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의 신’ 배우 한석규가 대체불가 연기력을 한껏 과시한 영화 <프리즌>으로 스크린을 접수했다. 신작 공세와 청불 영화의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프리즌>은 개봉 3주 만에 누적관객수 258만명을 돌파하며, 올해 개봉 한국영화 흥행 TOP3에 등극했다.

장정미 기자 haiyap@

<프리즌>의 흥행 신드롬은 개봉 전부터 이미 예견됐다. 북미, 영국, 중국 등 전 세계 62개국 선판매와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 우디네 극동 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며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첫 악역으로 한계 뛰어넘는 연기 변신에 성공

▲ 배우 한석규

한석규를 비롯해 김래원, 정웅인, 김성균, 조재윤, 신성록, 강신일, 이경영, 전배수, 박원상, 정석원, 송경철, 한주완, 안세호, 유하준, 차엽, 곽민호, 한성용, 박진우, 최성원 등이 출연한 <프리즌>은 감옥에서 세상을 굴리는 놈들, 그들의 절대 제왕과 새로 수감된 전직 꼴통 경찰의 범죄 액션 영화다. 이번 <프리즌>에서 한석규는 대한민국의 모든 완전범죄가 시작되는 교도소의 절대 제왕 ‘익호’ 역을, 김래원은 검거율 100%로 유명했으나 뺑소니, 증거인멸 등으로 수감된 전직 꼴통 경찰 ‘유건’ 역을 맡았다.

개봉하자마자 쟁쟁한 경쟁작을 제치고 전체 박스오피스 1위, 역대 3월 개봉 한국영화 최단 속도 100만, 200만 돌파, 역대 3월 개봉 한국 영화 최초 주말 일일 스코어 40만 돌파 등 끊임없는 흥행 신드롬을 일으키며 2017년 상반기 한국영화의 구원투수로 자리매김했다. <프리즌>으로 강렬한 악역을 선보인 한석규. 영화 속 ‘익호’는 평범하지 않은 죄수들을 발아래 두고 군림하며 그만의 세계를 꾸린다. 동물의 왕국 먹이사슬 맨 꼭대기에서 제왕다운 묵직한 무게감을 갖췄지만 스치기만 해도 베일 것 같이 날카롭다. 어떤 상황에도 극히 이성적이지만 항상 광기 서린 인물이다. 이처럼 공존할 수 없는 느낌은 한석규가 만든 정익호 안에서 한데 뭉쳤다. 범죄액션물이라는 익숙한 장르도 한석규라는 프리즘을 갖다 대니 여러 색깔이 쏟아져 나왔다. ‘익호’라는 역할에 대해 한석규는 “익호는 돈이 필요한 사람이 아닌 권력이 중요한 사람이다. 익호에게 돈은 큰 의미가 없는 것 아닐까 싶다. 인간이, 사람이 만들어낸 최고의 발명품은 분명 돈이다. ‘돈이라는 것을 왜 발명을 했을까’, ‘돈의 탄생은 뭐였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면 누군가가 돈을 만들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신인 감독과 함께 작업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새로운 한국 영화를 만들자는 마음으로 신인 감독들과 작업했던 것 같다. ‘뉴 코리안 시네마’ 운동처럼! 이건 영화인들만 ‘으쌰으쌰’해서 되는 건 아니다. 기존 영화들을 지긋지긋하게 느끼는 젊은 기운들이 더해져야 완성된다”면서 “‘가짜 같은 얘기는 집어치워’라는 목소리가 커지면 배우들의 연기 스타일도 바뀌고, 영화 주제도 바뀐다. 영화는 그런 ‘새로운 느낌’이 있어야 오랫동안 남겨진다. 지금은 노쇠하고 병들어 있으니 도약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나현 감독이 썼다고 하니 관심이 안 갈 수가 없었다. 일 외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서로를 알아온 시간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면서 “좋은 인연으로 쭉 만나왔기 때문에, 언젠가 저 양반하고 꼭 작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만약 나현 감독과 이번에 <프리즌>으로 처음 만난 것이었다면, 아마 지금과 다른 결과물이 나왔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두 번의 연기대상 거머쥔 ‘연기의 신’
지난 1991년 MBC 탤런트 공채 제20기로 연기에 발을 딛은 한석규는 1993년 드라마 <아들과 딸>, 1994년 <서울의 달>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활동 무대를 스크린으로 옮겨 충무로에서도 흥행 배우로 성장하며 <닥터봉>, <쉬리>까지 90년대 대한민국 영화계 부흥기를 이끌었다. 이후 2011년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로 16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해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이어 지난해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를 통해 두 번째 연기대상을 거머쥐며 여전한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 신작 <프리즌>에서 교도소의 절대 제왕 익호 역으로 데뷔 이래 첫 악역을 연기를 펼친 한석규는 또 한 번 한계를 뛰어넘는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을 소화해내며 관객들의 뇌리에 박히는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한석규는 “과거에는 나의 한계를 스스로 깨자는 마음으로 연기에 접근했다면, 지금은 내 삶의 배경을 통해 작품을 완성해간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면서 “그렇게 나의 인생을 담아 연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역과 함께 늙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