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 예초 정정순

봄소식 안고
부산행
열차표를 손에 쥐는 날,
그리던 바다를 꿈꾸며 즐거워하리라

시린 이별 속에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흐린 하늘에 눈보라가
바람결에 휘날리던 기차역,

카메라 앵글을 맞추며
일상의 각박함에서 벗어나
모처럼 어깨가 으쓱해진다

온기를 느끼는 사람끼리
진솔한 이야기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모르던 바닷가

꿈 많던 학창 시절로 돌아간
여행길에 내 옷자락은
나비가 되어 멀어 날아가고 있었다.

의암호에서

안개 속 호수에는
무르익은 가을의 정취가
가득하였다

강바람에 머릿결을 날리며
살금살금
고기가 숨어 노니는 곳까지 간다

물결 타고
춤을 추는 갈댓잎 사이로
낚싯대 드리웠지만
한낮의 물고기들은
기척이 없었다

수채화 같은 산을 바라보며
잡히지 않는 물고기를
유인해 보려던
호수의 한나절
평화로운 강바람 속에서
차 한잔을 음미하고 나니
차표 한 장 들고
또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