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놀라운 압축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노사관계는 여전히 1990년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갈등지향적인 노사관계를 풀지 않고서는 국민소득 3만달러 진입은 불가능하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대다.

▲ 김용목 노루페인트 노동조합위원장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동반자적인 노사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15년 연속 무교섭 임금협상을 체결한 노루페인트 노동조합의 김용목 위원장을 만나 그 해결책을 들어보았다.

‘소통’으로 15년째 무교섭 임금 협상
김용목 노루페인트 노동조합위원장은 “노사관계에서는 노사 모두의 역할이 중요하다. 회사가 어렵다고 해서 직원들을 탄압하거나 고통을 전담하거나 해선 안 된다. 결국 기업을 움직이고 이익을 내는 사람들은 직원들이기 때문이다”며 “직원들이 작은 원인 하나로 사기가 떨어지면 결국 회사는 큰 것을 잃게 된다. 노동조합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없어지면 결국 노조도 없어지기 때문에 회사의 입장도 고려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노사 모두가 ‘상생을 위한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올해로 15년 째 무교섭 협상 등으로 이미 재계에서는 소문난 노사화합 기업인 노루페인트. 그러나 노루페인트에도 노사간 갈등으로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노루페인트에 노조가 조직된 것은 지난 1987년. 이후 초창기적 상황으로 노루페인트도 여느 회사와 다를 바 없이 끊임없이 노사가 충돌했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이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외환위기 등으로 생사기로에 섰던 회사는 전 직원의 30%에 해당하는 300명의 정리해고를 선택했고, 노조는 ‘구조조정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맞섰다. 하지만 노조는 현명한 판단을 했다. 파업을 하면 다 같이 망한다는 것을 깨달은 노조는 사측에 먼저 ‘리콜’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 회사 사정이 나아지면 정리해고 당한 직원들을 다시 고용해 달라는 것이다. 노루페인트 측은 경영 여건이 개선되자 퇴직자들을 다시 불러들여 약속을 지켰다. 정년이 지났거나 재취업 등으로 돌아올 수 없었던 사람들을 제외하고 3년 동안 모두 200여 명이 회사로 돌아왔다. 이후 노사의 신뢰는 더욱 굳어졌다. 노조는 임금협상을 사측에 일임했고 회사는 성과금을 주며 노조측의 노력에 보상해왔다. 이에 노조는 자체적으로 생산성 향상, 이익창출 등 ‘회사 살리기 운동’을 벌이며 매년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노루페인트의 경우에서 확인할 수 있듯 상생하는 노사문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김 위원장은 지난 10여 년 간 1,500여 회에 이르는 강의를 진행해왔다. 김용목 위원장은 “노루페인트에는 회사가 노조를 존중하고 경영파트너로 인정하는 문화기반이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임원회의를 마치면 논의내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노조에 공유하고 있다. 더불어 매월 노사간에 원활한 소통을 위한 노사간담회도 진행하고 있다. 김용목 노조위원장은 위원장은 “결국은 소통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있기에 노조는 회사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서로 큰 양보를 이루어낼 수 있었다”며 “이렇게 노사가 신뢰관계를 잘 다졌기 때문에 이익창출, 생산성 향상, 매출신장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아직 많은 기업들에 대해 ‘노사관계가 경직되어 있다’는 목소리가 많은데, 이는 결국 소통의 부재, 신뢰의 부재로 인한 문제다”고 지적했다.

노사-노노 갈등 해결 위해 총력 기울여

▲ 명지대 특강

김용목 위원장은 지난 2009년부터 노사합의로 임금피크제를 수용, 노사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김용목 위원장은 “만 60세까지 고용을 지켜냄으로써 대한민국 샐러리맨들의 소망인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고, 시집 장가 보내며 회갑하고 회사를 떠나는 코리안 드림을 노사 신뢰로 만들어가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만 60세 정년 이후에도 건강과 업무를 고려하여 촉탁직으로 재고용했으며, 62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 노총 경기지역본부 사무처장으로 활동하며 17년째 노사화합을 추구하고 노사-노노간의 갈등 해결을 위해 노동운동에 몸담아온 인물이다. “회사가 어려울 땐 노조가 양보해야 하고, 회사는 여건이 좋아지면 노조에 베풀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는 지난 2008년 경기도 16개 지역지부 가운데 안양, 군포, 의왕, 과천, 광명을 아우르는 경기중부지역지부 의장에 당선되며 지역 노동운동을 본격화했으며, 지난해 2월에는 허원 의장의 러닝메이트로 활약하며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당선을 도왔다. 한편 노루페인트 노조위원장 선거에 네 번 출마하여 연임에 성공했을 정도로 조합원들에게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는 김용목 위원장은 “앞으로도 조합원들의 삶과 복지를 두루 살피며, 노루 가족 전체의 행복을 위해 뛰는 노동조합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면서 “이 시대 진정한 복지는 바로 일자리다. 우리나라에 일자리가 창출된다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