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현대사회에서는 물건과 물질만이 교환될 뿐 ‘더불어 사는’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히 훈훈한 정을 나눌 이웃이 있을 수 없고, 나눔과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살아남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에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만이 팽배해 있다.

▲ 손경락 회장

아직도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기부’에 대해 재벌이나 매체에 오르내리는 유명인사에 국한된 특수한 행위로 인식하는 습관적인 오해를 하고 있다. 그러나 기부라는 것은 절대 그렇지 않다. 작은 활동이 하나 둘 모인다면 그 자체가 따뜻한 지역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나눔 문화의 본보기가 된다.

16년 째 ‘사랑의 가위손’ 봉사 실천
최근 손경락 한국이용사회 대구 수성구 지회장의 행보가 화제다. 손경락 회장이 이끌고 있는 한국이용사회 대구수성구지회는 16년 째 경산 진량에 소재하고 있는 지체장애인 시설인 안락원과 성주 가야산 인근 요양시설인 실로암에서 가위손 봉사를 실시하고 있다. 손경락 회장은 뜻있는 이용인들과 뭉쳐 봉사회를 결성, 매월 정기 봉사 외에 연말이나 노인의 날에도 홀몸노인을 모시고 사랑의 이발을 해주고 있다. 그동안 ‘사랑의 가위손’을 통해 이발해준 사람들만도 7천여 명에 달한다. 손경락 회장은 “대구수성구지회는 1997년부터 메달을 딴 이발사들이 친목을 갖고 그때부터 소외된 지역을 찾아 이발 손길이 없는 곳, 성주 가야 산기슭 노인복지관과 경산 진량 1급 지체 장애인들이 있는 안락원 등을 찾아 봉사해왔다”며 “봉사를 하러 갈 때 마다 나이 드신 노인 분들이 한분씩 사라지시는 걸 보고 쓸쓸한 마음이 커졌다. 그래서 그 마음을 조금 누그러트리고자 지금은 노래나, 공연 등도 함께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이용기술에 대한 배움의 길도 열어주고 있다. 시골에서 태어나 16세에 대구에 정착했던 손경락 회장은 자신이 배가 고파 세끼를 국수로 대신하고 의자에서 그 추운 날씨에 이불도 없이 잠을 청하며 배운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후배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결손가정에서 어렵게 학교생활을 하는 학생들을 위해 자신도 어렵지만 기술을 지도하고 재료를 사주고 그렇게 키운 제자만도 30여 명이다. 손 회장은 “이들이 각자 여러 대회에 출전하여 입상하고 자영업을 할 때 가장 행복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손 회장의 지도로 멋지게 자신의 갈 길을 가고 있는 제자들은 매년 스승의 날이면 그에게 안부전화와 꽃을 보낸다고. 현재 손경락 회장은 어릴 때 이루지 못했던 배움의 꿈을 이루고자 대구 화원읍에 위치한 한남미용정보고등학교에서 부인과 4년째 다니며 곧 졸업을 앞두고 있다. 70~80년대 배움의 뜻을 펼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배움터인 이곳에 손 회장은 명예교사로 위촉받아 제자들을 가르치며 공부하는 중이다. 손경락 회장은 “앞으로 대학에 진학하여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하여 가진 기술과 함께 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봉사활동에 헌신하고자 한다”며 “전국 방방곡곡에 우리 이용인들은 저보다 더 봉사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은 무엇을 바라고서 하는 봉사활동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실한 마음을 베푼 이 사회의 훈훈한 마음이다”고 전했다.

3만 이용인의 권익 보호에 힘쓰다

▲ 손경락 회장의 한국이용사회 대구수성구지회는 16년 째 경산 진량에 소재하고 있는 지체장애인 시설인 안락원과 성주 가야산 인근 요양시설인 실로암에서 가위손 봉사를 실시하고 있다

3년 전 수성구 지회장 선출 때 ‘저를 지지해주는 단 한 표라도 있다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신념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는 손경락 회장. 그는 회장 취임 후 지회의 질적 개선을 위해 각 구역을 돌며 세미나를 통해 신기술을 보급하고 상호간에 이해심을 길러 사회봉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했다. 가진 것이 이용기술 뿐이라는 손경락 회장. 16세의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 대구에 왔던 그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이발소였다. 손 회장은 “잠자리도 없이 이발의자에 잠을 자며 아침 일찍 일어나 물지게로 드럼통에 물을 길어 한 통을 채우면 허기가 들어 기진맥진하던 시절도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렇게 배운 기술로 대구에서는 최고의 수익을 자랑하는 이용사로 성장했다. 여러 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하여 수많은 입상을 하기도 했지만 1980년대 이용업이 지하로 내려가면서 암흑기가 찾아왔다. 이용소를 대표하던 사인볼을 건전하지 못한 타 업종이 유사하게 만들어 이발소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것. 손경락 회장은 “이발은 외과의사에 의해 시작된 기술로, 이발소의 사인볼은 동맥, 정맥, 붕대를 상징한다”며 “이러한 의미 있는 우리 고유의 특허를 낸 마크를 모방해 타 업종이 사용을 하며 전국 3만 이용인을 욕되게 하고 이용인들은 좋지 않은 말들을 많이 들어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손 회장은 수성구에서나마 이러한 분위기를 정화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모색해왔다. 한편 손경락 회장은 미용분야의 종사자들이 이용업의 업무 분야를 침해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병원에 가면 내과와 외과가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이발과 미용도 마찬가지다. 바리캉은 이발업종의 고유 기구로 법적으로도 그렇게 되어 있으며, 보건복지부에서도 미용실에서는 바리캉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정의하고 있다. 손 회장은 “미용실은 깎기가 아닌 오로지 다듬기 정도만 허용이 되고 있다. 하지만 미용실에서 이용업의 업무를 자꾸만 침해한다면 이용업계도 파마를 하는 등 미용업의 분야까지 담당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렇게 된다면 이용과 미용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분위기가 빠른 시일 내에 시정되기를 바란다. 바리캉으로 머리카락을 깎는 것은 이용업계 고유의 일이다”고 촉구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