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작용은 한번 경험한 심정을 자기 내부에 불러일으키고, 그러한 후에 운동, 선, 색, 음, 말로 표현되는 형태에 의해서 그 심정을 전하여 다른 사람도 같은 심정을 경험하도록 하는 데에 있다.

황인상 기자 his@

한 사람이 의식적으로 외면에 보이는 어떠한 표시로 자신이 경험한 심정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다른 사람이 그 심정에 전달되어 그것을 느끼게 된다고 하는 이러한 인간의 작용, 그것이 예술이다.

‘신화의 섬’ 제주 통해 자연의 생명력 예찬

▲ 임성호 화백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임성호 화백은 제주지역의 대표적인 작가다. 현실적이면서도 환각적인 세계를 담아내는 그의 캔버스에는 미지의 세계에서 느낄 수 있는 몽환적 분위기에 압도당한다. 달콤한 몽상과 낭만적 서사를 연상케 하는 그의 작품들은 차별화된 화법을 바탕으로 한국적인 조형미를 표출해내고 있다.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현대인을 위로하고, 자연의 감성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임성호 화백의 주요 소재는 ‘제주’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제주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조금은 생소한 ‘신화의 섬’ 제주다. 지역을 대표하는 오름, 분화구, 한라산, 바람, 일출, 백록 등을 다루지만, 그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신화적 분위기와 색의 변주로 기묘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화면을 통해 보이는 장면들은 지극히 명상적이며 시(詩)적이다. 평화롭고 고요한 화면은 인간의 소음을 지우고 숭고한 자연의 생명력을 예찬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담겨있다.
  여기에 임 화백은 때로는 풍경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고독과 그리움으로 대변되는 자화상을 삽입해 분위기를 압도하고, 자연과 인간을 접목한 에로티시즘(eroticism)으로 범위를 넓혀 화면을 풍성하게 한다. 

임성호 화백은 “그간 지역 작가로서 제주의 자연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볼 것이며, 그 모습을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를 화두로 작업에 임했다”며 “보이는 그대로의 풍광도 아름답지만 그 이면의 정서적 모습까지 담고자 신화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제주를 두고 ‘신화의 섬’이라 말하는 임 화백은 예로부터 제주와 관련된 다양하고 풍부한 이야기들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물론 제주는 풍광이 빼어나 그 어디를 가더라도 아름답지만, 임 화백은 눈에 보이는 제주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신화적인 분위기를 화면에 도입함으로써 더욱 제주다운 느낌을 표현해내고 있다. 

▲ 백록시절

여기에 독특한 ‘수채 스크래치 화법’은 그의 작품에 깊이를 더한다. 임 화백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수채 스크래치 화법은 기존의 수채화 기법을 보완하기 위해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것으로, 두꺼운 종이 위에 칼로 긁어내며 수채물감으로 색을 칠하는 고된 과정을 거치면서 화면에 밀도감과 중량감을 더한다. 이처럼 독특하면서도 독창적인 화풍을 완성한 임 화백은 이제 제주에서 가장 주목 받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무의식에 내재하는 생명의 근원을 갈구하다
“흔들림 없이 가자. 예술의 길을... 어차피 삶은 한 번 뿐이고 누구에게나 다 죽음은 다 찾아오는 법. 두려워 말라. 나약한 마음으로 사느니 차라리 예술의 길 위에서 죽자.” 대상을 있는 그대로 관조하기보다 그 실체의 본질을 탐구하고 확인하는 작업을 거듭해온 임성호 화백.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예술세계를 선보이며 차별화된 조형성을 나타내고 있는 그는 눈에 보이는 세계보다, 무의식 속에 내재하는 생명의 근원을 찾아 끊임없이 갈구한다.

제주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한 임성호는 지금까지 총 7번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제주미협전, 제주미술제, 한국전업미술가협회 제주지회전, 제주-해남성 미술교류전, 제주-오키나와 미술교류전 외 국내외 유수의 그룹전에 참가하며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미술협회 회원, 제주미협 회원, 한국전업미술가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매 전시마다 섬세한 붓터치와 절제된 색감, 색감의 대비 등 다채로운 매력으로 관람객들을 사로잡는 그는 앞으로도 제주의 정체성을 찾는 작가가 되고자 한다.
 “제주의 풍경을 그리는데 앞서, 제주인들의 문화와 정서를 담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향후 활발한 전시활동으로 대중과 소통하겠다”고 다짐했다. NM

▲ 몽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