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꼽은 10년 후의 유망직종 1위는 ‘가상현실 공간 디자이너’였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전시회 CES와 모바일산업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도 최첨단 가상·증강현실 콘텐츠와 디바이스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이제 가상·증강현실은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의료·제조·교육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가상현실 플랫폼 선점 경쟁 또한 심화되고 있다. 이에 골드만삭스는 가상·증강현실 시장이 지난해 22억달러에서 2025년 8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제일의 이미지 및 동영상 인식 엔진 ‘ARme’ 개발

▲ 양승호 대표

이제 가상·증강현실 기술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인간의 감각과 인지 영역을 무한대로 끌어올리는 ‘초실감 시대’를 열고 있다. 증강현실은 현실 세계에 가상의 사물을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적용된 카메라나 렌즈에 현실 세계를 비추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화면에 나타난다. 가상 세계 전체를 창조해야 하는 가상현실과 달리 현실 세계를 기반으로 필요한 것만 만들면 되기 때문에 구현이 쉽고 실용적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증강현실 플랫폼 개발이 한창이다. 이에 주목을 받고 있는 NSENSE㈜는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아르미’(ARme)를 선보여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005년 웰시스템으로 출발한 NSENSE는 영상처리 솔루션 전문기업이다.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두고 있는 NSENSE는 일본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후 영상처리기술 연구 개발을 위해 지난 2011년 5월 한국에도 지사를 설립했다. 이어 2014년에는 현지 대리점을 거쳐 태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현재 화상, 사물인식기술, 영상인식기술, 피플트랙킹, 페이스트랙킹, 공간인식기술, 딥러닝 등 다양한 영상처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들은 150여 개 회사에서 사용되고 있다. 맞춤 제작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NHK출판의 외국어 교재 시리즈와 어린이용 동화책을 비추면 책을 읽어주는 동영상이 재생된다. 추코라는 광고회사가 일본 전역에 매달 700만부 이상 발행하고 있는 잡지를 비추면 해당 상품의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있다. 히타치제작소는 안경형 웨어러블 단말기를 이용해 발전소 안에 들여놓을 대형 설비를 가상으로 배치해보며 불필요한 작업을 줄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에는 영상인식 처리개발에 뛰어들어 AR기술을 확보하고 2010년 영상인식·증강현실·얼굴검출 기술을 개발, 그 결과물이 바로바로 세계 제일의 이미지 및 동영상 인식 엔진으로 평가받는 ‘아르미’(ARme)다. 양승호 NSENSE㈜ 대표는 “핵심 기술은 빠른 이미지 영상처리와 인식속도”라며 “아르미는 1~2초 사이 이미지를 인식했다. 클라우드 서버를 이용해 데이터베이스를 보관해 사용자 단말기 용량 부담을 줄였다. 아울러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신속하게 제공하고자 세계 50여곳에 콘텐츠 딜리버리 네트워크(CDN)을 구축했다”고 덧붙였다.

“현실에 만족하는 순간 끝”
“바코드나 QR코드 같은 ‘마커’ 없이도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통해 동영상뿐 아니라 이미지나 공간, 사물을 인식해 미리 서버에 등록해 놓은 결과물을 스마트폰에 나타내는 방식이다. 동영상을 인식해내려면 정확도뿐 아니라 속도가 중요한데, 그것이 바로 기술력이다. 현재 이미지 인식 기술이나 응용 기술을 가진 회사는 많지만 영상 인식 엔진 기술을 가진 회사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 NSENSE의 아르미가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다. 최근 NSENSE는 뛰어난 AR기술과 VR기술을 접목하여 VR분야에도 진출했다. 이에 일본 광고회사와 협력해 VR과 AR을 활용한 아이돌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양승호 대표는 “영상처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과 미국에도 진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으로는 드물게 일본의 차세대 성장산업 육성을 총괄 지휘하는 네도(NEDO·신에너지 산업기술 종합개발기구)의 기술위원으로 1년 동안 활동한 바 있는 양 대표는 지난해 3월 차세대 한상(韓商) 리더들이 모이는 영비즈니스리더네트워크의 대륙별 모임인 ‘아세안포럼’에서 증강현실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이날 양 대표는 “AR 기술은 화상(image) 처리 및 인식, 영상 처리 및 인식, 3D 공간 및 사물 인식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후자일수록 개발이 까다로워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회사 설립 11년째로 위기를 숱하게 겪었지만 극복하면서 더욱 강해졌다. 원천기술로 구글·애플·아마존이 지배하는 판도를 바꾸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현실에 만족하는 순간 끝”이라고 말하는 양승호 대표. 에베레스트산의 높이 8848m와 같은 차 넘버를 가지고 있는 그는 “자동차 넘버 속에도 세계 정상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말한다. 아무리 험난한 고비가 오더라도 그 위기를 극복하고 독자적 기술로 세계 최정상에 우뚝 설 양승호 대표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