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골프가 대중화되면서 진성토피아무역주식회사의 행보가 화제다. 진성토피아무역은 골프장갑을 주력으로 각종 레저용 스포츠 장갑, 그리고 각종 스포츠 의류의 원부자재 등을 생산 유통하는 ‘토탈 스포츠웨어’ 생산 업체이다. 그 진성토피아무역을 이끌고 있는 이가 이중열대표이다. 이 대표의 젊어서부터 지금까지의 오랜 동안 키워온 꿈을 향한 열정, 그리고 현재와 앞으로의 모습에 대해 물었다.

정재원 기자 jjw@

화가의 꿈, 그리고 직업 군인

▲ 이중열 진성토피아무역 대표

전북 정읍에서 태어난 이 대표는 소시 적에 그림을 잘 그렸다. 대회에 나가면 최고상을 휩쓸 정도로 재질이 있었던 이 대표는 화가가 되기를 소망했다. 그러나 집안의 반대로 화가로의 길을 접어야했다. “그림을 그리려거든 학비는 스스로 벌어서 다녀라”는 부친의 완고한 반대에 당시 이 대표는 뜻을 굽힐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소년 이중열은 체념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돈 벌어서 미대 다니면 된다”는 생각을 했고 당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대안인 직업군인이 되기로 작정한다. 위의 두형이 현역 근무 중이라 삼남인 이 대표는 사실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는 당시 병역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그 권리를 포기하고 공군 사관 모집원에 응시해 합격한 이 대표는 이후 공군 항법사 직능을 부여받고 근무한다. 그런데 군에서의 생활이 녹녹치만은 않았다. 동기생 셋이 이런 저런 사고로 사망하면서 감수성 강한 이 대표는 회의에 빠진다. 전역을 결심했다. 당시 일가 친척 중에 무역 계통에서 일하시는 분이 있어 취업을 권유받는다. “그림을 그리려한 소망을 여기서 접어야하는가”는 고민이 있었지만 80년대 중반 당시에는 수출 한길로 모든 국민의 여망이 모아지고 있을 때였다. 어쩌면 진정한 전쟁에 참여하려는 어린 소년병사의 심정이었을까? 이 대표는 당시 모 미국 회사의 한국 지사 평사원으로 입사해 무역업무와의 만남을 시작하게 된다. 그 이후 자영을 하든, 다른 회사로 이동해 일을 하든 무역업이 평생의 업이 되었다. 당시 ‘상사맨‘이라 일컬어지던 무역업 종사자들은 대한민국의 수출입국(輸出立國)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에 가득 차 있었다. 지금의 일부 젊은이들처럼 공무원이 되거나 전문직 종사자가 되어 편한 삶을 보장 받겠다는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본은 고대로부터 이어져온 사무라이 세대를 기반으로 개화시대, ‘일본종합무역상사’를 탄생시켰다. 당시 생겨난 일본의 종합상사들은 메이지 유신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일본 경제 및 사회문화 전반의 근간이 되었다. 한국은 박정희 시대 이후 이를 벤치마킹해 종합상사제도를 시행하였다. 1975년, 삼성물산이 종합무역상사 1호로 등록되면서, (주)대우, LG상사, (주)쌍용 등 대기업 종합무역상사가 한국경제를 이끄는 방향타 및 견인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가 있었던 기업은 물론 동국무역, 고려무역, 삼미  등 중견 무역 업체들도 각자의 영역에서 달러벌이에 전력투구하게 된다.

차별화된 골프장갑으로 세계를 제패하다

▲ 최근 진성은 미얀마 현지기업의 제조 장비를 비롯해 플랜트 운영에 따른 제반 설비를 완벽히 설치했다.

지난 한 해 골프장을 찾은 사람이 2800만 명에 달했다. 한 해 동안 프로야구를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은 사람보다 실제 경기를 하기 위해 골프장을 찾은 사람이 4배가량 많다는 뜻이다. 국내 골프인구는 약 470만명, 잠재 골프 인구는 950만 명이다. 최근 대한골프협회가 경희대학교 골프산업연구소와 공동으로 20세 이상 성인 479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2 한국골프지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골프 인구는 20세 이상 국민의 14.2%인 약 470만 명으로 추산되었고, 골프를 배울 의향이 있는 잠재 골프 인구는 33.4%로 950만 명에 달했다. 골프 관련 거의 전 품목을 수출하고 있는데, 국내 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얻고 있다. 진성과 같은 ‘토탈 스포츠웨어‘ 생산업체는 국내에서는 유일하며 해외에서도 비슷한 예가 흔치 않다. 그만큼 관련 분야의 기술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의미가 된다. 이중열 진성토피아무역 대표는 “골프장갑은 골퍼와 그립을 연결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골프는 흔히 장갑을 벗기 전까지는 모른다고도 한다”며 “골프의 전설 진 사라센은 ‘골프 스윙의 70%가 그립에서 결정된다”고 했다. “그만큼 그립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게 바로 장갑이다”고 골프장갑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골프장갑은 소재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합성피와 양피. 양피는 100% 천연 양가죽 소재의 장갑이고, 합성피는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처럼 화학 처리된 소재로 된 인조 가죽이다. 합성피는 땀, 수분, 온도에 강하고 잘 찢어지지 않는 대신 그립감이 다소 떨어지는 흠이 있다. 반면 저렴하며 주로 연습장용 장갑으로 사용된다. 양피는 땀이나 수분에 약해 미끄러지기 쉽고 내구성이 약하나 손과 그립의 일체감이 높아 선호된다. 최근에는 내구성이 약한 양피의 단점과 그립력이 약한 합성피의 단점을 보완한 혼성피혁 장갑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천연 가죽에 부분적으로 신축성이 뛰어난 ‘라이크라’나 통기성이 뛰어난 ‘메시’ 등의 기능성 소재를 채택한 장갑이 개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현재 캘러웨이, 미즈노, 브리지스톤, 아디다스 등 세계 유명 브랜드들의 주요 공급처는 다름 아닌 진성토피아다.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에서 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장갑은 전 세계로 공급되고 있으며 100% 국내산인 원자재와 부자재는 인도네시아·베트남·인도·중국·태국·독일·루마니아 등에 전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토탈 골프웨어 제조업...세계 골프장갑의 명품브랜드로 자리매김

▲ 진성토피아무역은 개별 고객에 대한 ‘일대일 맞춤형 제조 공급시스템’을 지향하고 있다.

이렇듯 진성토피아무역이 세계시장에서 우뚝 설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이중열 대표는 단박에 ‘신용’을 말한다. “수출업체로서 새로운 해외 바이어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용을 생명처럼 여기며 바이어와의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 진성에게도 대한민국의 중소기업으로 세계를 무대로 싸우노라면 여러 장애물들과 만나게 된다. ‘환율과의 전쟁’은 무역을 업으로 하는 기업에게는 피할 수 없는 파고이다. 최근 계속되는 엔저현상으로 수출전문기업인 진성토피아무역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장기화된 세계경제의 불황 추세가 국제무역업체들의 힘겨운 짐이 되고 있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중열 대표는 ‘현지화’에 착안한다.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을 통한 생산에 이어 최근 진성은 미얀마 현지기업의 총 1000만불 규모의 생산 공장을 구축하는데 참여했다. 제조 장비를 비롯해 플랜트 운영에 따른 제반 설비를 완벽히 설치하는 부분 참여로 진성의 제조 기술이 유감없이 발휘되면서 현지 생산 및 유통으로 이어져 진성의 제품이 현지 시장 장악에 크게 기여하고 향후 직접 해외 수출의 전초기지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얀마에 이은 투자의 확대도 지속 검토하면서 글로벌 유통채널의 전방위적인 네트워크 구축도 모색할 예정이다.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오랫동안 인지도를 다져온 진성토피아의 골프장갑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세계 골프장갑의 명품브랜드로의 기반을 다졌다. 진성만의 고유한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인 성가를 얻고 있다. 단순화. 표준화를 통한 대량생산방식이 아닌 개별 고객에 대한 ‘일대일 맞춤형 제조 공급시스템’을 지향하고 있다. “세계 어떤 유명브랜드도 따라오지 못하는 진성만의 노우하우는 시장에서의 차별적 우위를 제공한다. 또한 기술의 연구개발은 언제나 진성을 ‘세계 최고’ 이게 하는 큰 힘이다“며 연구개발에 대한 자부심과 의지를 강조해 설명했다. 이중열 대표는 “이미 세계적인 성가를 얻은 국내의 유명브랜드들이 그 아성을 지키지 못하고 시장에서 쓰러져갈 때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며 “실제 삼성, 현대차, LG 등 주요 대기업 브랜드 외의 토종 중소기업 브랜드는 보호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는 유산으로 물려져야할 한국의 콘텐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산업은행 등 국책투자기관의 적절한 인수, 관리를 통해서 세계 속의 한국 토종브랜드를 살리는 과감함이 아쉽다“고 토로한다. 

새로운 시대정신이 새롭게 창조되기를 바라...

▲ 세계 어떤 유명브랜드도 따라오지 못하는 진성만의 노우하우는 시장에서의 차별적 우위를 제공한다.

이 대표는 사회 초년병 시절부터 지금껏 세계를 무대로 살아오고 있다. 지금도 한해의 절반이상은 해외에서 체류한다. 세계 어디이든 동고동락했던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오히려 국내보다 해외에서 만난 친구들이 더 많다. 그런 그가 “최근의 젊은 세대와는 격세지감을 느끼곤 한다”고 말한다. 젊은 시절 상사맨으로 세계 이곳 저곳 오지를 누비며 겪었던 많은 일들이 지금에 와서는 추억이 되곤 한다. 출장 당시 이슬람 문화권 국가에서 화장실 갔다가 휴지가 없어 느꼈던 곤혹감, 현지 언어가 익숙치 않아 반대 뜻으로 의사를 전했다가 낭패를 본 일...소소하지만 그때는 크게 느껴졌던 그런 기억들이 지금의 이 대표를 있게 한 자양분이 되었다고 회상한다. 지금의 젊은 세대에 대한 노파심은 어쩌면 격변의 시기, 1970년 이후 80년, 90년대를 지켜온 기성세대의 공통된 고민일지도 모른다. “험한 시간을 겪으며 느꼈던 성취감, 보람의 감정들이 지금 젊은 세대에게는 어쩌면 주어지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힘든 과정을 겪을 필요 없이 이미 완성된 상차림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게 풍찬노숙을 기꺼이 받아들였던 그때의 심정이 이해될까요?” 이 대표는 “수출입국으로 다져온 대한민국의 미래, 선배세대의 뜻이 희석되지 않고 지금에 맞는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재창조되어 무장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젊은이들의 야망을 향한 도전은 아름다운 것이며 이 시대를 사는 대한민국의 토양이 될 것”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젊은 세대가 보다 더 의기롭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상생, 글로벌 사업화에 좋은 선례가 될 것
현재 이 대표는 여러 가지 사업개발을 기획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아쉬운 부분은 국내 주요 대기업 스포츠 브랜드의 다양한 Application 개발이다. 이 대표는 “대기업에서 미처 관심두지 못하는 사업아이템이 건실하고 강한 중소기업에도 많이 있다. 서로 윈윈의 전략을 펼친다면 세계 속에 중소기업과 상생하며 확장하는 한국의 대기업 특성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며 “현실적 제약이 있을지 모르지만 서로 손 잡을 때 시너지가 발휘될 것이다. 앞으로 국내 주요 스포츠 브랜드와의 공조는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상생은 물론 글로벌 사업화에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의 우리나라는 특히나 격심한 경쟁사회 속에서 여러 분야에서 이전투구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것이 성장의 모멘텀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그런 경쟁심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여타 외국에 비해 경쟁력 약화현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이중열 대표는 “가깝게는 대만이나 일본도 서로 같은 사회경제 커뮤니티 안에 있다는 동류의식을 발휘할 때가 많다”면서 “그들이 합심할 때 혼자 승부하는 성향이 강한 한국경제인들과는 다르게 큰 힘이 발휘되는 것을 많이 목격하게 된다. 우리도 이제는 성숙해진 경제의 크기만큼 때론 단합하고 포용하는 성숙한 사회 경제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