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예술의 기초를 이루는 ‘굿’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재담, 춤과 음악으로 풀어내는, 볼거리가 풍성한 우리 민족 고유의 종합예술이다. 이에 연극, 음악, 무용, 넓게는 현대미술까지, 많은 예술가들이 한국의 전통 ‘굿’을 주목하고 있다.

황인상 기자 his@

에너지의 질량을 무한대로 끌어올리는 우리나라의 굿은 ‘그동안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모든 관념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는’ 동시대 예술가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 양혜숙 (사)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韓劇의 정립과 우리 문화 뿌리 찾기에 매진

▲ 양혜숙 이사장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양혜숙 이사장은 독일 튀빙겐대학 철학부에서 독문학, 미술사, 철학을 전공하고 석사학위를,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67년부터 삼십 년 가까이 이화여대 독문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1978년부터 연극평론가로 활동했다. 1991년 한국공연예술학회를, 1996년 사단법인 한국공연예술원을 창립한 양 이사장은 한국공연예술원 초대원장을 거쳐 2008년부터 이사장을 맡아 오면서 1997년부터 최근까지 샤마니카 페스티벌, 샤마니카 심포지움, 샤마니카 프로젝트 등 연구와 실천을 통해 ‘한극(韓劇)의 정립과 우리 문화 뿌리 찾기’에 매진하고 있다.

양혜숙 이사장을 필두로 한 한국공연예술원은 우리나라 공연예술의 학문적 연구와 공연기법의 체계화 및 무대예술의 품격 향상을 통해 한국의 독창적 공연예술 <韓劇>을 계승 및 발전시키고 국제적 교류를 통해 세계 속에 ‘한국예술의 위상’을 제고하는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현재 한국공연예술원은 공연예술의 국제적 교류 촉진, 품격 높은 공연예술인의 지도와 육성을 위해 <한劇>의 공연기법연구 및 체계화하고 있으며 산하에 ▲공연예술의 이론과 실제에 관한 연구 및 개발을 위한 KOPAC씨어터(劇團) ▲공연예술의 진흥을 위한 출판 및 홍보를 위한 샤마니카 연구회, 한劇회 ▲제작, 심포지움, 출판, 홍보, 기록 등의 적극적인 운영을 위한 레파토리 위원회를 두고 운영 중이다. <두타(頭陀)> <욕(慾)> <십이야(十二夜)> <코카서스 백묵원> <한뮤지컬(業·Karma1)> <업(業·Karma2)> 등으로 세간에 화제를 모았던 한국공연예술원은 지난해 2013샤마니카 프로젝트 <피우다>  <레이디 원앙>등을 공연하며 다시 한 번 반향을 일으켰다.

이와 함께 설립 이듬해인 1997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의 샤먼문화를 ‘최초의 인류문화’로 간주한 ‘샤마니카 프로젝트 I’을 시작으로 한국공연예술의 뿌리를 샤먼 리추얼(shaman ritual)인 ‘굿’에서 찾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지난 2011년부터 진행한 ‘샤마니카 프로젝트 II’에서는 韓劇의 원형, 즉 우리 문화의 뿌리로 작용하는 세계관, 우주관, 시공간관, 색채관과 그로부터 출현한 복식, 의례 등을 살피고 있으며 매월 진행하는 세미나의 결과물로 <한극의 원형을 찾아서>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다. 현재 1권 <샤먼 문화>에 이어 <불교의례>를 출간했고, 세 번째 시리즈 <궁중의례>를 준비 중이다. 뒤이어 2년에 걸친 (2016.3~ 2017.12) <전통과 응용>속의 각 장르, 연극, 춤, 뮤지컬, 창극, 영화 등에서 전통이 어떻게 응용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는 중이다. 이것도 궁중의례에 이어 출판을 준비 중이다.

우리 공연예술의 원형 찾아 현대적으로 재해석
한국연극평론가협회장, 한국 ITI회장, ITI 아태지역협회 창립 및 초대회장 등을 역임한 양혜숙 이사장은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표현주의 희곡에 나타난 현대성>, <연극의 이해>, <Korean Performing Arts: Danse, Drama, Music, Theater>, <15인의 거장들> 등의 저서를 출간한 그는 <관객모독>, <구제된 혀> 등 열일곱 권의 외국서적도 번역했다. 예술감독 또는 연출자로서 참여한 공연 작품으로 <업·까르마(외디푸스)>, <코카서스 백묵원, 브레히트>, <짓거리 사이에서 놀다>, <우주목(宇宙木)Ⅰ-바리>, <우주목(宇宙木)Ⅱ-피우다> 등 다수가 있다. 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아 그것을 기반으로 한 창작행위를 하고 나아가 그러한 창작물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노력을 거듭해온 양혜숙 이사장은 한국공연예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 예술평론 실천상, 문화예술대상, 문화대상 등을 수상하는 쾌거도 거두었다. 다른 문화를 답습하거나 모방하는 것이 아닌 우리 공연예술의 원형을 제대로 찾아 가치 있는 우리만의 현대 공연예술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양혜숙 이사장. 그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