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는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하다. 남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적 풍토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남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는 이기주의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윤담 기자 hyd@

치열한 생존경쟁의 사회 환경에서 종교는 각박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등불이 되어 함께하고 있다. 사람들이 물질로 채울 수 없는 자신 속에 있는 나머지 빈 공간을 보람과 의미로 채우고 있는 것이다.

부처님의 가피로 ‘영험한 기도처’ 자리매김

▲ 성율 스님

제주시 한림읍에 자리한 ‘해운사’는 제주인들에게 관세음보살의 가피를 염원하는 기도처이자 제주를 찾는 관광객과 불자들에게 소원을 성취하는 기도염원 도량으로 정평이 나 있는 곳이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이곳은 병을 치유하기 위해 수많은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해안도로 옆에 자리한 이곳은 오직 입구에 돌기둥 두 개, 사천왕상, 대웅전과 요사채가 전부다. 절은 산 속에 있을 것이라는 통념을 깬 해인사는 일주문, 천왕문 등을 거쳐야 법당에 이르는 일종의 관행도 무너뜨렸다.

특이한 점은 해인사 앞에 ‘부처물’이라 일컬어지는 용영험한 용천수가 솟아난다는 것이다. 이 용천수는 1270년 몽고군 침입을 막기 위해 신당에 올릴 청청수로 이 물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도 부처물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영험한 힘을 뿜어내며 힘차게 솟아오르고 있다. 해운사의 탄해 성율 주지스님은 “해운사는 앞을 못 보는 아들을 둔 어머니가 아들의 병이 낫길 기대하며 지은 사찰이다”면서 “눈 하나가 없는 아들이 출가해 해운사에서 밤낮으로 수행한 결과 없던 눈이 돌아왔다. 그 스님이 은사이신 향봉 수명 스님이다.

부처님 가피 때문에 많은 신도들이 와서 병을 치료했던 이야기가 많다”고 설명한다. 지난 1968년 찍힌 제주도 한림 해운사 낙성기념사진 속에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출가 전 수명스님의 모습이 담겨 있다. 성율스님의 설명에 의하면 당시에는 눈이 없어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출가 후 밤낮으로 수행하며 ‘몽수경’과 ‘고안경’을 독송한 수명스님은 앞을 보게 된 후 선글라스를 벗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운사는 제주도 사람들 사이에 ‘영험한 기도 도량’으로 입소문이 나 찾는 이들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곳에서 열린 포교를 통해 생활 속 불교를 설파하고 있는 성율스님은 “불교는 상당히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종교다. 인과응보의 원인과 결과가 뚜렷하고 나의 행복을 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남을 위하는 유일한 종교다”면서 “현재 사찰의 70~80%는 스님 혼자 있는 독사리 절이다. 때문에 각 사찰의 힘만으로 포교가 어렵다. 이를 지역별 권역별로 나눠 서로 연대해 어린 아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전 세대가 어울리도록 포교해야 한다. 불교 종파를 넘어 모두가 중생의 삶이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적극적으로 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불교, 새로운 패러다임 통해 도약해야
“궁극적으로 물질과 과학이 지배하는 미래사회는 더 이상 종교가 필요치 않게 된다. 젊은이들이 외면하는데 남아나는 종교가 있겠는가? 미래 종교는 도태될 염려가 많다. 기독교는 죽었다. 불교는 미래이고, 미래가 불교다.” 1974년 출가한 성율스님은 한국불교태고종 제주교구 포교원장, 한국불교태고종 중앙총무원 규정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제주불교연합회 명예회장, 불교대학 학장, 한국불교태고종 제주교구 종무원장, 태고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지난 6월20일 해운사 개금불사를 봉행한 성율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사는 것은 곧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며 “불교가 깨달음의 종교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제 한국불교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한 한 단계 도약의 길로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성율스님이 말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란 다름 아닌 프로그램이다. 성율스님은 “불교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면서 “이제 스님들이 산속에만 있을 게 아니라 세상 속으로 나와 사람들과 부딪치고 제도하고 가르쳐야 한다. 절에 오는 사람만 받아서는 부처님 사상을 제대로 전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흔히 종교의 미래가 어둡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래 우리 사회도 어둡다”면서 “그렇지만 한탄만 하고 있을 수 없다. 희망을 찾기 위해선 우리 모두 할 수 있는 일을 위해 나서야 한다. 분명한 것은 정신이 죽은 사회는 온전치 못하다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인류, 정신을 되살리는 일에 힘쓸 때다”고 피력했다. NM 

▲ 제주시 한림읍에 자리한 ‘해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