따라 증액 규모가 결정될 수밖에 없어 여야가 쉼 없이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여야는 예산안 신경전을 이어갔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민주당이 ‘박근혜표 예산’은 무조건 드러내겠다며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고,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도 당 회의를 통해 “예산안 심사에서 새누리당은 대통령만 볼 게 아니라 국민을 바라봐야 한다”고 맞섰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본격적으로 활동 시작
여야 합의로 구성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12월12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위원장으로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을 선출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특위는 이날 위원장 선임의 건과 여야 간사선임의 건을 상정, 새누리당과 민주당에서 지난 12월10일 각각 임명한 위원 전원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정개특위 위원장으로 주호영 의원을, 간사에 김학용 의원을 각각 내정했다. 위원으로는 장윤석·홍문종·김희정·박대동·성완종·이노근·이우현 의원을 임명했다. 민주당은 간사에 백재현 의원을 선임했으며 위원에는 박기춘·김영주·황주홍·윤후덕·김성주·도종환·한정애 의원을 임명했다. 비교섭단체 몫으로 정의당 원내대표인 심상정 의원이 위원으로 참여하게 됐다. 이날 선임된 여야 간사들은 향후 정개특위에서 논의할 주제선정, 소위 구성 등 의사일정에 대해 협의를 가질 계획이다. 정개특위의 활동기한은 내년 1월31일까지다. 특위에서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및 교육감 선거 개선 방안 등 지방자치 관련 선거 현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주호영 위원장은 특위 활동과 관련, “특위의 임무는 지방자치선거제도 마련”이라며 “위원들이 가진 역량 모두를 다 발휘해주실 거라 믿으며 정개특위가 원만하고 순조롭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여당 간사인 김학용 의원은 “부족하지만 간사를 맡게 돼 영광스럽지만 마음이 무겁다”며 “백재현 의원과 잘 소통해 좋은 성과가 나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야당 간사인 백재현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가 6개월이 채 안 남았다”며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해서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모든 분들을 편안하게 해드리고 지방자치단체가 발전 될 수 있도록 서두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여야 위원간 상견례에서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은 “지방선거와 관련 좋은 선거방안을 만들겠다”고 했고, 같은 당 박대동 의원은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면 국민적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노근 의원은 “평생을 일선 기초단체, 광역단체, 중앙정부에서 골고루 근무했다”며 “국회 입성 전에는 노원구청장을 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여러 토론을 하면서 좋은 결과를 내자”고 말했다. 이우현 의원은 자신이 지방의회 의원 출신임을 밝히면서 “(특위 활동을 통해) 여야가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장윤석 의원은 “좋은 작품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사무총장인 홍문종 의원은 “그동안 국회가 열심히 하지 못했다는 따가운 질책이 있었다”며 “정개특위에서 국민 기대에 부응하고 새로운 이정표를 열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여야가 원만히 합의해 좋은 결과를 신속히 만들자”고 했고 같은 당 도종환 의원은 “(회의 참석 전)교총회장으로부터 교육감 선거와 관련한 간곡한 말씀을 들었다. 지혜를 모아 지자체 선거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민주당 사무총장인 박기춘 의원은 “말만 무성하고 결과가 없는 위원회가 되어선 안 된다”고 했고, 윤후덕 의원은 “지난 대선 때 모든 후보들이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했는데 약속을 지키는 정개특위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주홍 의원은 “미국과 일본, 한국이 닮은 게 많지만 본질적으로 다른 게 지방정부와 지방정치의 건강에 있어 근본적인 차이가 난다는 것”이라며 “더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선 중앙당으로부터의 분권이 필요하다 본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무엇보다도 지방자치선거를 왜 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당리당략적 접근이나 포퓰리즘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는 게 제 역할이다. 유권자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고 거대 정당들의 기득권을 내려놓은 실질적인 개선도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민생 뒤로 한 채 정치적 공방 이어가
여야는 국회 정상화 사흘째인 12월12일에도 예산안과 국가정보원 개혁 특별위원회, 막말 논란 등을 놓고 정치적 공방을 이어갔다. 새누리당은 연내 예산안 처리를 다짐하면서 민주당 의원들의 ‘돌출 발언’을 연일 비판하며 정쟁의 불씨를 살렸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12월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발(發) 정쟁의 불씨는 남아 있지만 집권여당으로서 연내에 예산안을 통과시켜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유기준 최고위원도 “100일 간의 정기국회는 사실상 식물국회였고 온갖 정쟁의 장으로 변질됐다”면서 “어제부터 시작된 임시국회에선 정쟁을 멈추고 민생 법안과 예산안을 조속히 심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과 장하나 의원의 발언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장삼이사(張三李四)라도 면전에서 들었으면 따귀가 올라갔을 발언이고 예의와 금도를 벗어난 발언”이라며 두 의원의 사과를 거듭 촉구했다. 유수택 최고위원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설을 거론하며 “민주당이 두 의원에게 응분의 책임을 묻지 않으면 국민으로부터 영원히 버림받아 머지않아 신당에 손들고 흡수통합되는 불행한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새누리당은 민생을 챙기는 일과 별개로 이번 망언에 대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며 “오늘 충청도와 경북에서 시민들과 당원들이 망언 규탄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두 의원의 발언이 대통령의 생명을 위협하고 헌정질서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면 뭐겠느냐”면서 “막말을 던져 혼란과 분열도 모자라 나라에 불 지르는 것은 더더욱 도리가 아니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이날 재가동하는 국정원 개혁 특위를 적극 부각시키는 동시에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정부·여당의 ‘종박(從朴)몰이’ 행태를 거세게 비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국정원 개혁 특위의 순항은 신뢰와 대화의 정치를 복원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며 “국정원 개혁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다면 정국 파국의 방아쇠가 될 것이고 어떤 것이 될 지는 순전히 새누리당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 대통령의 만연한 불통의 저변에는 박 대통령만 바라보려는 종박의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면서 “모든 문제의 근원은 종박이다. 종박적 태도를 버리고 소통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민주당 의원들 발언과 관련해 문재인 의원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새누리당에 “적반하장이고, 스스로 정당성을 자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치공세를 중단하고 특검을 즉각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기춘 사무총장은 “두 의원의 발언에 호떡집 불난 듯 호들갑을 떤 여당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종북과 막말 프레임 덮어씌우기 역시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위원회 소속 진성준 의원은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수사 결과 발표 움직임에 대해 “상부의 지시가 없었다는데 소가 웃을 일”이라며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이고, 자체수사를 하겠다고 했을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라고 비판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