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지난 11월 7일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할머니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서울 일성여자중고등학교 3학년 77세 이선례 할머니. 그는 올해 수능시험을 치른 응시생 중 최고령자다.

▲ 이선재 일성여자중고등학교장

어린 시절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성악가의 꿈을 키웠던 이선례 할머니는 11세에 아버지의 별세로 가세가 기울어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그러나 공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그는 환갑을 앞둔 1995년 일성여자상업고등학교이하 일성여상)에서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학교에 입학했지만 당시 일성여상은 학력인정 교육기관이 아니어서 정식 졸업장은 받지 못했다. 이후 이 할머니는 일성여자중고등학교가 2년제로 학력인정을 받게 된 2000년 이후인 2009년에 재입학해 중·고교 학력을 인정받게 되었다.

성인 주부학생들의 꿈을 실현하는 교두보되다
최근 ‘만학도’들에게 배움의 기쁨을 주고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이선재 일성여자중고등학교장의 행보가 화제다. 일성여자중고등학교는 인성과 실력을 갖춘 창의적 인재 육성을 바탕으로 교육대상인 성인 주부학생에게 적합한 생활 중심의 실용 교육과 고령사회에 대비할 미래에 대한 준비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배움의 시기를 놓친 여성들이 일성여자중고등학교를 통하여 지식기반사회에 적응하고 당당한 여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성인 여성 전문 평생교육기관인 일성여자중고등학교는 양원주부학교와 함께 성인 대상 학력인정 초등학교인 양원초등학교가 한 울타리에 있는 학교이다. 1950년대 초 야학을 시작으로 교육 분야에 혼신의 힘을 쏟아 부은 이선재 교장이 그간 학생들과 함께 한 세월도 벌써 50년을 훌쩍 넘어섰다. 그가 배출한 졸업생만도 5만여 명에 달한다. 지금도 일성중고등학교의 학생들은 수업시간이 너무 일찍 끝나서 걱정이라고 할 정도로 향학열이 매우 뜨겁다. 이선재 교장은 학생들의 이러한 향학열을 더욱 북돋아주고자 교실에서 교과서를 공부하는 것은 물론, 팝송경연대회, 영어 말하기 대회, 시낭송 대회, 백일장, 국악, 마라톤 등 다양하고 내실 있는 행사를 통해 학생들의 기량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일성여자중고등학교의 교수방법 중 최고의 방법은 스스로 공부하겠다는 마음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것은 칭찬을 아끼지 않고 상을 많이 주어서 자신감을 주고 스스로 하고 싶다는 마음을 단계적으로 끌어 올려주는 것이다. 또 한문으로 자기 이름쓰기, 가족이름, 주소, 조상이름쓰기 등을 통해 자기증명법을 알게 한다든지 실생활에서 필요한 교육을 하여 이해가 쉽고 재미도 있고 보람도 느껴 다른 공부의 이해도 높이며 단계별 능력별 지도에 힘쓰고 있다.

▲ 영어말하기 대회

교사들의 다양하고 효과적인 교수법과 학생들의 뜨거운 학구열의 결과 고려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등의 대학에 진학을 시켰으며, 7년 연속 고등학교 졸업생 전원이 대학에 합격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이선재 교장은 “완전학습을 목표로 교육의 친권적인 면도 중시하고 있다”며 “최초의 교사이며 가장 위대한 교사는 어머니다. 높은 학구열과 부단한 학습을 통해 여성으로서, 어머니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해 교육과 평생 교육에 헌신하다
평생을 학교와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아온 이선재 교장은 문해교육과 평생 교육에 헌신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에 귀감이 되고 있다. 이선재 교장은 1952년 세워진 야학을 시작으로 1953년 일성고등공민학교로 인가를 받은 후 1963년 일성고등공민학교를 맡아 양원주부학교와 일성여자중고등학교로 발전시켰다. 양원초등학교 또한 지난 2005년 한국 최초로 성인 대상 학력 인정 4년제 초등학교로서 2009년에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올해로 개교 61주년을 맞은 일성여자중고등학교는 현재 석박사를 비롯하여 각계각층에서 졸업생들이 눈부신 활약을 함으로써 만학도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며 명문학교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법무장관상, 문화체육부장관상, 검찰총장상, 서울교육상, 서민대상 등을 비롯하여 최근 제1회 대한민국 평화대상, 제1회 대한민국 문화경영대상, 국제로터리클럽 총재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성인 비문해 비율은 15%이상이다. 이들을 위한 교육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실효성 없는 정책들이 많다는 게 이 교장의 지적이다. 게다가 성인문해교육 예산은 점점 삭감되고 있다. 이선재 교장은 “정부는 비문해자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비문해자를 가르치기 위해서 문해교육지원특별법을 제정하여 일정 기간 동안만이라도 지원을 해야 한다”면서 “당국의 정책결정자들이 비문해자들에게 획기적인 대책을 세워서 국가가 모든 국민이 배움의 기회를 갖게 함으로써 우리 학교에 올 대상자가 없어져 학교가 문을 닫게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이것이 나의 꿈이요 바람이다”고 전했다. 이어 “일성 이준 열사는 ‘천하에 제일 위험한 것은 무식(無識)이요, 천하에 또 제일 위험한 것은 불학(不學)이니라’고 말씀하셨다”며 “저 역시 우리나라에 비문해자가 없는 그날까지 교육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한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