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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발생 1089일 만에 세월호 인양
미수습자 수습 및 진상 규명 가능할까
2017년 05월 08일 (월) 02:10:59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지난 4월9일, 세월호 선체가 뭍으로 올라왔다. 세월호 참사 발생 1089일, 본격 인양작업을 시작한 지 19일 만이다. 사실상 세월호 인양이 마무리되면서 미수습자 수습과 진상 규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황태희 기자 hth@

해양수산부는 지난 4월9일, 새벽 최종 테스트 결과, 특수이송장비인 모듈 트랜스포터 600대가 세월호를 이송하는 데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자 오전 9시부터 세월호 육상 거치 작업을 본격화했다. 세월호 선체는 모듈 트랜스포터에 실린 채 오후 1시께 육지에 첫발을 내디뎠고, 이어 이날 오후 5시30분께 반잠수식 선박 갑판을 완전히 빠져나와 목포신항 철제부두로 올라왔다. 세월호 인양은 실종자 수색 중단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해양수산부는 2014년 11월11일 수중 수색을 중단하고, 같은 달 27일 회의를 열어 세월호 인양 가능성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5년 1월 사고해역 해저 조사를 거쳐 세월호 참사 1주기 6일 뒤인 4월22일 세월호 인양을 확정했다. 당초 해수부는 인양까지 최장 1년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으나 인양 방식 변경과 기상 악화 등으로 수차례 작업이 연기되면서 계획했던 2016년 10월보다 6개월 늦게 인양을 마무리했다.

미수습자 수습 위한 선체 수색 준비 작업 시작
지난 4월10일, 해양수산부가 목포신항 철재 부두에 올라온 세월호를 더 이동시키지 않고 현 위치에 그대로 내려놓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세월호 인양작업이 마무리되었다. 당초 해수부는 세월호를 실은 모듈 트랜스 포터(MT)를 T자형으로 이동시켜 세월호 선체 객실이 철재 부두를 향하고 선체 바닥이 바다 쪽을 바라보는 형태로 옮길 계획이었다. 그러나 육상거치를 위해 모듈 트랜스 포터 방향을 우측으로 5도 틀어 곡선으로 이동한 결과 선체에 일부 변형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 것. 이철조 해수부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장은 “선체와 선미 부분이 약간 휘어지고 꼬이는 현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에 해수부는 선체를 더는 움직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4월10일, MT 운용업체 ALE, 컨설팅 업체 TMC 등과 회의를 벌여 세월호를 현재 자리에 놔두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남은 일은 미수습자의 수색이다.

세월호 육상거치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자 해양수산부는 인양의 주목적인 미수습자 수습을 위한 선체 수색 작업 준비에 한창이다. 이에 해수부 세월호 현장 수습본부는 지난 4월10일 사전 수색작업 첫 단계인 선체 외부세척에 쓰일 고압 세척대 6대에 대한 시험 운행을 마쳤다. 미수습자 수색 작업에는 50~60명 수준의 인력이 투입될 전망이다. 세부적으로 선체 정리업체인 코리아 쌀베지에서 구성한 선체 내부 수색팀 30~40명과 해경 특수 구조대 5명, 119 소방대원 8명 등을 투입하기로 했다. 수색 작업에서 수습한 유골 등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해경과 국립 과학수사 연구원 등에서 인원을 구성해 전담팀을 꾸려 현장에서 대기할 예정이다. 선체 조사와 수색 임무를 감독하는 세월호 선체 조사위원회(선조위)는 미수습자 가족들이 지정하는 곳을 1차로 수색하고 선체 3~4층과 선체 전반 순으로 수색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선조위는 1차 수색에 앞서 미수습자 가족들의 증언과 선조위원들의 의견, 수중 영상촬영, 폐쇄회로(CC)TV 등을 종합해 수색 작업에 반영하기로 했다.

수색 작업은 선수와 선미쪽에 수색조를 우선 투입하고 세월호의 높이(22m)를 감안해 고층 작업 현장에서 올라갈 때 쓰는 장비인 워킹타워(walking tower) 설치 후 수색조를 추가 투입한다. 수색 과정에서 유골이 발견되면 선체 주변에 마련된 안치실로 옮겨진다. 신원확인 전담팀은 1차로 검안 절차를 거친 뒤 유전자(DNA)를 국과원에 보낸다. 신원 확인까지 최소 3주에서 한달 가량 걸릴 것이라는 게 선조위 측 설명이다. 이를 위해 현장수습본부는 선체 주변에 총 2만 9752㎡(9000평) 규모의 펜스를 설치하고 안치실, 세척 건조를 위한 임시보관실, 폐기물 분류 보관시설, 재활용 보관시설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사고 당시 상황과 침몰 원인 규명에 도움이 될 휴대전화 복원 여부도 관심사다. 김창준 선조위원장은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는 세월호의 침수 시각을 밝히는 중요한 근거로 활용할 수 있어 선조위법에 따라 외부 감정을 요청할 수 있다”며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선조위 자체 비용을 들여 우선 외부기관에 감정을 맡길 것”이라고 전했다.

선체 훼손으로 진상 규명에 어려움 겪어
뭍으로 나온 세월호 곳곳이 훼손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침몰 사고에 대한 진상 규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년간 바다속에 있던 거대한 세월호를 육상으로 올리는 과정에서 선체 일부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세월호를 반잠수식 선박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좌현 선미 램프(화물칸)를 제거했다. 지난 3월22일 인양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선체 일부 절단을 결정한 것이다. 잠수사를 투입해 장애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높이 11m, 폭 7.5m 규모로 선박에 자동차 등이 드나드는 출입로를 만드는 개폐형 구조물인 좌현 선미 램프의 잠금장치가 파손된 채 열려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 10m 이상 높이의 선미 램프가 열려있는 상태로는 선체를 반잠수식 선박에 실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지난 4월2일 좌현 선미 램프가 제거된 화물칸 입구에 매달려 있던 자동차와 굴착기(포크래인)도 빼냈다. 펄 제거 작업 인력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였지만, 선체조사위원회와 상의 없이 ‘증거물’을 훼손해 경고를 받았다. 특히 지난 4월2일 펄과 해수의 배수작업을 위해 D데크(화물 칸) 21개소에 대한 천공도 진행했다.

해수부는 세월호 본 인양 전에도 잠수사 진입로 등의 용도로 140개 구멍을 뚫었다. 이처럼 세월호 선체가 훼손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김창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장은 “선체 외부 검증기관이 능력이 있기 때문에 외부 충돌에 대해서는 검사가 가능할 것 같다”며 “선체 조사를 6개월 내내 진행하는 것은 아닌 만큼 4곳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된다면 변형이 있어도 진상규명에는 큰 장애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체조사위)도 본격적인 조직 구성에 나섰다.

선체조사위는 지난 4월11일 국회에서 위원 8명이 회의를 열고 조직과 예산 수립의 선행 조건인 시행령안을 논의해 확정한다고 밝혔다. 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직제, 인원수, 채용기준, 공무원·민간 직원 비율, 예산 편성 등 조직을 어떻게 꾸릴 것인지 결정한다. 이후 행정자치부, 인사혁신처 등과 공무원 파견의 범위 등을 협의한 뒤 확정한 시행령 안건을 해양수산부에 전달한다. 시행령안은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된다. 선체조사위는 선체 조사의 범위, 관련 기록 검토 등 조사의 방향도 논의한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선체조사위는 세월호 선체 조사를 비롯해 자료와 물건 제출명령, 동행명령, 참고인 등 조사, 고발 및 수사 요청, 감사원 감사 요구 등을 할 수 있다. 또 선체 인양 지도·점검과 미수습자 수습, 유류품 및 유실물 수습 과정 점검, 선체 처리에 관한 의견 표명 등 권한도 갖고 있다. 활동 기간은 6개월로 필요하면 4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이후 3개월 동안 세월호 참사 원인과 대책 등을 담은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와 대통령에 보고한다.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은 “회의에서 조직을 어떻게 구성할지, 검경 수사기록과 특별조사위원회 기록 등을 어디까지 검토할지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며 “위원회의 조직 구성과 활동 방향을 만들어가는 자리”라고 말했다.

CCTV 저장장치 및 블랙박스 영상 복원 어려워
세월호 참사 당시 선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인 CCTV 저장장치와 화물칸에 실린 채 수장된 차들의 블랙박스 영상 복원이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내의 기계들은 부식 정도에 따라 영상 복원 여부가 결정된다. 부식 과정이 내부까지 진행돼 기계 회로까지 손상된 경우 물리적으로 복구할 방법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유족들은 참사 당시 세월호 안에 있던 CCTV 64개의 영상기록이 담긴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를 사고 원인을 규명해줄 결정적 증거로 꼽아왔다. 세월호에는 선박용 블랙박스에 해당하는 ‘항해기록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참사 당시만 해도 항해기록장치는 국제 항해 여객선에만 설치하면 됐다. 해군은 참사 두 달 만인 2014년 6월 세월호 3층 안내실에 있는 DVR을 수거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참사 당일 오전 8시48분, 사고 직전 모습만이 담겼다. 이 때문에 이후 시간대 CCTV 영상이 담긴 DVR이 참사 의혹을 밝혀줄 열쇠로 지목됐다. 유족들은 세월호 내 DVR이 추가로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세월호와 쌍둥이 선박으로 지목된 일본 오하마나호에도 기관실에 DVR이 한 대 더 있다. 이를 확보해 복원할 수 있다면 일부 생존자가 제기한 저장장치 데이터 조작 의혹도 풀 수 있다. 화물칸에 선적된 채 수장된 승용차, 화물차 등에 장착된 차량용 블랙박스도 단서가 될 수 있다. 블랙박스를 수거해 영상을 복원하면 화물칸이 물에 잠기는 과정이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물이 어느 쪽으로 유입됐는지 밝혀질 중요한 단서가 된다. 전문가들은 3년이라는 세월 동안 해당 기기들이 바닷물에 잠겨 있으면서 해양 미생물과 바닷물 염분에 의해 부식이 상당히 진행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실상 복원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기계들이 3년 동안 바닷물 염분에 의해 부식이 진행돼 영상을 회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도 “부식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염분이 있는 바닷 속에 3년 동안 있었기에 부식이 심할 것으로 추측된다”면서 “그럴 경우 사실상 복원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변준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디지털분석과 연구사는 “6개월 된 기계를 복구한 사례는 있지만, 3년 정도 바닷물에 있던 기계를 복구한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 “바닷물에 접촉돼 내부까지 부식이 진행하면 염분 제거 작업을 하더라도 내부가 손상돼 영상 회복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해당 장치들이 펄 속에 파묻혀 물에 접촉이 안 됐다면 복원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세월호 침몰 당시 장착한 기계들이 3년밖에 안 된 '최신형'이라는 부분도 희망적이다. 변 연구사는 “기계들의 부식이 내부까지 진행되지 않을 경우 염분 제거 작업을 해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다”면서 “3년 전이라고 해도 기계가 워낙 견고해 데이터를 복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내부 분위기가 형성돼있다”고 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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