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빛과 그림자 꼼꼼하게 조명한 ‘백년 다큐멘터리’
‘상식’과 ‘균형’에 입각한 ‘100년의 기록 100년의 교훈’

차성경 기자 biblecar@

              김정형 저, 답다출판, 각권 600∼656쪽, 권당 22,000원

20세기 100년간 국내외 주요 이슈를 집대성한 <20세기 이야기> 시리즈가 총 10권으로 완간됐다. 저자 김정형씨가 전 10권 중 1900·1910년대 2권을 최근 마지막으로 펴냄으로써 20세기 역사 정리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20세기를 10년 단위로 끊어 각종 사건과 사실의 전개 과정, 주요 인물의 삶 등 역사의 단면을 10권으로 정리한 대작이다.
분량은 10권을 합하면 6220쪽, 200자 원고지 2만 4887장이나 된다. 베스트셀러 <로마인 이야기>(전 15권)의 한국어판 원고(2만 1000장)보다 많다. 총 기간은 꼬박 13년이 걸렸다.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자료를 조사·정리해 8년 만인 2012년 12월 첫 2권(1960·1970년대)을 발간하고 그로부터 다시 4년 6개월만인 2017년 5월 마지막 2권(1900·1910년대)을 발간함으로써 전 10권을 완간했다.
<20세기 이야기>의 두 축은 상식과 균형이다. 빛과 그림자는 늘 짝을 이룬다는 사실에 입각, 독선과 독단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주의·주장을 균형있게 조명했다. 대한민국의 변화·발전 과정은 시대마다 세계와 비교하고 의미를 부여했다.
책을 읽어보면 근현대사 여행이 즐겁고 유익하며 저자의 안내가 친절하고 정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가 방대한 자료 더미 속에서 사실 확인을 거듭하고 냉정한 시선으로 주요 사건·사실을 엄선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역사를 보는 관점이 뚜렷하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고 있다.
저자는 과거 ‘역사 속의 오늘’이란 제목의 고정 코너를 조선일보에 1년(2012.12~2013.11), 주간조선에 2년(2004.9~2006.8) 연재했다. 책 제목도 ‘역사 속의 오늘’(생각의 나무, 전 2권, 2005년)이다. 대광고와 성균관대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고 조선일보 편집국 조사부 기자로 입사해 지금은 독자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저자를 만나 책을 발간하게 된 동기와 목적, 그리고 100년의 교훈이 무엇인지 등을 소상하게 물었다.

- <20세기 이야기>를 간략히 소개해달라

▲ 저자 김정형

“다소 거창하긴 하지만 20세기 연대기이자 근현대사 실록이다. 국내·외에서 일어난 각종 사건·사실의 전개 과정과 주요 인물의 삶을 꼼꼼히 기술해 시대 순으로 엮었다. 정치·경제·사회 등에 치우친 다른 근현대사 책들과 달리 문화·예술·과학·스포츠·학문·언론 등 인류의 중요 궤적을 빠짐없이 수록했다. 의미와 교훈은 있는지, 후세에 영향을 미쳤는지, 선구적 업적인지, 새로운 시대사조인지 등을 수록의 기준으로 삼았다.”

- 이처럼 방대한 책을 쓰게된 계기는
“17년 전 처음 구상할 때의 계획은 1~2권짜리 분량의 ‘20세기 교양사전’이었다. 최근 베스트셀러로 성가를 높이고 있는 <지대넓얕> 류의 책이었다. 그런데 관련 자료를 모으고 있던 2002년 11월 신문사에선 흔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 김태익 당시 조선일보 문화부장이 ‘오늘의 소사’ 성격의 글을 신문에 연재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이다. ‘흔치 않은 일’이라고 한 것은 취재 기자도 아니고 신문에 글을 써 본 적도 없는 내근직 조사부 기자에게 전국의 수백만 독자를 상대로 연재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흔치 않은 일’은 ‘역사 속의 오늘’이란 문패로 구체화되어 2002년 12월 2일 조선일보 문화면의 한 귀퉁이에 처음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연재 중 늘 아쉬웠다. 200자 원고지 6~7장 안에 매일 두 꼭지를 소화해야 했는데 그럴 때마다 발단, 전개 과정, 의미, 업적 등을 제대로 짚어주기에는 지면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조선일보 연재는 1년 만인 2003년 11월 29일에 끝을 맺었다. 2004년 9월부터는 주간조선으로 자리를 옮겨 2006년 8월까지 2년 동안 독자와 만났다. ‘20세기 교양사전’을 정리해보고 싶다는 당초의 구상을 실천에 옮긴 것은 조선일보 연재가 끝난 후인 2004년 초였다. 본격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원고를 쓰는데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점차 욕심이 커지고 범위가 넓어졌다. 결국 ‘20세기 교양사전’은 ‘20세기의 모든 것’으로 확장되었다. 권수는 1~2권에서 10권으로 늘어나고 2~3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작업 기간은 14년이나 걸렸다.”

- 우리 사회는 진영 논리에 갇혀있는데 스탠스는 어떻게 취했나
“한쪽 시각만을 잣대로 삼고 있는 다른 책들과 달리 진보든 보수든 양쪽의 주의·주장을 가급적 긍정하는 입장을 취했다. ‘사회가 건강하려면 보수와 진보라는 두 날개로 날아야 한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두 입장 모두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소중한 두 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양시·양비론이나 기계론적 균형에 빠지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사회의 건강을 해치는 일부 보수의 ‘부패’와 ‘탐욕’, 일부 진보의 ‘경박’과 ‘독선’까지 수용하지 않았다.”

- 그래도 균형을 잡는 데 어려운 주제가 있지 않나
“오늘날 친일파로 낙인찍혀 있는 윤치호, 최남선, 이광수 등을 비롯해 일제하에서 활동한 주요 지도자들을 어떤 관점에서 기술하냐였다. 내가 그 당시 태어나 그들처럼 출중한 능력을 갖고 활동했다면 나는 어떻게 살았을까를 스스로에게 자주 물었다. 사실 책을 집필하면서 견지하려고 한 자세는 빛과 그림자가 늘 함께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각종 인물·사건·사실들의 양면성과 명암을 가급적 사실대로 기술하려 했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사실 뒤에 가려진 이면을 변명이든 해명이든 함께 소개함으로써 균형을 유지하려 했다.”

- 국내 100년사에서 강조하려 한 것은 무엇인가
“먼저 조선이 어떻게 왜 망했는지 그 과정을 짚어보았다. 해방 후에는 그 혼란 속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어떻게 수립되고 6·25 후에는 어떻게 가난과 폐허에서 벗어나 경제적으로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혀나갔는지를 집중 조명했다. 전 세계에서 식민지를 경험한 국가 중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룬 대표적인 모범 국가로 발돋움한 동인이 무엇인지도 추적했다. 그러면서도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기까지 남북 대치와 개발독재로 인한 인권 유린, 자본의 논리로 인한 노동자·농민의 희생이 잇따랐다는 사실을 빠뜨리지 않았다.”

- 대한민국의 가장 극적인 순간을 꼽는다면
“1948년 남북의 별도 정부 수립으로 인한 분단의 고착화, 박정희 전 대통령의 1961년 5·16 쿠데타와 1973년 중화학공업 육성 선언, 1987년의 6월 민주항쟁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대표하는 상징적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한국 경제의 대사건을 꼽으라면 1970년대 한국 기업의 중동 진출, 1974년 현대조선소의 26만t급 대형유조선 진수, 1976년 현대자동차의 국내 최초 고유모델 ‘포니’ 생산, 세계 첨단산업의 주도권을 쥔 1983년 반도체 64K D램 개발, 디지털 이동통신의 CDMA 방식을 1996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것을 들고 싶다.”

- 청소년이 읽으면 무엇이 좋은가
“주요 인물들의 삶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주고 이상적인 롤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인생의 나침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20세기는 물론 청소년들이 살아가는 현재의 흐름까지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익하다. 현행 고교 국사 교과서 8종에 수록된 내용을 모두 담아 대입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서평을 검색하니 <20세기 이야기>를 소개한 매체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중 일부를 소개한다.

▶저자는 인물과 사건의 양면성을 가급적 사실대로 기술하되 기계론적 균형에 빠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2017.5.10)

▶서구 열강이 무섭게 도약할 때 우리는 얼마나 뒤처져 있었는지, 왜 일제가 한반도를 집어삼킬 수밖에 없었는지 국제 관계의 틀 속에서 조망했다. (조선일보 2017.5.20)

▶정치·경제·사회 등 특정 분야에 집중한 보통 근현대사 책과는 달리 문화·예술·과학·스포츠·학문·언론 등 한국사와 세계사의 궤적을 빠짐없이 실었다. (서울신문 2017.5.20)

▶현행 고교 국사교과서 8종에 수록된 내용을 모두 담아 청소년기에 한 번 읽어두면 20세기는 물론 현재의 흐름까지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문화일보 2017.5.26.)
▶전 세계에서 식민지를 경험한 국가 중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룬 대표적인 모범 국가로 발돋움한 동인이 무엇인지도 풀이했다. (세계일보 2017.5.27)

▶‘진보-보수 두 입장 모두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소중한 축’이라는 저자의 생각이 책에 반영돼 있다. (내일신문 2017.5.19)

▶ 20세기를 다루는 책이긴 하지만, 19세기 후반 시작된 개방·개화·개혁의 노력과 실패의 과정과 원인을 빼놓고서는 조선이 어떻게 해서 망하고 어떻게 일제의 지배를 받게 됐는지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불가능하므로 조선조 말의 시대 상황도 자세하게 수록했다. (서울경제 2017.5.29)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이 한권 한권에 그의 땀과 고뇌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기자협회보 2017.5.17)

▶글이 촘촘하고 유익하다. 20세기 벽두 물리학에서는 막스 플랑크가 양자역학 시대를 열었다. 이 편 글을 읽어 보니 내용이 충실하다. (주간조선 2017.5.22)

▶자료조사를 시작한 2004년부터 꼬박 13년이 걸렸다. 서술방식에 대해 “현대사의 명암을 사실대로 기술하되 양시·양비론을 경계했다”고 한다. (월간조선 20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