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3>, <쉬리>, <올드보이>, <악마를 보았다>,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신세계> <명량> 등 혼신의 연기로 매 영화마다 신드롬을 일으키며 전 국민을 사로잡은 배우 최민식. 그가 <특별시민>에서 서울시장 ‘변종구’ 로 변신한다. 현대극으로 돌아온 최민식은 한시도 긴장을 놓지 않는 철저한 몰입으로 영화 속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으며 또 한 번의 독보적인 캐릭터 서울시장 ‘변종구’의 탄생을 예고한다.

신세영 기자 syshin@

영화 <특별시민>은 현 서울시장 ‘변종구’가 차기 대권을 노리고 최초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치열한 선거전을 그린다. 박인제 감독은 “권력욕의 상징인 정치인, 그리고 그 정치인이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과정의 꽃이 바로 ‘선거’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이 영화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구상에서 시작된 <특별시민>은 권력을 얻는 적법한 수단이자 입문 과정인 ‘선거’ 그 자체에 집중, 지금껏 본적 없는 선거판의 세계를 그려내며 기존 정치 소재 영화들과 궤를 달리하고 있다. 기존 한국 영화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선거’라는 소재를 조명한 <특별시민>은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뒷이야기들을 현실적이고 생생하게 표현한다. 권력을 얻기 위해선 선거에서 이겨야 하고, 이기기 위해선 더 많은 시민들의 마음을 뺏어야 하는 세계. 그곳에서 살아남고 선택 받기 위해 달려가는 한 남자 ‘변종구’를 중심으로 흡입력 있는 스토리를 담아낸다.

서울을 사랑하지만 권력을 더 사랑하고, 그 권력을 오직 시민들을 위해 휘두르겠다는 서울시장 ‘변종구’. 달변가인 동시에 누구보다 전략적이며, 탁월한 리더십과 쇼맨십을 갖춘 ‘변종구’라는 캐릭터는 기존 영화에서 그려졌던 부정부패와 무능력함으로 획일화된 정치인 캐릭터에서 탈피해 보다 입체적이고 다변화된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배우 최민식은 ‘변종구’ 역을 위해 표정 하나, 대사 한마디에도 섬세함과 정확성을 기했다. “표현의 밀도나 정확성이 중요했고, 디테일한 면에 있어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고 전한 최민식은 카메라의 각도와 움직임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는 표정의 변화, 캐릭터의 감정을 분명하게 짚어주는 대사의 뉘앙스와 톤까지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연기를 보여준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랩을 비롯 힙합 공연 무대에 도전했으며, 출마선언 장면을 위해 연설문을 직접 작성하고 TV 토론 장면에서는 리얼함을 더하기 위해 즉흥 대사를 소화하는 등 변종구 캐릭터를 위한 특별한 시도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변종구의 서울시장 출마선언 연설은 그가 지닌 입체적인 모습들 중 한 면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 인만큼 박인제 감독과 최민식이 가장 고심하고 심혈을 기울인 장면으로 손꼽힌다. 장문의 대사로 이뤄진 긴 호흡의 장면임에도 좌중을 사로잡는 언변의 소유자인 변종구의 면모를 강렬하게 보여줘야 했다. 이에 최민식은 “연설문에서 변종구라는 사람이 보여야 했다. 그는 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이라도 어느 새 빠져들게 하는 인물이자 굉장한 달변가이다. 보좌관이 써준 판에 박힌 연설이 아니라 자신만의 유머와 독설, 권모술수를 넘나드는 변종구라는 캐릭터가 녹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Q. 역대 서울시장 분들 중 참고했던 인물이 있는지?
- 없었다. 쓸데없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우리가 살면서 정치인들과 만나서 밥도 먹고 술도 마실 일은 거의 없지 않나. 그들의 정치 궤적을 통해 평가, 비난, 칭찬하는 것을 다 뭉뚱그렸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정치인에 대해 축적된 것들, 그것들이 교차하면서 보여지는 총체적인 특성과 속성들을 종합적으로 판단, 발췌를 해서 만들어낸 인물이 변종구인 것 같다.

Q. 시나리오를 읽고 서울시장 변종구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연기해온 캐릭터들과 다른 점은?
- 배우들이나 감독 같은 창작을 하는 사람들은 아주 바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아니기 때문에 굴절돼 보일 수 있는 삐뚤어진 모습들, 욕망을 쫓거나 무지 모멸한 모습을 가진 캐릭터에 끌리는 것 같다. 그 뒤로 찾아오는 허망함이나 자괴감 등 창작물을 접하는 관객들에게 많은 것들을 공유 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장르적인 특성에서 호기심도 있었다. 사실 정치가 캐릭터를 처음 접한 건 아니다. MBC드라마 ‘제4공화국’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연기했고, ‘뜨거운 밤’에서 정치깡패로 시작해서 정치인이 되는 역할도 해봤다. 물론 오랜만이긴 하다. 인간의 욕망이 집결되고 적나라하게 보여 지는 직업군이 정치인인 것 같다. 선명하게 드러나는 매력을 느꼈다.

Q. <특별시민>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본격적으로 선거, 정치 이런 분야를 다룬 영화들이 많이 부족했었다고 평소에 생각했다. 그런 차에 이런 좋은 시나리오,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 들어와서 그동안 삶을 살면서 느꼈던 정치와 선거에 대한 나름대로의 견해, 느낌들을 영화를 통해 공유하고 싶었다.

Q. 최민식과 변종구라는 캐릭터가 밀당을 하지 않았나 싶은 느낌이 들었다. 배우 최민식이 잡은 캐릭터의 지점이 어떤 표현을 하고 싶은지, 그 지점을 찾은 거에 대해 듣고 싶다.
- 현명한 답이 될까 잘 모르겠지만, 제작보고회 때도 말씀 드렸듯 살면서 이렇게 정치인들, 그리고 정치라는 분야에 대해 직접적으로 채화하고 냄새도 맡으며 정치인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 일은 별로 없었다. 그동안 살면서 봐왔던 우리나라 정치와 정치인들에 대한 기억의 잔상들을 찬찬히 떠올려봤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말’이더라. 정치인들에게 있어서 말이라는 단어가 주는 절대성, 중요성 때문에 말에 집중 해야겠다 생각했다. 말로써 대중들과 소통하고 말로써 대중들에게 상처를 남기고 말로써 스스로가 망하고 말로써 스스로가 흥하고. 정치인의 흥망성쇠는 말 속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극중 변종구가 갈등을 빚고 서로 의기투합하며 이 드라마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나눈 대화에 집중했다. 그때그때 따라 변화된 그런 설정에 특별히 염두에 둔 건 없다. 그 상황 상황에 충실하자, 단, 언어를 적극적으로 구사하자. 변종구는 제 머릿속에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인지가 들어가 있었다.

Q. 극중 인물들의 원동력은 다 권력욕인데, 심은경(박경 役)과 류혜영(임민선 役) 두 청년의 에너지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 같이 합을 맞췄던 배우로서 말씀 드리면. 처음에 이 영화가 기획될 때 임민선과 박경이라는 캐릭터의 여성성에 주목했다. 변종구, 심혁수(곽도원), 임민선과 박경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 권력에 어떻게 보면 새로운 피가 수혈되는 것이지 않나. 새로운 젊은 세대. 근데 과연 심혁수와 변종구는 이들을 진짜 존중해서 수혈했는지 이것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논한 적이 있다. 사실은 이용한 거다. 전략적으로 활용을 했던 것이고. 임민선이나 박경은 이 제도권 안, 거대 권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내부의 어떤 가치관과 굉장히 심한 갈등을 겪으며 때로는 좌절하면서 결국엔 튕겨져 나간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분석했을 때 그런 점을 굉장히 염두 해뒀다. 굳이 남성, 여성에 대한 그런 문제라기보다는 거대권력과의 싸움에서 생명성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회의를 한 게 기억이 난다.

Q. 인터뷰를 통해 세포가 분열되는 듯한 배우들 간의 케미를 기대한다고 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 짜릿짜릿한 케미다. 이런 자리라서 말을 하는 게 아니다. 늘 있었던 촬영현장과 대본, 내용과 소재는 다르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배우와 감독, 처음 접해보는 동료 후배가 그렇게 소중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흥망성쇠를 떠나 작업하는 순간 백여 명 가까이 되는 스태프, 배우들, 모든 사람들이 현장에서 각자 맡은 임무로 움직이면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는 걸 봤을 때 짠한 느낌이 들었다. 그 질서, 그 열정, 내가 지금 동료들과 함께 작업을 하는 이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구나 싶었다. 새삼스럽지만 과거에 현장에서는 몸이 힘들다, 왜 안 풀릴까 등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그런 걸 다 뛰어 넘어서 배우로서 많은 사람들과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작업에 동참해서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 숭고하게 느껴졌다. 점점 더 그런 게 짙어지는 것 같다. 매번 회를 거듭할수록 더 치열하게 부딪히고 더 나누고 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Q. 출연진 가운데 네 명의 배우가 같은 소속사인데 현장에서 잘 챙겨줬는지, 혹은 반대로 챙김을 받았나?
- 배우들에게 챙김을 많이 당했다. 가만히 있으면 먹을 걸 줬다.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던 현장이긴 했지만 서로가 서로를 많이 배려했다. 내가 선배임에도 불구하고 후배들한테 많은 배려를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든 현장이었다. 같은 소속사 식구라서 특별한 건 없다.

Q. 영화 속에서 치열한 선거전을 치렀는데 이제 대선을 앞두고 곧 유권자로 돌아간다. 선거란 뭐라고 생각하는지 짧게 말해 달라.
- 선거는 미래다. 이렇게 말씀 드리고 싶다. 우리가 소중하게 행사한 그 표 한 장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그렇게 자신 있게 말씀 드리겠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좋은 방향성을 제시하는 영화이다. 대의민주주의의 처음이자 끝은 선거가 아닐까. 우리 국민, 시민들이 우리 손으로 직접 우리 대신 일을 잘 해서 우리의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는 일꾼을 뽑는 선거. 이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요즘 우리, 절실하게 느끼지 않나.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메시지는 정확하고 분명하다. 여러 사연과 여러 상황들이 있겠지만 우리가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원칙, 우리를 대신해서 좋은 일꾼, 좋은 정치인을 뽑는 그 기준에는 그 어떠한 상황도 고려되면 안 된다. 우리가 이번에야말로 정말 선거를 통해서 변화를 이뤄야 한다. 큰 변화를 이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고 선거를 통해서 우리가 메이드 해야겠다. 그런 영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