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은 광복절이자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건국절은 없다.  건국절이란 한 국가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는 상징적으로 표현해주는 기념일로서 한 개인의 생일과 마찬가지로 국가 공동체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것이다. 국가에 있어 건국을 기념하는 경축일은 결국 국가의 건국이념과 함께 국가 건설되어 온 과정을 다시금 기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국가정체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 경기대 국제대학 유영옥 학장

국가정체성은 국민의 국가에 대하여 갖는 심리적 유대감과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충성심, 애국심과 같은 신념체계를 의미하기도 하고, 국가의 정치, 경제 등의 지배적 사회제도에 대하여 국가 구성원들이 지니는 믿음과 일체감을 의미하기도 한다. 때로 국가정체성은 문화와 생활방식 등 국가적 공동체가 지니는 삶의 양식이나 가치에 대한 구성원들의 공감대 형성과 관련되기도 한다. 공동체적인 삶의 기틀인 국가의 정체성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형성될 경우에 국민들은 내가 속해 있는 나라에 대하여 자랑스러운 긍지와 자긍심을 갖게 되며, 또 국민의식의 단합과 결속력을 강화된다. 이것은 한 국가나 사회의 발전 정도를 측량·예측하는 사회적 자본의 하나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점에서 국가정체성 확립의 문제는 국가발전의 과정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이다.
 또한 대한민국의 건국일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정통성 수호와 깊은 관련이 있다. 우리 역사 상 처음으로 헌법을 제정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실현시켰으며,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해 현재의 번영의 기틀을 마련한 대한민국의 건국은 우리 한민족의 역사 상 분명 최대의 혁명이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건국은 자랑스럽게 기념해야 가치가 충분이 있으며, 국가정체성 확립이라는 측면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건국절 제정의 문제는 현실적으로 이해관계 집단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어 아직까지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대한민국 건국절 제정을 정책과정의 상징작용이라는 측면으로 분석해보면 현재 우리에게 매우 유용한 방법론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우리나라 건국절 제정은 합리적 분석보다는 비분석적 요소들이 문제정의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정책문제를 주도하는 집단과 참여자의 성격과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건국절 제정이 지니는 이념적 특성과 정치적 민감성 및 현재 대한민국 정치적 분위기의 특성으로 인해 합리적 해석이 어려운 문제라는 점에서 비분석적 문제정의가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건국절 제정의 문제는 상징성을 활용한 문제정의가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건국절 제정에 대한 문제를 임시적으로 제기한 후 여론의 반응을 살펴가면서 정책과정을 이끌어가는 ‘점진적 전략’, 우리 사회 전체의 광범위한 지지를 유도하고 또 동시에 건국절 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할 수 있도록 하는 ‘산발적 전략’이 유용하게 활용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대한민국 건국절 제정을 원하는 국민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확인해 그 지지자의 수를 강조하는 ‘참여능력 과시의 전략’도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또한 건국절 제정을 통한 ‘대한민국의 정통성의 확립’과 같은 ‘확언적 상징 언어를 통해 국민들에게 국가의 의미 되새기고, 지지자들이 더욱 단결하고 적극적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특히 ‘대한민국 건국’이라고 하는 상징성은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역사적 배경의 유형이 그 상징의 효력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건국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 권위 있는 학술연구와 그것을 기반으로 한 역사적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중으로부터 인지도가 높은 사람, 존경받는 인물에 의해 건국의 상징성이 부각될 경우 그 상징의 영향이 한층 강화된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단 건국이라고 하는 상징성이 지닌 중요성을 너무 강조하면서 지나치게 자주 사용할 경우 그 효용성이 감소되기 쉽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대한민국 건국절 제정은 문제의 목표점과 최종상태가 명백하다는 점에서 객관적 해결전략이 이용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정책결정자와 지지자들의 주관적 해석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단순히 객관적 해결전략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건국절 제정은 그것이 지니는 이념적 상징성으로 인해 문제해결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찬성을 유도하거나 반대를 제거하고 비판을 무마시키는 상징전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건국절 제정의 상징전략의 하나로서 찬성유도 전략은 첫째, 정책집행에 있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책결정자들의 상징성이 국민들의 찬성과 이해를 쉽게 획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정책결정자들의 건국절 제정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는 것은 우선적인 일이 된다. 둘째, 일반 국민과 언론의 지지와 협조 또한 대한민국 건국절 제정에 있어 국민 전체의 찬성을 유도하는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셋째,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건국절 제정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한 홍보확대는 정책대상 집단의 정책에 대한 순응확보라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건국절 제정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의 적극적 반대를 희석할 수 있는 만류의 방법도 포함된다.
 이와는 반대로 대한민국 건국절 제정에 반대하는 집단 혹은 세력을 다양한 상징적 수단을 이용해서 반대 자체를 약화시키거나 소멸시키고자 하는 반대제거 전략도 있다. 여기에 포함되는 것으로서 건국절 제정을 반대하는 집단의 대의나 주장을 부정적 상징과 결부시킴으로써 그 대의의 의미를 축소시키는 것, 혹은 반대 집단의 상징성을 지닌 핵심적 인물을 설득해 건국절 제정의 당위성에 대한 동의를 얻어내는 것 등과 같은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건국절 제정이라는 정책결과 평가과정에서의 상징전략은 ‘건국절 제정’이 주는 국가정체성의 확립, 국민통합, 애국심 확대와 같은 국가존립에 있어 매우 중요한 효과성과 사회적·경제적 투자비용에 비해 환산이 불가능 정도의 유익을 발생시키는 매우 높은 능률성과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그 혜택이 미칠 수 있으므로 형평성에 있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단 대한민국 건국절 제정에 대한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평가가 불가능하게 하는 정책효과의 상징성, 비가시성, 파급성 및 공공정책 이해관계의 다양성과 같은 비분석적 요소가 존재한다는 점이 중요한데, 바로 이러한 점으로 인해 우리나라 건국절 제정의 정책평가는 ‘과대평가전략’, ‘신화창조전략’과 같은 상징적 수단을 이용한 평가 전략이 큰 효과를 지닐 개연성이 높다.
 50년전 까지만 해도 한국의 GNP는 당시 후진국 중 하나였던 아프리카의 ‘가나’ 나 ‘가봉’ 등과 같은 국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80달러 수준 빈민 국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는 경제대국에 진입하였고, 수많은 국가들이 한국의 선진 경제력과 과학기술들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롤 모델이 되었다. 이처럼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국가”로 더 나아가 “남들이 본받을 수 있는 국가”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가정체성의 근간이 되는 건국절 제정 문제를 아직도 풀어가지 못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눈으로 보기에는, 이상하기 그지없는 나라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UN 사무총장의 자리에 한국인이 있고, G20을 의장국으로서 주도할 정도로 높아진 것을 생각할 때 이러한 외국인들의 반응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과연 대한민국의 건국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분명히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이라고 찍혀있는 여권을 지니고 언어연수다, 관광이다 사업이다 하면서 이제 세계 곳곳에서 한국인을 만나는 것은 더 이상 별스런 일이 아닌 것이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제대로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를 가르치려고도, 배우려고도 하지 않았기에 건국과정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렇게 스스로 자신의 건국의 역사를 훼손해온 지난 10여년의 결과들을 우리는 지금 보고 있다. 조국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옅어지면서 국가허무주의가 우후죽순처럼 솟아나고 건국 초기 우리가 목숨 걸고 지켜나가려 했던 자유민주주의 제도가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앞에 우리가 해방 후 지금까지 과연 무엇을 어떻게 이루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립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근대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어낸 유일한 국가라는 자긍심은 한순간의 신기루처럼 사라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따라서  대한민국 건국을 기념하는 건국절은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