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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 실각
이집트에도 민주화의 꽃 필까
2013년 08월 02일 (금) 15:01:47 황태희 기자 webmaster@newsmaker.or.kr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물러났다. 이집트 군부를 이끄는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은 7월 1일(현지시간) 무르시에게 군부와 시위대의 요구에 저항하지 말고 시한 내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으나 완강히 거부하던 무르시는 결국 48시간 뒤에 축출당했다.

황태희 기자 hth@

엘시시 국방장관이 제시한 최종 시한이 끝나고 특공대원들이 도착했을 때 무르시는 압송에 조용히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르시는 지난 몇 달 동안 사법부, 경찰, 군, 정보기관, 일부 이슬람과 기독교 고위 성직자 등 사실상 모든 권력기관과 불화를 빚었다. 안보기관은 무르시가 모르는 사이에 도시들에 병력을 배치하면서도 보고하지 않을 정도로 그에 대한 불신이 심각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 이후 이집트의 정치적 혼란이 깊어지는 가운데 과도정부가 주요 장관직 인선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엘시시 장관의 최후통첩 후 48시간 만에 체포
무르시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은 서방 국가 대사관을 통해 외부의 도움을 구해보는 것뿐이었다. 한 군 관계자에 따르면 무르시의 에삼 알 하다드 안보보좌관은 서방국 정부들에 전화를 걸어 이집트 내 상황을 애써 좋게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방 국가들도 일찌감치 상황이 끝났다고 판단했다는 전언이다. 무슬림형제단의 한 대변인은 “우리는 6월 23일에 이미 상황이 끝났음을 알았다”며 “서방국 대사들이 그렇게 말했고 앤 패터슨 카이로 주재 미국 대사도 이 가운데 하나였다”고 말했다. 6월 23일은 엘시시 장관이 처음 군의 개입을 경고한 날이다. 이때부터 이미 무슬림형제단도 상황을 돌이킬 수 없음을 직감했다는 것이다. 절박해진 무르시는 보좌관 두 명을 시켜 군 내에 있을지도 모를 자신의 조력자를 물색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엘시시 장관이 이를 알고 손을 썼다. 대통령궁과 어떤 접촉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려 보내고, 무르시 측근과 접촉한 사령관이 있는 부대에는 정예 병사들을 파견했다. 이런 사면초가 상황에서도 무르시는 자신이 투표로 적법하게 선출됐기 때문에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집트 일간 알 아흐람에 따르면 무르시는 스스로 사임하면 터키나 리비아 등지로 안전하게 피신할 수 있게 해 주겠다거나 기소를 면제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으나,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르시와 엘시시 장관, 히샴 칸딜 총리 간 회동에서도 칸딜 총리는 타개책을 논의해보려고 했지만 무르시가 응하지 않았다고 한 관리는 전했다. 축출 직후 무르시는 공화국수비대 본부에 억류됐으며 이후 국방부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또 다른 무슬림형제단 대변인인 무라드 알리는 애초부터 군은 무르시의 하야를 기정사실로 두고 있었다며 그것은 바로 “감옥에 가든가 아니면 나와서 사임한다고 발표하든가였다”고 주장했다. 알리 대변인은 “무르시가 어떤 양보를 해도 엘시시 장관에게는 통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는 순진했다”고 토로했다.

이집트 정국의 새로운 강자 엘시시 국방장관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의 축출 이후 군부 최고 사령관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이 이집트 정국의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11개월 전 자신을 임명한 무르시 대통령을 권좌에서 쫓아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그가 향후 여론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 혼돈의 이집트를 당분간 이끌게 될 것이라고 BBC 등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지난해 8월 무르시 대통령이 엘시시를 임기 첫 국방장관으로 임명했을 당시만 해도 이 같은 상황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무르시는 전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튀지 않는 성품의 그를 지목하면서 집권 이슬람 세력과 군부간 가교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속내는 유약한 그를 통해 군부를 장악하겠다는 노림수가 있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였다. 하지만, 무르시 통치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이 극에 달하면서 집권 1년을 맞아 수백만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민심이 무르시 정권에서 완전히 떠난 것을 확인한 엘시시는 숨겨왔던 카리스마를 드러냈다. 지난 7월 1일 48시간 내에 정국혼란을 해결하지 않으면 군이 개입하겠다고 무르시에 ‘최후통첩’을 보낸 그는 통첩시한이 끝난 지 수시간 만에 무르시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하고 헌법을 무효화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조용한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던 집권 무슬림 형제단의 기대를 무참히 꺾은 것은 물론이고, 무르시 축출을 바랐던 대다수 국민들조차 놀랄 만큼 신속했다. 엘시시는 최후통첩 후 이틀 동안 무르시와 막후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모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퇴 요구를 무르시가 완강히 거절하자 축출 발표를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엘시시가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과 두 차례 전화 통화를 가진 사실도 확인됐다. 이는 무르시 축출에 미국이 막후에서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1954년 카이로에서 태어난 엘시시 장관은 이집트군 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군사교육을 받아 서방 세계와 친숙한 인물이다. 군부 내 지휘·정보·외교 분야 요직을 두루 거친 그는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시나이 반도 등 중동 지역 전문가로 미군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오면서 군부 내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꼽힌다. 한편으로는 세속주의 성향이 강한 군부내에서 독실한 이슬람 신자이기도 하다. 이는 이슬람주의자인 무르시가 그를 발탁한 주된 배경이기도 하다. 현재 이집트에서 군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거의 절대적이다.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집트군에 대한 국민의 신임도는 94%를 웃돈다. 이집트 전문가들은 엘 시시가 이번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야권 및 시민단체와 협의를 거쳐 조만간 대통령 선거와 총선을 실시하는 방향으로 정국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호스니 무바라크 축출이후 군부가 과도기적 집권을 했던 당시를 떠올리면서 엘시시가 사실상 ‘포스트 무르시’의 선두주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 육군대학원에서 엘시시를 지도했다는 한 미 육군 퇴역 장성은 “그는 광대놀음을 벌일만한 인물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집트 군부, 이슬람 지도부 재산 압류에 착수
이집트 새 집권층이 ‘반대파 옥죄기’를 계속하면서 이집트 사회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불안감도 가시지 않고 있다.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내쫓은 군부는 ‘국민의 신임을 어겼다’며 무르시를 맹비난하고, 검찰은 옛 정부 지지파인 이슬람 최고 지도부의 재산 압류에 착수했다. 유럽연합(EU)은 현 내분을 우려하면서 정파 간 대화를 촉구했다. 미국은 정권교체 이후 처음으로 고위급 특사를 파견했다. 이집트 군부의 최고 실력자인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은 7월 14일(현지시간) TV연설에서 “무르시에 신임투표를 제안했으나 완강히 거절당했다”면서 정권 축출의 정당성을 주장했다고 AP통신과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엘시시 장관은 “군은 민주적 선거 절차를 존중했으나 (무르시 재임 당시) 정치적 결정 과정이 휘청대기 시작했다”면서 “군은 국민의 명령을 받을 뿐 국민에게 명령을 내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르시의 핵심 지지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은 연설에 즉각 반박하면서 대규모 반대 집회를 촉구했다. 게하드 엘 하다드 대변인은 트위터에서 군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군 통수권자인 무르시의 명령 없이는 국민을 대변해 움직일 권한이 없다고 항의했다. 무슬림형제단 등 옛 집권층에 대해 간첩 혐의 등으로 수사를 벌이는 이집트 검찰은 7월 14일 이슬람 지도자 14명에 대해 재산압류를 명했다. 재산압류 대상은 무함마드 바디에 의장 등 무슬림형제단 지도부 9명과 이슬람 무장단 ‘가마 이슬라미야’ 등 다른 단체의 인사 5명이라고 AFP통신이 전했다. 군부와 과도정부는 압류 상태인 무르시를 풀어주라는 독일과 미국의 촉구에도 별 답이 없는 상태다. EU의 캐서린 애슈턴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7월 14일 발표한 성명에서 “국가적 화해는 민주적 정권이양의 최대 관건”이라면서 과도정부 측이 정치적 목적에 따른 반대파 체포와 억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은 7월 14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빌 번스 국무부 부장관을 이집트에 파견해 다양한 정파와 분쟁 해법을 논의하기도 했다. 무르시 축출 이후 미국이 정부 대표를 이집트에 보낸 것은 처음이다. 무르시 지지파 대다수는 보수 이슬람주의자다. 이들은 정권 축출을 쿠데타로 규정하고 전국 각지에서 항의 집회를 벌여 군부 지지층과의 유혈 충돌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월 8일 카이로 공화국수비대 본부 주변에서는 군의 시위대 발포로 최소 53명이 숨졌다. 이집트는 치안이 나빠져 최근 한국 외교부가 2단계(여행자제) 여행경보를 발효한 상태다. 반면 세속주의 성향인 과도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 중동 산유국의 경제지원을 등에 업고 내각 구성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 업적으로 유명한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부통령으로 취임한 데 이어 나빌 파미 전 주미대사가 외교장관직을 수락했다. 하젬 엘베블라위 신임 총리는 최대 장관 30명 규모의 새 내각을 발표하고 민생 안정과 총선·대선 준비 등에 착수 중이다. 총선·대선은 내년 초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집트 과도정부를 지지하는 쿠웨이트가 애초 약속한 지원책에 따라 2억 달러(2천251억원) 어치의 디젤유와 원유를 이집트에 보냈다고 AFP통신이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산유국 3곳은 이집트 정권 축출 뒤 모두 120억 달러(13조5천억원)의 긴급 경제지원을 약속해 재정난과 연료부족을 겪던 과도정부의 숨통을 틔워줬다. 사우디 등은 무슬림형제단이 재집권하면 자국 이슬람 세력에도 준동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과도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과도정부 주요 장관직 인선작업 본격화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 이후 이집트의 정치적 혼란이 깊어지는 가운데 과도정부가 주요 장관직 인선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7월 14일 로이터와 현지 일간 알아흐람 등에 따르면 이날 전 주미 대사인 나빌 파흐미가 외교부 장관직을, 자유주의 계열의 경제학자 아흐메드 갈랄은 재무부 장관직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집트 관광부 장관을 역임했던 압델 누아는 투자부 장관에, 재판관 출신인 무함마드 암민 엘마흐디는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으며 야권 지도자인 무함마드 엘바라데이는 부통령으로 취임식을 열고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기술관료와 자유주의 성향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기용에 속도가 붙고 있는 가운데 30여 명 규모의 새 내각 인선이 완료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날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은 무르시 전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첫 연설을 하고 “무르시를 자리에서 내려오게 한 것은 국민들의 뜻에 따른 조치”라며 “그렇지만 향후 이집트에서 정치 참여가 금지되는 단체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그의 발언은 최근 군부와 검찰이 무르시와 그의 지지세력인 무슬림형제단에 대해 지나친 탄압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후 나온 것이다. 이집트 검찰은 무르시와 그의 지지자들을 체포해 수사를 벌이는 가운데 무함마드 바디에 무슬림형제단 의장 등 지도부 14명에 대해 자산 동결 조치를 내리는 등 옥죄기를 이어 가고 있다. 14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공영TV ARD와의 인터뷰에서 “이집트의 새로운 통치자들은 무슬림형제단을 배제해서는 안 되며 구금된 무르시도 석방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미국 정부도 이 같은 의견에 동의를 표시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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