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다녀와서

▲ 21세기의 허난설헌 예초 정정순

 살아서 누구를
 그리워한다는 것
 힘들기도 하구나
 너희들을 오랜만에 보니까
 너무 반가워서 눈물이 흐르더니

 그 아이 생각에 불현듯
 이 지구 어디라도 살았으면
 만날 수 있으련만
 그리움에 눈물이
 말도 할 수 없고

 사랑한다 이역만리
 먼 곳에서 몸조심하고
 이 엄마는 너를 앉아 있게 하고
 엄마가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던데
 일하는 네가 안쓰럽고 아깝던데

  어른이 다 된 너희들 앞에
 이제는 내가 어린아이가 되더구나
 너무 좋아서 너무 대견해서
 너무 자랑스러워서
 더 할 말이 없다

마음의 자유

 수많은 세월을 숨 쉬며
 작은 잎새만 한
 내 크기를 알고
 아름다운 구속
 아름다운 굴레에서
 자유로우리

  익을 만큼 익은
 사랑의 기술로
 부드러운 동작
 끝없이 흘러가
 솔바람 속에 날아가는
 방패연만큼 자유로우리

 진실 하나로
 내 울타리를 지키고
 지혜와 용기로
 자연을 동경하면서

 자유인만큼
 자유로워진다면
 이제와 무엇이 부러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