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각박한 세상이다. 신문과 뉴스에는 연일 이웃, 지인들 사이에 벌어진 흉악한 사건 사고들이 보도된다. 모두 ‘우리’가 아닌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일들이다.

▲ 봉사는 나의 인생에 마지막 남은 소박한 꿈이라는 박노창 前부군수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철저히 개인주의적으로 변했다. 다른 이들을 생각하는 따뜻한 배려도, 희생정신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헌신적인 희생정신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해 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는 박노창 前 구례 부군수를 만났다.

두 번의 죽을 고비 넘기고 ‘건강 지킴이’ 되다
“그동안은 나와 가족을 위해 살았고, 퇴직 후 이제 남은 인생은 남을 위해서, 고향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하면서 살려고 합니다.” 박노창 전 부군수의 첫 말이다. 박노창 전 부군수는 고향 마을 어르신들의 건강지킴이를 자청하고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건강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장수고장으로 알려진 구례 출신으로 구례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온 구례 토박이인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1968년도에 공직에 몸담아 구례군 광의면사무소 근무를 시작으로 구례군청, 함평군청, 전남도청에서 근무했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는 2년 8개월 간 구례부군수를 역임했으며 이후 고향인 구례를 떠나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건설지원단장, 전남 교통연수원장을 지냈다. 지난 2012년 2월 말 전남 교통연수원장을 끝으로 43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평생을 공직에 몸담아왔던 그가 마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건강강좌를 실시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이에 대해 박 전 부군수는 “공직생활 중 구례부군수 재직시 2006년에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구사일생으로 살아났고 또 2009년 전남 교통연수원장 재직 당시에는 대장암 판정을 받고 대장절제수술과 열두 번에 걸쳐 항암치료를 받았으며 현재까지 투병 중입니다”며 “그렇게 두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면서 건강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지요”라고 말했다. 이후 공직을 마감하기 두 달 전인 2012년 1월부터 그는 광주에 있는 빛고을 노인건강타운에서 다양한 프로그램 중 평소 관심이 많았던 건강에 관련된 발 건강관리, 발 마사지, 건강치유 마사지, 대체요법, 이혈요법, 약초교실, 마술 등의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육을 통해 유익하고 좋은 내용을 접하며 이를 자신만 아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향에 내려가 고향 어르신들과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이후 박 부군수는 자신이 교육 받은 내용 중 핵심적인 사항을 정리해서 ‘9988(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 생활 속 건강교실’이라는 강의차트와 유인물을 만들어  2012년 7월 9일부터 구례읍을 시작으로 구례군 관내 8개 읍면마을을 순회하면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건강강좌를 실시하고 평소 실습을 통해 익혀온 발마사지를 해드리면서 마술공연도 선보여 어르신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구례군 관내 노인당 순회하며 건강강좌와 발 마사지 실시

▲ 박노창 前부군수는 고향 마을 어르신들의 건강지킴이를 자청하고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건강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박노창 전 부군수가 공직을 퇴직하고 고향에 내려가 고향 어르신들을 위해 선뜻 봉사에 나선 것은 그의 64년의 세월 속에서 평소 가정에서부터 밴 효심과 지역사회에 봉사해왔던 남다른 봉사정신을 생각해 본다면 자연스러운 결과인지도 모른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4대가 함께 살면서 웃어른을 공경하는 것을 배웠고, 공직생활 중에도 틈틈이 농사일을 도운 효자 공무원으로 평판이 자자했다. 또 고등학교 시절부터 1966년에 창립하여 47년의 역사를 가진 구례군의 유일한 자생봉사단체인 섬지회 창립멤버로 참여한 이래 현재까지 활동하면서 봉사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박 전 부군수는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고향 어르신들의 따뜻한 성원과 격려에 힘입어 아무 탈 없이 공직을 마감할 수 있었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순수한 마음으로 고향에서 재능과 지식을 나누는 거지요”라며 “고향 어르신들을 내 부모처럼 섬기며 보람과 긍지도 갖고. 사는 게 즐거워요”라고 덧붙였다. 현재 박 전 부군수는 구례군 관내 전 마을 남녀노인당을 대상으로 노인당 순회 건강강좌와 발 마사지, 마술공연을 매월 2회씩 실시하고 있다. 건강강좌는 발목의 펌프운동실행방법, 기적의 손톱자극법, 뇌졸중예방을 위한 민간요법, 요통·허리 디스크 예방을 위한 민간요법, 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결 등 7개 분야로 현장실습을 곁들여 설명하고, 특히 발목펌프운동을 위해 자신이 대나무로 직접 만든 운동기구를 견본으로 노인당마다 2개씩 나누어주고 변비가 심한 어르신 2-3명에게는 약초교실에서 구입한 변비약도 나누어주고 있다. 그의 이런 활동에는 보이지 않는 조력자들이 있다. 특히 유인물을 만들어 주는 도청 직원이 있는가 하면 퇴직 공무원인 왕태동이라는 그의 죽마고우는 박 전 부군수와 동행하며 ‘실습 조교’ 역할을 포함하여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공직을 퇴직한 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면서 본인의 건강관리와 함께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보람과 긍지를 갖고 즐거운 마음으로 순수한 뜻에서 출발한 그의 지식나눔봉사활동을 왜곡해서 박 전 부군수가 군수나 지방의원 선거에 나오기 위해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 전 부군수는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것이고 제가 선거에 출마하는 일도 절대 없을 겁니다”며 “선거에 나가지 않습니다. 사실 제 건강 살피기에도 부족해요”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박 부군수는 “장기적으로는 건강강좌와 함께 뜻을 같이하는 후원자를 모집하여 무료급식소 운영, 효도관광, 집수리 봉사 등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이제 봉사는 저의 인생에 마지막 남은 소박한 꿈입니다”고 전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