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식이 동생 광태>, <시라노; 연애조작단> 등 로맨틱 코미디의 제왕으로 불리는 김현석 감독이 3년 만에 타임스릴러 <열한시>로 돌아왔다. 그는 우연히 보게 된 <열한시>의 시나리오의 ‘훅훅 넘어가는 재미’에 빠져 연출을 시작한 이래 최초로 직접 쓰지 않은 시나리오의 메가폰을 잡았다. 김현석 감독은 스릴러 장르에 처음 도전함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관습에 기대지 않은 자신만의 방식을 고수해 색다른 스릴러를 탄생시켰다.

대한민국 최초 ‘시간 이동’ 소재와 스릴러의 만남으로 새로운 스릴러의 탄생을 예고한 영화 <열한시>가 지난 11월 20일 CGV왕십리에서 언론시사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영화 <열한시>는 내일 오전 11시로의 시간 이동에 성공한 연구원들이 그 곳에서 가져온 24시간 동안의 CCTV 속에서 죽음을 목격하고 그것을 막기 위해 시간을 추적하는 타임스릴러. 영화 상영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는 주연배우 정재영, 최다니엘, 김옥빈과 김현석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이날 스릴러의 단골 소재에서 탈피, 자신만의 개성이 살아있는 ‘타임스릴러’에 도전한 김현석 감독은 “<열한시>를 찍으면서 ‘시간 이동’이라는 설정을 표현하는데 많은 노력을 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폭발적인 관심 속에서 언론시사회를 성황리에 마친 영화 <열한시>는 11월 28일 개봉한다.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 시간을 추적하라!
시간 이동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열한시>는 대한민국 최초로 시도되는 타임스릴러 장르의 영화로 관객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1960년대, H.G 웰즈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연출한 조지 펠 감독의 영화 <타임머신> 이래, 할리우드 영화들은 다양하게 변주한 시간 이동 소재의 영화들을 선보여 왔다. 시간 이동 소재 영화 중 최고의 성공작으로 꼽히고 있는 <백 투 더 퓨처> 시리즈를 필두로 과거와 미래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스크린에 펼쳐지는 4차원 세계는 끊임없이 관객들을 유혹해 왔다. 하지만 그 거대한 스케일을 비주얼로 구현해 내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는 점에서 그간 영화 시장의 규모가 큰 할리우드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던 것이 사실. 2013년 드디어 한국 최초로 시간 이동을 소재로 한 한국형 타임스릴러가 등장해 관객들의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올해 참신하고 기발한 소재의 영화들이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한국 영화의 전성시대를 이끌어 가고 있는 가운데 김현석 감독 역시 3년 만의 복귀작으로 타임스릴러를 택하며 관객들에게 색다른 장르 체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시간 이동을 소재로 하고 있는 만큼 심해의 블루홀에 위치한 코어 에너지 연구소, 미래형 슈퍼 컴퓨터와 과학적인 고증을 거쳐 디자인된 타임머신 트로츠키 등 다양한 볼거리 역시 관심의 대상이다. 무엇보다 그 이상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충무로를 대표하는 이야기꾼 김현석 감독의 손끝에서 탄생할 독특한 스릴러 그 자체다. 24시간 이후로 이동, 자신의 죽음을 본 연구원들이 CCTV에 기록된 실제 상황을 바탕으로 시간을 추적한다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어우러진 김현석 감독만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촘촘한 이야기 구조, 감각적인 연출력은 눈을 뗄 수 없는 흡입력으로 관객들을 24시간 후의 미래로 안내한다.

# Interview 1. 김현석 감독

▲ 김현석 감독

<시라노; 연애조작단>, <광식이 동생 광태> 등의 영화에서 선보인 감각적인 연출과 디테일한 인물 심리묘사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김현석 감독이 타임스릴러 <열한시>로 스릴러 장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 각본을 맡으며 잘 짜인 플롯과 특유의 유머 코드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김현석 감독은 이후 <YMCA 야구단>, <스카우트> 등으로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하며 충무로 대표 이야기꾼으로 자리 잡았다.

Q. 영화 인트로에 “너는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 하루 동안에 무슨 일이 날는지 네가 알 수 없음이니라”라는 잠언 구절이 나온다. 그 부분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그리고 박철민 대사 중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그 부분까지 연결시켜서 말해 달라.
- 교회 다시는 분들 중 잠언을 하루에 한 장씩 읽는 분들이 꽤 있을 거다. 잠언이 31장까지 있는데, 촬영을 앞두고 각색을 하고 있다가 그날이 27일이었겠죠? 잘 안 풀렸는데, 27장 1절에 그 말씀이 있더라. 영화 내용과 잘 맞아서 아주 기쁘게 썼다. 박철민 형 마지막 대사에는 다 아시겠지만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다.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철민이 형이 조연인데 주연처럼 맨 마지막에 죽는다. 멋있는 대사를 달라고 해서 하나는 그 대사를 드렸고, 또 하나 다르게 찍은 버전이 있는데, ‘안녕 수지’다. ‘안녕 수지’는 현장에서 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건 안 될 것 같아 묘비명을 붙였다.

Q. 영화를 보면서 ‘천사와 악마’가 겹쳐져 있는 그림이 있는데 무슨 의도로 배치했나?
- 그 그림이 애셔 그림이다. ‘시간 이동’ 관련된 물리학 책들을 보면 애셔 그림이 많이 인용돼 있다. 차원을 달리 한 모습이 애셔의 그림을 쓰고 싶었다. 천사와 악마가 영화를 보면 인물들의 심리, 내면을 보면 2가지 구성을 표현하는데 좋은 것 같아서 그 그림을 썼다.

Q. 국내에서 첫 시간이동을 소재로 한 영화인데, 그 동안 많은 감독들이 이 소재를 외면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그리고 첫 도전자로서 어떤 부분이 제일 부담이 됐는지?
- 제가 겁이 없어서 하겠다고 했는데, 찍으면서 알았다. 그 동안 왜 없었는지… 설정이 ‘시간 이동’이라서 초반 20분, 주어진 조건 안에서 그것을 표현하는데 너무 어려웠다. 정말 아예 블록버스터로 가지 않는 한 마음먹은 대로 구현하기 힘들더라. 들인 비용 플러스 에너지 대비 리스크가 있어서 많은 분들이 도전을 못했던 것 같다.

Q, 캐릭터들의 직업적인 묘사나 시간 이동을 구현하는 장면 등을 촬영하기 위해 사전에 어떤 준비를 했나?
- 시간 여행과 관련된 책들을 가지고 공부 했다. 그래서 블랙홀, 웜홀을 통해 시간 이동을 하는 이론을 택하게 됐는데, 화면으로 구현하는 것이 문제더라고요. 스릴러 영화이긴 하지만 시간 이동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많이 시도되었지만 국내에서는 비교할 대상이 없어서 미술과 CG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전문가로부터 자문도 받았는데, 국내에서 블랙홀의 대가로 알려지신 박석재 박사님께 시간 이동에 관한 것들을 최대한 조목조목 여쭤봤다. 영화의 큰 틀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과학적인 상식의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Q. 타임머신에 대한 얘기를 강조하려면 <열한시>라는 제목보다는 다른 제목을 생각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굳이 <열한시>라는 제목을 고집한 이유가 궁금하다.
- 처음에 시나리오 받았던 제목은 ‘AM 11:00’로 우리끼리는 ‘AM 일레븐’이라고 불렀다. 제목을 투자사와 제작사가 여러 고민 끝에 나온 게 <열한시>인 거 같다. 개인적으로 <열한시> 제목이 좋다. 최자다니엘도 영화를 하고 나서 열한시 KBS FM 디제이 맡았고, 야구할 때 백넘버가 11이거든요. 그래서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 Interview 2. 배우 정재영
오랜 기간 시간 이동 연구에 몰두해 본격적 성과를 눈앞에 둔 물리학 박사이자 프로젝트의 팀장으로 연구가 중단될 위기에 놓이자 ‘영은’과 함께 테스트 이동을 감행한다. 24시간 후로의 시간 이동에 성공한 그는 그 곳에서 누군가의 공격을 받게 되고, 가까스로 하루 동안의 시간이 담긴 CCTV를 확보해 현재로 귀환한다. 그 후, 위험에 놓인 상황에서도 프로젝트에 집착하며 연구원들과 갈등한다.

Q. 영화에서 본인과 팀원이 죽는 모습을 봤는데, 만약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 몰래 발파선을 타고 갔을 확률이 많다. 실제로는 영화 속의 ‘우석’처럼 미래를 막아보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미 정해져 있는 미래이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연구소를 빠져나가지 않았을까 싶다.

Q. 혹시 돌아가고 싶은 시간대가 있나?
-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오늘 영화를 보니까 정말 저 정도의 기술이 될 수 있는 영화이지만 ‘정말 만들 수 있나? 그런 시절이 올까?’ 그런 생각이 잠깐 들더라고요. 그 정도의 과학기술이 발전한 한참 미래로 가보고 싶다. 지금처럼 사진기로 찍고 있을지, 눈으로 깜박깜박해서 찍고 있을지, 다 홀로그램으로 화상대화를 하고 있을지 굉장히 궁금해졌다.

Q. 김현석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는가?
- 사실 뭐 다시는 이 정도 지위의 역할은 하지 못할 것 같다. 이게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남기게 해줘서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감독님 스타일 자체가 워낙 쿨한 스타일이다. 현장에서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아주 명쾌하게 판단한다. 재미있고 활기찬 현장이어서 가장 끈끈하게 보냈던 것 같다.

Q. 촬영장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 미래로 갈 때, 시간 이동 장치인 트로츠키 안에서 웜홀을 통과하는 연기를 하며 ‘어떡해야 되지?’라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경험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다른 영화들을 참고했던 것 같다. 막연하게 ‘저 정도면 웜홀을 통과한 것 같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아무도 모르니까. (웃음) 또 촬영이 없을 때 마피아 게임을 처음 배웠는데, 연기자들에게는 아주 유익한 게임인 것 같다.

# Interview 3. 배우 최다니엘
불완전한 시간 이동 테스트를 만류하는 팀 내 가장 이성적인 연구원이자 ‘영은’의 연인. 시간 이동 후 연구소가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고 ‘영은’과 동료들의 안전을 위해 연구소를 벗어나려 하지만 프로젝트에 집착하는 ‘우석’과 대립하게 된다. ‘우석’의 숨겨진 과거를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

Q. 마지막에 정재영과 굉장한 대립각을 세웠는데, 그 부분이 연기하기 힘들지 않았나?
- 마지막 서로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극중 ‘우석’과 대립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촬영할 때 힘들지는 않았다. 사실 그런 거 찍을 때는 생각 없이 임하는 편이라서… 오히려 별거 아닌 장면에서 힘들었다. “코카콜라 사장과 부사장이 함께 비행기타는 거 봤냐?”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우리 둘 중에 하나라도 안전하게 있어야 한다’라는 의미를 담은 대사 신이었다. 정재영 선배님이 영화에서 보면 카리스마가 있고 남자답고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실제로는 정말 재미있다. 갑자기 진지하게 연기를 하는 바람에 웃음이 터져서 힘들었다.

Q. 영화 속 명장면이나 영화를 하나로 딱 표현할 수 있는 장면을 꼽는다면?
- 영화가 말하는 스릴러적인 볼거리로 볼 수 있지만, 감독님 특유의 보여지는 것과 보이지 않은 감성적인 측면에서 엇갈리는 모습을 독특하게 표현한 것 같다. 또 개인적인 명장면으로는 기타치는 장면이다. 실제 현장 동시녹음이다.

Q. 정재영, 김옥빈 등 다른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는가?
- 솔직히 이번 영화는 내게 있어서 조금 특별한, 지금까지 해온 나만의 방식에서 다른 작업이었다. 영화 <열한시>는 감독님과 배우 분들을 믿고 의지했던 작품이다. 그래서 호흡을 맞춘다기보다는 호흡을 던져 작업을 했다.

Q. 불 속에서 연기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부상을 당하지는 않았나?
- 어느 정도는 기술적인 도움을 받았지만, 실제로 현장에 불을 피우고 찍었는데 그 열기가 엄청 뜨겁더라고요. 촬영하면서 열기가 굉장히 뜨거워서 몰입이 잘 됐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 Interview 4. 배우 김옥빈
사건의 유일한 단서인 CCTV 속 비밀을 알고 있는 연구원 영은 役. 어린 시절 시간 이동 연구의 권위자였던 아버지가 사고로 실종된 후 아버지의 수제자였던 ‘우석’을 따라 시간 이동 프로젝트에 몰두한다. 하지만 테스트 이동 후 현재로 귀환한 뒤, 그 곳에서 본 것들을 숨기고 ‘우석’이 가져온 CCTV까지 없애려 한다.

Q. <열한시> 시나리오를 보고 어땠나?
- 굉장히 재미있었고, 약간 미스터리하면서 되게 잘 짜 맞춰진 시나리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게임 하는 듯한 영화를 좋아하는데 한국에서 이렇게 잘 짜인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다. 빨리 찍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영화 찍으면서 시간이동에 대해 이론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서 곱씹을 게 너무 많았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감독님을 막 귀찮게 했다.

Q. 김현석 감독과 작업해본 소감은?
- 감독님이라기보다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감독님이 영화를 너무 대충 찍는 거 아닌가 싶어 화를 낸 적이 있다. 지금 완성된 영화를 보니 할 말이 사라졌다. 지금 김현석 감독님께 너무 감사드린다.

Q. 시간 이동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 영화 촬영 전에 감독님과 실제 카이스트 물리학을 연구하는 분들과 미팅을 한 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시간 이동과 시간 여행에 대한 이론과 책들을 봤는데, 정말 시간 이동이 가능할 것 같더라. 최근 맨체스터 대학교수가 ‘시간 여행은 가능하다’라고 발표했다. 비록 돌아오지는 못한다고 했지만… 저는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사실 지금도 매일 경험하고 있다. 한국이 밤이라고 하면, 지구 반대편의 유럽은 아침이 밝아오고 있잖아요. 비행기를 타면 분명 같은 시간을 날고 있는데, 그 동안에도 지구는 자전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시간에 도착하는 거죠. 그게 시간 이동 아닐까요? (웃음)

Q. <열한시>는 어떤 영화인가?
-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시간을 소재로 다루려면 그만큼 치밀해야 되고 관객들이 생각을 할 수 있게 스토리도 촘촘하게 잘 짜여야 되는데, <열한시> 시나리오는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고 신선했거든요. 영화를 보게 될 관객들도 그렇게 느끼실 거라고 생각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