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막거나 공간을 가리기 위하여, 또는 장식용으로 방안에 치는 병풍은 주나라의 천자가 높이 8척의 판에 자루가 없는 여러 개의 도끼를 도안식으로 그려 뒷벽을 장식했던 것에서 비롯한 것이다.

윤담 기자 hyd@

우리 나라의 경우는 ≪삼국사기≫에 신라시대의 신분제도를 나타낸 항목에 진골과 육두품은 병풍에 수(繡)를 금한다는 조항이 있다. ≪고려도경 高麗圖經≫에도 관청의 사면에 꽃을 수놓은 병풍을 쳐놓았다는 기록과 묵화병풍을 하인에게 선물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 후기의 작품은 지금까지 많이 남아 있다.

세계 최다 병풍서 기록 공식 인증

▲ 고하윤 선생

병풍은 표현되는 주제에 따라서 ▲일월병(日月屛)▲고정동수병(古鼎董繡屛) ▲장생병(長生屛) ▲백동자병풍(百童子屛風) ▲신선도병풍 ▲글씨병풍 ▲화조병풍 ▲도장병풍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 글씨병풍은 예로부터 내려오는 가훈이나 계서(戒書)를 적은 병풍을 1구씩 비치하여 좌우명으로 삼게 한 데서 시작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백수백복이라 하여 수·복자의 형태를 다양하게 변화시켜 만들기도 했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풍헌 고하윤 선생은 병풍서의 대가다.

평생을 전통 서도에 매진해온 고하윤 선생은 규당 오상순 선생과 혜정 박태준 선생을 사사하며 필력을 키웠으며 행서, 초서, 전서, 예서, 해서 등 서예의 오체를 섭렵하며 특히 병풍서에 특출한 재능을 나타내고 있는 서예계의 원로 작가다. 강원도 정선에서 평생에 걸친 작품 활동으로 전통 서예의 보급 및 문화 보존에 힘써온 풍헌 선생은 지난 1994년부터 2014년 5월 30일까지 21년간 전서 900폭, 예서 1,698폭, 해서 258폭, 행서 6411폭, 초서 2238폭, 한글 204폭, 총 길이 1만6,275m, 총 1만1,709폭, 1,335질의 병풍서를 제작한 바 있다.

이에 지난 2015년에는 대한민국 최다 병풍서 기록을 공식 인증받는 쾌거도 거두었다. 그간 풍헌 선생이 제작해온 작품들은 전서·예서·해서·행서·초서·한글 등 서체별로 분류해 집대성한 엄청난 규모다. 뿐만 아니라 대학, 중용, 예기, 명심보감, 반야심경, 제갈량의 전출사표, 소동파의 적벽부, 굴원의 이소경, 주자의 권학문 등 주옥같은 동양의 훌륭한 경서들이 모두 담겨 있으며, 해석을 달아 한자를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가치는 더욱 크다. 최근에는 풍헌 선생의 평풍서가 세계기록인증기관인 EU(유럽연합) OWR(Official World Record)에서 세계 최고기록으로 인증을 받기도 했다. 풍헌 고하윤 선생은 “세계최다 병풍서가 기록 인증을 받아 기쁘다”며 “앞으로도 서예활동과 후진 양성에 정진해 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신만의 독특한 서체와 작품세계 구축
유려한 흐름으로 펼쳐진 품위 있는 글씨로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담아내고 있는 풍헌 고하윤 선생. 정선에서 40년 가까이 공직에 몸담았던 그는 정선아리랑 복원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강원도 문화상 대상, 공무원 문화상 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양구군청 문화공보실장, 정선 화암면장, 여량면장, 북평면장 등을 역임한 풍헌 선생은 서예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불태우며 공무원 재직 기간에도 작품 활동을 병행했고, 은퇴 이후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전통서도에 매진해오던 풍헌 선생은 초서와 행서에 능한 중국 서예가 왕희지를 본받아 자신만의 독특한 서체와 작품세계를 구축한 결과 대한민국정수미술대전 서예부문 대상, 전국공무원서예대전 대상, 강원서예대전 대상 등 110여 회 이상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 풍헌 선생의 예술성은 해외에서도 인정받아 중국 계림시에서 세운 계림국제화평우호비림에도 그의 작품이 선정되어 석각(石刻)되는 쾌거도 거두었다. 한국서예가협회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호남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심사위원을 역임한 풍헌 선생은 현재 호남미술대전 고문, 정수 서화 미술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 서도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서예문인화 원로총연합회전 이사로 활동 중이다. 종교와 사상을 넘어 예술작품으로 모든 것을 품어내는 높은 경지의 예술혼을 보여주고 있다. 풍헌 선생은 “모든 것을 이겨내고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으로 일구어내는 희열이야말로 서예가로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보람이자 행복”이라고 전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