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행복한 삶을 살자

▲ 황보 영

누가 나에게 이렇게 묻는다. “그대는 지금 행복하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 전에도 행복했듯이 지금도 행복하며 앞으로도 행복하다. 젊은 사람들은 자기의 행복한 노후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걱정을 많이 한다. 현재 노년으로 지내는 분들은 노후를 위한 대책은 생각하지 않고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살다보니 ‘실손 보험’도 없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나이가 들 때까지 나에게 그런 방법을 가르쳐 주거나 권하지도 않았는데, 살다보니 이렇게 늙어서 살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그냥 죽을 수도 없다. 내 인생을 내가 이렇게 만들었지만, 원망하고 후회만 하고 살 수는 없다. 이처럼 늙으나 젊으나 후회와 미래를 걱정하며 산다. 이것이 내게 주어진 인생이라면 재미있게 살 궁리를 해보아야 한다. 먼저 생각부터 바꾸어 보자. 계단을 내려가다 미끄러져 한쪽 다리가 부러지면, ‘아이고 재수 없다.’ 생각하면 불행한 거고, ‘그래도 한쪽만 부러져서 다행이네.’ 하면 기분이 다른 것처럼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하면 인생이 행복해진다.
행복을 위해 무언가를 준비해야 한다는 건 행복해보지 못해서 그렇다. 오늘 행복하지 못한 사람은 내일 행복할 수 없고, 지금 불행한 삶을 살면서 ‘행복’한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은 그때가 되어도 행복할 수 없다. 이미 늙은 사람은 지금을 즐기자. 젊은 사람도 현재를 즐기기를 바란다. 다만 빚을 지지만 않는다면 행복하기 위해 별다른 것을 준비하지 마라. 지금 그냥 행복하면 된다. 내 인생에서 즐거운 부분만 찾자.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나를 위해 자신에게 행복을 느끼도록 만들어 가보자.

2. 우리는 최고의 보석모델이다
세계 최초의 인쇄물이 우리의 ‘직지’라는 건 아시지요? 그런데 세계 최초의 일간신문이 우리의 <민간조보>라는 걸 아시는 분이 별로 없다. 선조 때 목판인쇄로 발간된 세계 최초의 일간신문이라고 한다. 일간신문은 구한말에 서양에서 들여온 줄 알았는데, 약 440년 전에도 일간신문에 대한 의식이 있었다니, 자랑스럽다.

3. 산다는 건 눈부시다
바람 부는 날이면 가슴이 시려온다. 비라도 내릴라치면 가슴이 먼저 젖어온다. 창가에 서서 홀로 즐겨 마시던 커피도 누군가와 같이 마시고 싶다. 늘 즐겨 듣던 음악도 누군가와 함께 듣고 싶어진다. 바람은 자연을 흔들어주듯이 사람의 마음도 흔들어 주나보다.
사람이 그리워진다. 만나고픈 사람이 있으면 사소한 것까지도 그리움이 되고 항상 아쉬움을 남긴다. 결코 어떤 것에도 만족하거나 머무르지 못하고 새로운 외면의 세계를 향해 자꾸자꾸 뻗어 가고 싶어진다.
한 살 한 살 세월에 물들어간다. 빛깔은 형체도 알 수 없는 색으로 물들이고 숨겨진 욕망의 파도는 더욱 거센 물살을 일으킨다. 처참히 부서져 깨질 줄 알면서도 여전히 바람의 유혹엔 더 없이 무력한 나이임을 솔직히 인정한다.
자신이 품어야 할 유혹에 끝없는 마음의 반란을 경험해왔다.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긴 세월 동안 만들어진 내 인연의 숲 안에서 소중한 인연들을 쌓아왔다. 새롭게 다가오는 인연도 악연으로 기억되지 않게 만들고 싶다. 부끄럽지 않은 진실한 서로의 메아리로 평화로운 인연의 숲을 만들고 싶다.
만남이란 좋은 인연의 관계가 있을 수도 있으나 가끔은 악연도 있다. 친구의 만남, 연인의 만남, 타인의 만남, 부모와 형제의 만남, 스승과 제자의 만남, 이런 모든 만남은 인연이라는 줄기를 따라 뻗어가고 가지마다 맺힌다. 미래의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오다가 시시각각 우리 곁을 떠나고 있는 젊음을 붙잡고 싶은 갈망과 헛된 기대에 대한 공허함은 예순이 넘어서면 누구나 느끼는 공통분모일 것이다.

4. 찬 음식도 먹어보자
이 정도 나이가 들어서야 자연이 새롭게 보이고 세상이 새롭게 보이나 보다. 살다 보면 찬 음식도 먹을 수 있는 법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한식날에는 찬 음식을 먹는다. 왜 그 날에 찬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그 유래를 알아보고 의미를 찾아본다.
진(晉)나라 헌공(獻公)은 계비(繼妃) 여희(驪姬)의 모함에 빠져 전처의 소생인 첫째 아들 신생(申生)을 죽인다. 둘째 아들 중이(重耳)는 죽음을 피해 유랑 길에 나섰고, 셋째 아들 이오(夷吾)도 도망을 갔다. 둘째 아들 중이는 그를 추종하는 약간의 무리와 함께 변방에서 방랑생활을 할 때, 그들은 식량이 없어서 초근목피 고사리 등으로 근근이 연명해야 했다 그러나 귀족생활에 몸이 밴 중이는 고사리를 잘 먹지 못하였다. 이에 그 무리 중의 한사람인 개자추(介子推)는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 내어 고깃국을 끓여 중이에게 대접하는 등 충성을 다하였다.

▲ 제90회 한국의 명인 명무전 김정숙 황보영 우종현

훗날 중이는 진나라 새 임금 문공(文公)이 되었다. 새 임금이 된 문공은 논공행상으로 인재를 등용함에 있어 지난날의 기나긴 방랑생활 동안에 자신에게 충성을 다 바쳤던 개자추에게 벼슬을 내리는 것을 간과하고 말았다. 이에 실망한 개자추는 세상을 등지고 노모와 함께 산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문공은 사람을 보내어 개자추를 산에서 내려오게 하였으나 개자추는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문공은 그를 산에서 내려오게 하기 위한 방책으로 산에 불을 질렀다. 그 때가 동지(冬至)에서 105일째 되는 1년 중 가장 건조한 날이어서 불은 삽시간에 산 전체에 번졌으나, 개자추와 노모는 결코 산을 내려가지 않고 포목소사(包木燒死 : 나무를 끌어안고 불에 타죽음)하고 말았다.
또 한 번의 잘못을 저지른 문공은 크게 후회하였다. 개자추를 영원히 기리기 위해 이 날만이라도 불을 피우지 말고 찬 음식을 먹게 하였다. 바로 이 날이 한식일이다. 사람이 한평생 사는 동안 이러저러한 사유로 타인에게 은혜를 주기도 하고, 또 타인으로부터 은혜를 받기도 한다. 이렇게 주고받은 은혜에 대해서 불교에서는 남에게 은혜를 주었거든 주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받은 은혜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고, 기독교는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은 모르게 하라고 한다.

5. 은혜 입고 산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서 타인으로 부터 입은 은혜가 많지만, 은혜를 소홀히 여기거나 저버리는 풍조 속에 살아간다. 그러나 금수(禽獸)도 은혜를 알고 갚는다고 하거늘 어찌 사람의 도리로 배은망덕(背恩忘德)할 수 있단 말인가. 요즘 사람들은 개를 참 좋아한다. 왜 그렇게 개를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개는 은혜를 알고 배신할 줄 모른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이 값싼 개 한 마리를 키웠다. 웬만큼 자라면 잡아서 보신탕을 해먹기 위해서다. 한 여름이 되자 그 주인은 키우던 개를 묶어 인적이 드문 곳까지 끌고 가서 죽이려고 두들겨 패기 시작하였다. 놀란 개가 날뛰는 바람에 묶었던 끈이 풀어지고, 개는 주인한테 맞아죽지 않으려고 도망을 쳐버렸다. 주인은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돌아 왔는데, 그 개가 집에서 나오며 꼬리를 흔들며 주인을 맞아 주는 것이 아닌가. 주인은 개를 껴안고 엉엉 울며, “누렁아, 내가 잘못했다. 앞으로 단 한번이라도 개고기를 먹으면 나는 개자식이다.”고 하면서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흔히 말하기를 은혜를 모르는 사람을 가리켜 ‘개만도 못한 인간’이라고 한다. 이처럼 짐승도 은혜를 저버리지 않는데, 어찌 사람이 도리를 벗어나 은혜를 ‘나 몰라라’ 하며 등질 수 있겠는가. 매년 한 번씩 한식일을 맞이하면서 한식일이 주는 의미를 마음에 새겨보자. 사람의 도리를 다하며 살겠다는 다짐을 해보자.

6. 가진 것에 만족하면 마음 밝아진다.
세상살이를 잘 하려면 우선 돈에 대한 철학부터 정립을 해야 한다.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돈 자체는 그다지 좋은 것이 아니며, 부자가 되고 나도 썩 좋아지는 것이 없다. 오히려 돈을 지키고 더 벌고자 하니 마음고생만 심해진다. 요즘 사람들은 돈이 나에게 있어야 내 돈이라고 생각한다.
진리의 측면에서 보면 내가 상대하는 물건 전부가 내 것이다. 모두가 내 것이 아니라고 하면, 내 몸뚱이도 내 것이 아니요 내 가족도 내 것이 아니며, 내 돈 또한 내 것이 아니다. 갈 때 가지고 가기를 하나, 내 마음처럼 되기를 하나? 반대로 세상 물건이 다 내 것이라고 하면, 내가 운전하고 있는 이 몸뚱이부터 시작하여, 내가 의지하여 사는 집도 내 것이요, 이 우주 또한 내 것이다.
하늘과 땅이 없으면 내가 무엇에 의지하여 살 것인가? 실로 이 세상 물건은 모두 내 것이다. 남을 나처럼 아끼면 남이 곧 나요, 남의 물건도 내 것처럼 아끼면 내 것이나 마찬가지다. 내 것 아닌 게 없다.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다 내 마음에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마음을 잘 쓰지를 못한다. 또 내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하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한다. 건강이나 돈만이 아니라 승진하고 자식을 잘 키우고 잘 사는 것 등등에 대한 걱정이 참으로 많다. 그리고 걱정 때문에 짜증, 무기력증,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과연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가?

내가 해야 하는 일에 계획부터 세워보자. 계획은 본인이 감당할 수 없다면 모든 일에 만족하지 못하며 자기적성을 찾아도 최선을 다하기 어렵다. 가족, 단체, 사회구성원으로 다양한 생활 속에 자신이 원해서 하는 일이어야 한다. 관계로 이루어지는 여려 종류의 일을 처음 경험하면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덤벼들어야 한다. 이것을 해내는 데는 분명히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 살아가는 모든 일은 생각해보면 중요하고도 가치 있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의미가 없는 일은 없다.
앞으로 우리는 산업에 인공지능을 합류시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문화 전쟁 속에서 가장 우수하고 명분과 의미를 가진 대한민국의 뜻글자와 우리 한글, 우리말, 우리 생활민속예술에 참여해보자. 그 속에 들어있는 놀이 과정에는 생활운동과 예절이 다 녹아 있다. 이것은 또한 모두 사람과의 관계이며, 모든 것이 음률과 덕담이며 배려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 제 24회 달구벌 전국 국악대회 수상자와 기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