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는 예로부터 문인사대부들이 좋아하는 수종이자,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나무로 손꼽힌다. 우리나라 산야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는 것이 바로 소나무이며 풍광이 뛰어난 곳에는 의례히 소나무가 의젓한 모습으로 등장하곤 한다.

▲ 이영복 작가

우리의 옛 그림에도 소나무는 쉽게 만날 수 있으며, 현대에 와서도 소나무를 즐겨 다루는 화가들은 여전히 많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화가가 있으니 그가 바로 창원 이영복 화백이다.

화가를 통해 되살아난 소나무
지난 10월 10일 부터 21일까지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창원 이영복 화백의 개인전이 열렸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소나무]를 주제로 40여 년간 전국 방방곡곡의 명송을 찾아 작가가 혼신을 다해 화폭에 담은, 500호가 넘는 대작 <단호사 적룡송 서설>을 비롯 천년송, 금슬송 등 소나무 그림 40여 점이 선보여, 많은 애호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한국화단의 대표적인, 최고의 소나무 작가인 이영복 화백은 1955년 중학교 3학년, 16세의 어린 나이에 국전으로 화단에 입문 후,
수십 년 간 전국 각지의 유서 깊은 노송을 찾아내 그 기상과 기품을 화폭에 담아온 원로 한국화가로서 그는 지금까지 총 13회의 개인전과 유수의 단체전 및 특별전 등에 참가하며 역량을 발휘해왔다.
소나무를 즐겨 그리는 이들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특히 이 화백의 소나무가 독보적이라 평가 받는 이유는 이영복 화백의 소나무는 전적으로 사생을 통해 이루어지고, 그 연륜의 오램과 그러한 과정을 통해 일궈진 소나무에 대한 각별한 이해가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의 빼어난 소나무를 찾아 나서는 답사는 사생의 대상을 찾는 단순한 기행이 아니라 자신의 스승이나 오랜 벗을 찾아 나서는 순례와도 같은 여정이였다고 한다. 소나무와의 교감을 통해 화가로서 뻗고 휘어지는 필법의 묘를 취하는 것, 이러한 대상과의 교감은 바로 자연과의 합일이라는 고전적 덕목의 구체적 실천인 동시에 그의 작업에 일관되게 관류하고 있는 핵심적인 가치다.

▲ 순흥 쌍용송

자신의 삶과 예술로 자기만의 소나무 창출
창원 이영복 화백의 소나무는 담백하고 편안하나 짜임새가 완강하고 여백이 헛되이 흐름이 없다. 사물을 과장하거나 사실감에 집착 할 때, 기운을 잃는 폐단을 경계하며, 소나무가 지니고 있는 온전한 기운을 포착하고, 대상과의 합일을 통해 그 이면을 읽어낸 결과로 외표로 드러나는 생태적 특징은 물론 소나무에 일정한 인성을 부여하였다.

▲ 녹지원(화평)

우뚝 솟아 늠름한 외경의 자태부터 구부러지고 휘어짐이 자유로워 마치 운필의 묘를 보는 듯한 기이함에 이르기까지, 또 몸통의 거친 비늘로 천년의 세월을 가늠하며 용틀임하는 기세부터 청청한 솔바람으로 파도를 일으키는 듯한 기운의 표출에 이르기까지 이 화백의 소나무는 영성을 지닌 영물의 실체로 제시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사생의 엄밀함이나 기교의 빼어남으로 획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내면에서 발현되는 정신적 가치와의 교융에 의해 구현되는 독특한 심미적 가치다.
이는 육안에 의한 관찰의 결과를 심안으로 다스려 가공하여 표출함으로써 비로소 획득되는 것이다. 그것은 물리적인 간(看)의 시각이 아니라 정신적인 관(觀)의 관점의 반영이며, 실(實)에서 진(眞)에 이르는 과정이며, 그것이 바로 이영복 화백의 소나무다.

평생을 일관된 길을 견지하며 자신의 삶과 예술로 자기만의 소나무를 창출하여 물아일체의 경계를 보여주었던 이영복 화백.
이것이 바로 그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소나무 작가로 손꼽히는 이유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