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

▲ 예초 정정순

 벌 나비 춤추는 찬란한 들
 그리움 산을 이루는
 숲 속에 하얀 꽃잎 곁에
 눈망울 반짝이는 새소리 들으니
 저 먼 곳에 있는 네 영혼 날아와
 보고 싶어 우는 듯 애절히 말하듯
 내 가슴을 슬프게 한다

 눈물겨운 세상 푸른 솔처럼 살다가
 눈망울 반짝이는 자그만 새로
 나도 환생한다면
 하늘을 날으며 무얼 할까

 하얀 꽃송이처럼 죄 없이 살다가
 다시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비린내가 풍기는 바닷가 항구 곁에
 봄날의 흰 장미처럼 웃으며
 죽어도 좋을 만큼 좋은
 그 사람의 꽃 되어
 시 같은 그림 속에 얼굴을 묻고
 겨울 없이 핀 꽃처럼 곱게 살고 싶다

 비가 내린다

 아름다운 그대는
 흰 눈 따라 하늘로 가고
 허영심으로 바지끈을 졸라 모은
 보석들은 하루아침에
 빗물에 쓸려가듯 날아가고

 뒤돌아보니 물속에라도
 뛰어들고 싶을 때
 하늘도 땅도 모를 만큼 비가 내린다

 여기 살아도 바다로 달리는
 그리움과 살아야 하고
 달려가 그대를 안아보고 춤을 추어도
 옹기종기 두고 온 모습
 다시 그리워하다
 비가 쏟아질 것 같아

 아름다운 그대 곁에 가고 싶은
 내 가슴엔
 달빛 속에 춤을 추어도
 소리 없이 비가 내린다
 하늘도 땅도 모를 만큼 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