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는 심신을 달래줌과 동시에 예절과 질서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예술이다. 문필’이란 문(文) 곧 ‘글’과, 필(筆) 곧 ‘글씨’를 가리킨다. 예로부터 글 짓고 글 쓰며 생활해 온 우리 동아시아의 선비 지식인의 전형적인 행태를 말함이니, 이들을 가리켜 문필가라 일러왔다.

윤담 기자 hyd

집집마다 문방사우를 갖추고 있던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대중들의 관심도 서예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서예계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중국식 서풍, 일본식 현대서예의 물결, 그리고 서구 미학까지 가세한 글씨들이 한국 서단에서 유행하게 되면서 ‘한국적 서예’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의문도 제기되면서 우리나라 유일한 추사체의 재조명과 대중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추사체의 우수성 알리기 위해 총력 기울여

▲ 최영환 이사장

마음이 어지러울 때, 가만히 글씨를 쓰는 것처럼 좋은 것이 또 있을까. 서예가 고루하다는 것은 옛 말이다. 전통 속에서 찾는 현대의 미는 그 어떤 화려한 것보다 진정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가산 최영환 이사장은 추사체의 대가인 연파 최정수 선친의 대를 이으며 추사체의 연구, 보급을 위하여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어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 등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서예가다.

1967년 첫개인전을 시작으로 총 네 번의 개인전을 개최한 최영환이사장은 중국의 여러 비림과 한국서예비림에 입비되어 있으며 대전 삼문사, 울산 양덕사, 인천 황룡사 등 사찰 주련 및 현판과 신도비, 묘비 등의 뛰어난 작품은 서예계의 이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또한 중국, 일본, 대만, 미국, 홍콩, 싱가폴 등 해외 방문전시에서도 독특한 추사서체로 극찬을 받았으며 대한민국사회교육문화상, 세계평화예술문화상, 한국서화예술문화상, 아세아미술공로대상, 일본문화예술공로대상, 2016 대한민국 소비자선호브랜드 대상, 2017 글로벌 신한국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1995년에는 서울정도 600주년기념 타임캡슐에 추사체로 가훈을 필서해 남산 민속마을에 수장되어 정도 천년에 꺼내어 전시하게 되었다. 이러한 최영환 회장의 작품 활동에 있어 가장 주가 되는 것은 바로 서예의 대중화 및 추사체의 재조명이다. 당시의 서체와 구별되는 개성이 강한 서체로 많은 사람들이 추종했던 추사체는 굵고 가늘기의 차이가 심한 필획과 각이 지고 비틀어진 듯하면서도 파격적인 조형미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한국 서예계에 있어 추사체의 위상은 그리 높지 않다. 오늘날의 서예는 중국의 서체에만 집중되어 있고, 추사체에 대한 일반적 인식이 낮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추사체는 전, 예, 해, 행, 초 등 모든 서체를 개성 있게 융합한 가장 진보적인 서체다”면서 “추사체는 서법이 매우 난해하여 기존 서예가들도 추사체의 우수성을 이구동성으로 말하지만 접근을 꺼려하는 것이 현실이다”고 안타까움을 밝혔다. 이에 추사체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 온 최 회장은 추사김정희선생추모 전국서예백일장(예산), 한국 추사서예대전(과천) 운영 및 심사, 일본국제공모전일전 심사, 한국서화작가협회공모전 심사 등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 한국추사체연구회 상임고문, 한국서화작가협회 고문, 갑자서회 고문, 추사서화예술원장, 한일중서예문화교류협회 부회장, 대한민국서예문인화총연합회 이사, 한국추사연묵회 이사장, 한국서예비림협회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국제교류 통해 한국 서예의 위상 제고
지난 1975년 선친인 연파선생이 창립한 한국추사연묵회의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최영환 선생은 매년 정기회원전을 개최 43회에 이르고 있으며 대전시와 교육청의 후원 아래 시민과 청소년을 위한 모범가훈 및 좌우명 전시회와 써주기 등 다양한 재능기부행사를 개최함으로써 도덕운동 및 전통문화계승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05년 중국 흑룡강성 대경시서법가협회와 서화교류협정을 체결하고 상호방문 서화교류전을 개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 이사장이 주관하는 추사서화예술원과 중국 하얼빈 철풍서원이 서화교류협정을 체결하고 한중수교 20주년이었던 지난 2012년에 홍철군 하얼빈서법가협회 주석과 한중서법교류 양인전을 서울에서 개최하여 양국에 문화적 파장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최영환 회장은 “추사체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지도자들이 많이 양성되어 추사의 연구영역이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면서 “추사체는 중국의 서체와 구별되는 독특함을 지닌 서체로서 파격의 조형미로 많은 이들이 감탄하고 있다”며 “앞으로 서단에서 훌륭한 추사체 작품들이 탄생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의 한류가 연예, 음악, 체육, 음식에 이르기까지 세계화되고 있는 오늘날, 서예분야는 아직도 사대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추사체의 발전을 위해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을 뒷받침해야 한다. 아울러 중국 서체에 길들여진 국민들이 한국의 추사체에 대한 의식수준도 향상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