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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새로운 혁신 일어날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당선
2017년 06월 07일 (수) 02:27:57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지난 5월14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새 대통령이 파리 엘리제궁에서 취임했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테러와 권위주의를 물리치고 세계의 이주자 위기를 해결하는 데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서 기자 jslee@

‘세계의 과도한 자본자의와 기후 변화’를 도전의 과제로 삼은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경제 체제를 자유롭게 하는 개혁을 단호히 추진할 것”이라며 “유럽연합(EU)이 보다 효율적이고, 보다 민주적이 되도록 압박을 가하겠다”고 다짐했다. 마크롱은 취임 선서에 앞서 전임자인 프랑수아 올랑드를 집무실에서 만나 핵무기 발사 코드를 전달받았다. 이후 로랑 파비우스 헌법위원장이 선거 공식 집계 결과를 발표하면서 마크롱 대통령은 제25대 프랑스 대통령이 됐다.

라이벌 마린 르펜 상대로 압승 거둬
올해 치러진 제 25대 프랑스 대통령 선거는 이전 선거와 달리 독특하게 진행됐다. 극우 르펜과 중도우파 마크롱, 극좌로 분류되는 라 프랑스 앙수미(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소속 장 뤽 멜랑숑 등이 접전을 벌였다. 공화당 소속 프랑수아 피용 후보가 한때 선두를 달리기도 했으나 개인비리 의혹으로 후위로 처졌다. 사회당 소속 후보는 일찌감치 5위권으로 밀려났다. 프랑스는 두 번 투표를 치른다. 1차 투표에서 상위 2명만 결선에 진출한다. 떨어진 사회당·공화당 후보가 그를 지지한 덕분에 마크롱은 65%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다. 서로 의견이 같아서라기보다 유럽연합(EU) 탈퇴(Frexit·프렉시트)까지 무람없이 거론하는 르펜의 당선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그의 지지도를 올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결국 중도신당 앙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내무부 최종집계에서 2천75만3704표를 얻어 유효 득표수의 66.1%를 획득하며 결선 라이벌인 마린 르펜을 상대로 압승을 거두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결선투표를 이틀 앞두고 집계된 마지막 여론조사들에서 나타난 24∼26% 포인트 차 승리 전망을 뛰어넘은 압승을 거뒀다.

설문조사 공표가 가능한 마지막 날인 지난 5월5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일간 르몽드의 공동조사에서 마크롱은 63%의 득표율로 승리할 것으로 예측됐다. 같은 날 해리스인터랙티브의 조사에서도 62%, 프랑스여론연구소(IFOP)와 피뒤시알의 공동조사에서 63%로 비슷한 예상 득표율을 기록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마크롱 대통령의 압승 원인에 대해서는 결선투표 나흘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행된 양자 TV토론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르펜을 압도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5월3일 프랑스 전역에 생중계된 르펜과의 토론 맞대결에서 완전히 승기를 굳힌 것으로 평가받았다. 토론 내내 비방과 인신공격 등 ‘네거티브’ 전법으로 일관한 르펜을 상대로 해박한 지식과 날카로운 말솜씨로 발언의 모순점을 짚어내는 등 르펜을 압도했던 것. 이에 프랑스 언론들도 일제히 마크롱의 손을 들어줬다. 르몽드는 토론에 대해 “극우세력을 상대로 정상적으로 토론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중상모략과 협박에 기대온 르펜의 진짜 얼굴이 드러났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TV토론 직전까지 하락세를 보였던 마크롱의 지지율은 토론 이후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역대 프랑스 최연소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25대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은 1977년 12월21일 프랑스 북부 소도시 아미앵에서 의사 부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파리 최고 명문 앙리4세 고교를 졸업한 뒤 파리-낭테르 대학에서 철학박사예비과정(DEA)을 마친 그는 명문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과 정치 엘리트의 산실로 꼽히는 국립행정학교(ENA·에나)에서 지식과 인맥을 쌓았다. 2004년 에나 졸업 후 경제부처인 재정감독청(IGF)과 성장촉진위원회(아탈리위원회)에서 일하던 그는 2008년 투자은행 로스차일드로 자리를 옮겼다. 로스차일드 시절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발을 담갔던 그는 2012년 대선 직후 올랑드 정부의 경제보좌관(부비서실장)으로 엘리제궁에 입성했다. 2014년 개각 때 경제산업디지털부(현 재정경제부) 장관에 올랐다. 마크롱은 ‘우클릭’ 경제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좌파정부에서 우파정책을 주도해온 마크롱이 독자적인 정치세력을 구상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여름이었다. 그가 주 35시간 근로제와 부유세를 계속 비판하자 사회당과 정부에서는 마크롱이 지나치게 우파적이라며 견제하는 기류가 강해졌다. 야당인 공화당에서도 “당신의 의견에 찬성하지만, 정치 구도상 지지해줄 수는 없다”는 말을 들었다.

좌우 양쪽의 견제를 받던 마크롱은 지난해 4월 독자 정치단체 ‘앙마르슈’를 출범시켰고, 8월 올랑드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작년 11월 파리 외곽의 한 직업훈련소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기존 좌우 진영을 뛰어넘어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마크롱의 평생 연인, 영혼의 동반자, 최고의 대변자로 불리는 24세 연상 부인 브리짓 트로뉴(64)에게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여년 전 16세 소년 마크롱은 40세 프랑스어 교사였던 트로뉴와 연극 동아리에서 함께 희곡을 쓰며 사랑에 빠졌다. 트로뉴는 3명의 자녀를 둔 기혼자였는데 이혼하고 2007년 마크롱과 결혼했다. 이번 대선전에서 남편과 함께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협력자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마크롱의 보좌진은 트로뉴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인 미셸 여사처럼 영향력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도 지향하며 실용주의 행보로 부동표 껴안아
지난 5월7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승리 요인을 이 세 가지로 압축했다. 공화·사회 양당 유력 대권 주자들의 몰락 속에 좌도 우도 아닌 중간지대를 선점해 대중 속으로 파고든 빠른 판단, 프랑스 사회의 뿌리 깊은 극우 혐오 등 복합적 변수들이 어우러져 압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크롱 대통령이 손쉽게 좌우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었던 데에는 거대 좌우 정당이 자멸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선거 초반 지지율 선두를 달리던 피용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세비 횡령’ 스캔들에 발목이 잡혀 추락을 거듭했고, 당초 사회당 대선 후보로 유력했던 마뉘엘 발스 전 총리 대신 지명도가 훨씬 떨어졌던 아몽 전 교육장관이 도전자로 나선 점도 마크롱 대통령에게 있어서는 호재였다. 아울러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를 지향하며 좌우를 넘나드는 실용주의 행보도 부동표를 껴안는 데 큰 몫을 담당했다.

마크롱은 부자증세 등 진보적 가치를 견지하면서도 주 35시간 근로제 완화, 법인세율 인하(33.5%→25%) 등 계속된 경제 위기를 감안해 노동·복지 분야에서 확실히 ‘우클릭’한 관점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이러한 요인 덕분에 실제 투표성향 분석 결과, 학력과 소득이 높아질수록 마크롱의 득표율도 올라갔다. 특히 대학 3학년 이상을 수료하고 월 소득 3,000유로가 넘는 고학력·고소득 유권자층에서 그는 각각 81%, 75%의 몰표를 받았다. 영국 BBC방송은 “마크롱은 사회당 정부에서 경제장관을 지내면서 집권당 후보로 나설 경우 실패를 예감하고 시민과 직접 소통하는 정치운동에 주목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마크롱이 창당한 중도신당 ‘앙 마르슈’는 2008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풀뿌리 시민운동을 본 떠 2만5,000여명의 유권자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여론을 취합한 뒤 정책을 가다듬었다. “극우 후보는 안된다”는 프랑스 특유의 정치현상 ‘공화국 전선(Front republicain)’도 어김없이 작동했다.

마크롱은 도시, 농촌과 직군을 가리지 않고 전 지역·계층에서 르펜에 우위를 점했다. 반(反) 세계화·유럽연합(EU)을 공언한 르펜은 FN의 거점인 북부 지역과 난민 문제에 민감한 남부 일부 해안도시에서 강세를 보였을 뿐이다. NYT는 “르펜은 FN에 덧씌워진 극단·인종주의 이미지를 희석시키려 애썼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4년간 나치 지배 경험이 있는 프랑스인들에게 극우는 여전히 ‘악마’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거꾸로 극우 혐오라는 반작용에 힘입은 승리는 마크롱에게 두고두고 부담될 것이란 평가다. 실제로 이번 결선투표의 기권율은 1969년 이후 최대치인 25.3%를 기록할 만큼 프랑스 유권자들의 정치환멸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마크롱을 찍은 상당수는 그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르펜을 저지하기 위해 현실적 선택을 한 것”이라며 ‘쓸쓸한 승리’로 평가절하했다. 마크롱이 명확한 개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오는 6월 11,18일 치러질 총선에서 패할 경우 프랑스 정치권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마크롱의 개혁 실행은 6월 총선 결과에 달려
마크롱은 경제적으로 자유주의와 프랑스의 개혁을, 정치적으로 EU 친화적인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앞길이 만만치는 않다. 가장 큰 난관은 그가 국회에 단 한 명의 의원도 내지 않은 신생정당 소속이라는 점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1년여 전 창당한 ‘앙 마르슈’(전진)는 지난 5월8일 ‘레퓌블리크 앙 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로 당명을 바꿨다. 이번 6월, 두 번에 걸쳐 총선을 치르게 되는 레퓌블리크 앙 마르슈는 소속 의원을 대거 의회로 진출시키지 않으면 사회당·공화당 등 기성정당들과 손잡고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 이에 실제로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5월15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의회가 협력하지 못할 경우 “프랑스는 5년 동안 표류를 겪으면서 국가 신용 프로파일이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무디스는 보고서에서 프랑스의 기성 양당 출신이 아닌 마크롱 대통령의 당선이 국가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 및 재정 정책 제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마크롱의 역량에 의해 크게 영향받을 것”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또 무디스는 의회 기반이 없는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 실행 능력은 6월 총선 결과가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디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신당인 앙 마르슈가 단독으로 과반인 289석을 얻을 가능성은 작다”면서 “야당이 총리를 맡는 ‘동거 정부’나 정당 간 연립정부가 출범하는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점쳤다. 이어 “어떤 형태의 정부가 꾸려지든 프랑스의 재정적·경제적 과제를 해결할 마크롱의 역량은 의회의 지지에 달렸다”면서 “내치를 총리가 맡는 동거 정부의 경우 마크롱 대통령의 국내 정책에 대한 견해는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디스는 “어떤 정당도 단독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중도 성향의 연립정부가 구성될 수도 있다”면서 “이 경우 마크롱 대통령과 정부는 공통의 대의명분을 찾아낼 가능성이 더 크며, 잠재적으로 일부 개혁을 위한 길을 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총선 앞두고 신생 정당의 한계 드러내
마크롱 대통령이 목전으로 총선과 관련해 “얼굴을 바꾸겠다”(change the face)며 ‘개혁 2단계’에 착수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5월8일 “마크롱이 대선에서 승리하자마자 과반 의석을 얻기 위해 중요한 작업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레퓌블리크 앙 마르슈는 하원 의석이 전무하지만 총선에서 577개 선거구 모두에 후보를 낼 계획이다. AFP통신은 “대선에서 이겼지만 변수가 늘어났다. 총선에서도 낙승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앙 마르슈의 리처드 페랑 선거본부장은 이날 파리에서 당명을 바꾸고 “마크롱 당선으로 정치 지형 재편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좌도 우도 아니다. 총선은 대선 승리의 두 번째 단계”라고 덧붙였다. 마크롱 당선자는 평소 ‘프랑스 정치는 너무 식상하고 공허하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좌와 우를 모두 아우르게 될 것이라고 페랑 본부장은 밝혔다.

앙 마르슈는 6월 11일과 18일 열리는 총선에서 577개 선거구 절반에 여성을, 나머지 절반에는 지역의 정치신인을 후보로 내세울 계획이다. 공화당과 사회당 등 기성정당 출신도 일부 있지만, 프랑스 정치에서 수십년간 좌우를 가른 두 정당과 연합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마크롱이 바라는 앙 마르슈의 미래는 ‘프랑스 공화당의 가치를 가진 진보주의자 가족’이라고 AFP는 전했다. 그는 정치 스펙트럼의 양끝에 도사린 중도 세력을 규합해 전반적인 정치 지형을 중립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총선 후보등록 마감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공천자를 확정하지 못한 데다 공천을 둘러싼 잡음까지 일면서 신생 정당의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앙마르슈가 총선에서 제1당 지위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개혁 과제도 좌초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 5월13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앙마르슈는 하원 전체 의석 577석 중 여전히 148명의 공천자를 확정하지 못했다. 11일 428명의 1차 공천 명단을 발표했으나 19일 후보등록 마감을 엿새 앞두고도 4분의 1가량이 공석 상태인 것이다.

공천에서 탈락한 마뉘엘 발스 전 총리(사회당) 지역구에는 예우 차원에서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1차 공천 명단은 개혁 정당을 목표로 한 마크롱 대통령의 의도대로 정치 신인들로 채워졌다. 전체의 52%가 선출직 공직 경험이 전혀 없고 절반은 여성이며, 연령대(46세)도 현 하원의원 평균 연령(60세)보다 14세나 낮았다. 수학자와 전직 여성 투우사, 구직자가 포함되는 등 다양성도 어느 정도 충족했다. 하지만 초유의 공천 실험은 여러 뒷말을 낳고 있다. 대선에서 마크롱을 지지한 프랑수아 바이루 민주운동당 대표는 앙마르슈 측이 당초 120명을 약속한 공천 지분을 어기고 자당 소속을 35명밖에 공천하지 않았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공천 미신청자와 부적격자가 버젓이 명단에 포함되는 등 ‘아마추어리즘’ 비판도 거세다. 언론은 이런 우려를 감안해 앙마르슈의 공천 지연을 ‘의도적 공백’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영국 BBC는 “자신의 약점이 사회당 출신인 점을 잘 아는 마크롱은 사회당 인사들을 대거 기용해 공화당의 먹잇감이 되는 걸 원치 않는다”고 했고, 가디언은 “앙마르슈는 정치색이 옅고 마크롱에 친화적인, 중량감 있는 우파 후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마크롱의 전 소속당인 사회당 출신은 24명이나 영입된 반면, 중도우파인 공화당 인사는 한 명도 없어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 신당은 공화당 의원 20~30명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정치대학 정치연구소의 파스칼 페리노 소장은 “동정심에 호소하는 정치 신인이 신선해 보일지 몰라도 프랑스인들은 잘 갖춰진 정치인을 선호한다”며 “마크롱에게는 유권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국가 통합 과제 극복해야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에 오른 마크롱은 높은 실업률과 유럽 대륙을 강타한 이슬람 극단주의, 국가 통합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된다. 에마뉘엘 마크롱의 프랑스 대통령 당선은 극우·포퓰리즘 정치가들의 득세로 분열위기가 고조되던 유럽을 결속과 통합의 길로 돌려놓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 로스차일드에서 인수합병전문가로 일했고, 경제관료를 지내기도 했던 마크롱은 EU가 상징하는 자유무역·문화적 다원주의의 신봉자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진행된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반(反) EU 입장을 내세운 극우파 르펜과 극좌파인 장 뤽 멜랑숑 후보 두 사람이 도합 40% 이상 득표하는 등 프랑스 정치에서도 반세계화·반 EU·국수주의가 강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결국 프랑스 국민들은 유럽통합론자인 마크롱을 지도자로 선택했고, 당분간 그에게 힘을 몰아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마크롱 당선이 EU의 안정을 가져올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크롱이 친 EU 성향이지만 선거기간 중 투자위기를 겪는 EU 회원국을 위한 별도의 유로존 예산 편성, 재무장관직 신설 등 개혁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EU 리더격인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9월 총선을 앞두고 이런 개혁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고 독일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각국 정상들은 마크롱 당선에 일제히 축하를 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위터를 통해 에마뉘엘 마크롱이 차기 프랑스 대통령으로서 대승을 거둔 것을 축하한다”며 “마크롱과 함께 일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축전을 보내 “양국 관계를 튼튼하고 안정되게 유지하는 것이 양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선거기간 중 마크롱을 공개 지지했으며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마크롱 당선이 확정된 직후 직접 전화통화를 하고 축하의 뜻을 전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프랑스가 자유, 평등, 박애를 선택했고, 가짜뉴스의 폭정에 ‘노(NO)’라고 말했다”며 이번 선거 결과에 의미를 부여했다.

EU의 정치적 결속 강화 위한 행보
지난 프랑스 대선에서 친 유럽연합(EU) 입장을 표방했던 마크롱 대통령이 EU의 정치적 결속과 경제적 통합을 강화하는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 5월14일 엘리제 궁에 입성하는 마크롱 당선인은 독일을 방문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회동했다. EU의 핵심 축인 프랑스와 독일 간 유대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월12일 마크롱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와의 회동에서 EU의 반 덤핑 조치 강화와 전략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 통제 등 EU의 경제적 결속을 높이기 위한 제안들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어 FT는 마크롱 당선인이 친 EU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EU 회의론자들과 세계화에서 소외된 노동자들의 분노를 풀어주는 대책을 시급히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극우주의자인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를 결선 투표까지 진출시킨 반 EU 및 반 세계화 정서를 다독이는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5월7일 치러진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극우 성향의 르펜이 아닌 중도 성향의 마크롱 대통령이 압승하면서 EU 지도자들 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흔들리던 유럽대륙을 다시 결속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보고 안도의 숨을 내 쉬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부를 옹호하고 있다. 이에 후보시절부터 유로존 단일의회를 창설해 공동 예산을 집행하고, 경제 위기 대응 프로그램을 운영하자는 제안을 해 왔다. 특히 지난 1월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 연설에서는 "프랑스와 독일이 단일통화 연합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유로화는 10년 이내에 사라질지 모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크론 대통령은 EU의 변화가 시급하다는 입장도 보이고 있다. 그의 한 측근은 “마크롱은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단호하게 친 EU 입장을 견지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상황(status quo)을 그대로 유지하기를 원한다는 건 아니다. 만일 EU 지지자들이 현재의 EU를 바꾸지 않는다면 더 이상 신뢰를 얻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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