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는 이 시대의 화두가 되었다. 현재 한국의 고령화율(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1.8%이다. 세계 최고인 일본의 24.1%보다 낮지만, 그 증가 속도는 일본을 앞지른다. 이런 상황에서 은퇴, 정년, 노년, 노후 등의 단어는 우리 사회의 대표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종서 기자 jslee@

▲ “은퇴 후의 직업 문제, 건강 관리, 가족관계, 시간관리, 사회봉사 등 삶의 여러 측면을 동시에 고려한 종합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고 설명하는 권도형 대표.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의 물결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이다. 특히 혼자 사는 노인 빈곤율은 무려 76.6%에 달한다. 전 연령층 빈곤율이 14.6%로 OECD 6위인 것을 보면 노인 경제 여건이 유독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기다 최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행렬이 시작됨으로써 고령화 문제는 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미처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자리를 떠나는 은퇴자들은 생활비 부족을 비롯하여 일과 건강, 가족관계 등 모든 면에서 혼란에 빠지고 자괴감을 겪기도 한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한국은퇴설계연구소의 권도형 대표를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금융기관의 공포 마케팅 경계하라
권도형 대표는 먼저 “급속한 고령화 속도에 비해 은퇴 준비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현재 금융기관들이 제시하는 은퇴 준비 플랜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예비 은퇴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이용한 공포 마케팅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합리적인 은퇴 준비를 막을 수도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었다. 예를 들어 한 금융회사의 은퇴연구소는 은퇴 후 부부가 중산층 수준의 삶을 사는 데 월 300만 원이 필요하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53세에 은퇴 후 100세까지 47년간(564개월) 16억 9,200만 원이 필요하다는 단순 계산을 내놓는다. 결과적으로 이 금액을 마련하기 위해 거액의 연금을 들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은퇴 자금으로 수십억 원이 필요하다는 금융회사들의 이러한 공포 마케팅은 불필요한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대표적인 폐해가 연금 보험의 높은 중도해지율이다.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거액이 필요하다는 금융회사의 이야기를 믿고 밝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겠다는 결심으로 다소 버거운 금액의 연금보험에 가입한다. 그러나 이것을 유지하지 못해 손해를 보면서 중도해지하는 것이다. 중도해지의 피해자는 가입자 자신이다. 권 대표는 “10억 이상 준비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다. 무조건 금액만 강조하는 것은 은퇴자에 대한 모독이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대한민국에 복지가 없다고 전제하고 은퇴자들을 일하지 않고, 빈둥빈둥 소비만 하는 사람으로 간주한 후 자기 회사의 틀에 맞춘 은퇴설계를 강요한다. 이러한 공포 마케팅은 은퇴설계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망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은퇴 재무설계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과정
인생의 기나긴 여정에서 은퇴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하지만 인생 여정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은퇴 이후의 삶을 제대로 계획하고 준비하는 사람을 찾아보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한국은퇴설계연구소는 우리나라 은퇴설계의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는 목표로 설립되었다.

▲ 은퇴설계 명강의로 전국에서 강연 요청이 끊이지 않는 권도형 대표

권대표는 “자신의 현금흐름과 제반 현실을 고려한 은퇴 재무설계”를 강조했다. 즉, “은퇴 후의 경제활동, 소비생활과 함께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 확보 가능한 자금 등을 입체적으로 점검해보아야 한다. 그래야 과도하고 잘못된 설계를 하지 않고 실행 가능하며 생활에 부담을 주지 않는 적정한 준비가 가능하다”고 한다. “연금은 가입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무리 없이 납입했다가 필요한 시점에 수령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은퇴설계 명강의로 전국에서 강연 요청이 끊이지 않는 권 대표는 “은퇴 재무설계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쪽의 편향된 논리에 젖어서는 안 된다”며 “종합적인 고려가 있어야 한다. 은퇴 후의 직업을 미리 준비해둔다면 필요한 노후자금은 훨씬 줄어든다. 건전하고 합리적인 소비습관을 훈련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고 조언했다.

은퇴 후 삶의 전 영역에 걸친 균형 잡힌 설계 필요
그리고 “재무설계를 은퇴설계의 전부인 것처럼 보는 시각도 버려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리고 “은퇴 후의 직업 문제, 건강 관리, 가족관계, 시간관리, 사회봉사 등 삶의 여러 측면을 동시에 고려한 종합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을 돕는 것이 한국은퇴설계연구소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 입체적 은퇴 준비 전문 프로그램인‘한국형 은퇴 MBA’를 적극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권도형 대표

권 대표는 “은퇴 후 실제 삶을 위해 재무뿐 아니라 생활 전 영역에 걸친 세세한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컨설팅을 하면서 은퇴 후 5개년계획을 작성하라거나 일과표를 그려보라는 간단한 주문에도 당황하는 은퇴 준비자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한국은퇴설계 연구소는 재무설계뿐 아니라 직업 준비, 시간 운용, 리스크 대비, 건강과 미용, 봉사활동과 인간관계 관리 등 입체적 영역의 컨설팅과 교육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시의 은퇴 준비 공무원을 대상으로 서울시인재개발원에서 ‘제2의 인생설계 과정’을 진행했다. 이때 삶의 전 영역에 걸친 균형 잡힌 은퇴 설계를 위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여 참석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집합 교육이 끝난 뒤에도 개별 상담을 통해서 개인에게 적합한 준비 방법도 조언하고 있다. 권 대표는 “이렇듯 정부 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입체적 은퇴 준비 전문 프로그램인 ‘한국형 은퇴 MBA’를 적극 확산하겠다.”는 계획을 이야기하며 “한국 은퇴설계의 모범적 전형을 제시하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밝혔다.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권도형 대표는 대한민국 국회입법 보좌관, 푸르덴셜생명 라이프플래너, 삼성생명 명문지점 부지점장, A+에셋 압구정 지점장, 박근혜 대통령 중앙선대위 국민소통본부 부본부장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꿈에 투자하라》, 《꿈꾸지 않는 청춘은 청춘이 아니다》, 《돈, 잘 쓰고 잘 모으고 잘 불리는 법》 등이 있다.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