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정부는 2015년 12월 1일로 예정된 전시 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의 전환을 재연기할 것을 제안하였다고 한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1일 척 헤이글 미국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이를 공식 제안했다고 양국 관계자들이 17일 밝혔다. 특히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의 권력 3대 세습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전작권 재 연기는 시사하는 점이 크다. 전작권 전환은 미국이 한반도의 안보와 방위에서 한발 물러서는 것을 뜻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오판하도록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전작권 전환은 참여정부 시절 2012년으로 합의했다가 MB정부 때 2015년으로 연기한 바 있다. 

▲ 경기대 국제대학 유영옥 학장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일부의 반대를 설득하면서 전작권 연기를 결정한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과 우리 군의 대북 작전능력 등에 대한 종합적 고려가 반영된 것이었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의 재 연기는 우리 군의 대응능력이 완성되기까지 국가이익을 위한 최상의 방위전략이며, 북핵 위협과 천안함 도발 등으로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의 안보 위기를 불식시키기 위한 시의적절한 조치이다.
 참여정부에서의 전작권 전환은 국민의정부 때부터 추진해온 화해협력의 성과로 인하여 남북관계가 진전되면서 북한의 위협이 점차 감소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 추진되었다. 실제로 화해협력이 추진되던 기간에는 남북한 간 군사적 충돌이 매우 감소되었고 북핵위협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통일준비 차원에서도 전작권 전환이 필요하다고 인식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작금까지도 우리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하며 우리국민을 계속해서 위협하고 있다. 이런 차제에 전작권 전환의 재 연기는 참 잘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전작권 재 연기는 최근 몇 년 간 증가하고 있는 북한의 대남 군사위협도 변수가 됐다. 한미 현 정부가 출범한 후 북한은 대화보다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차 핵실험, 천안함 사태 등 오히려 군사위협을 증가시키고 있다. 전작권 이양은 당초 북한의 군사위협이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는 전제 하에 전환을 합의했었다.
 그런데 북한은 지난 2013년 2월 12일에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한 후 '경량화·소형화'에 성공하였다. 따라서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핵미사일로 언제든지 한국을 공격할 수 있고, 북한의 반복되는 도발 행위는 기존 포용정책 시도에 찬물을 끼얹고 있으며 한국은 미국과 공조해 북한의 핵·미사일 및 재래식 전력에 의한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수단을 마련해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작권 전환준비는 2010년 한미 양국이 합의한 전략동맹 2015에 근거해 추진 중이다”라고 말한바 있다. 올해 전반기에 심각해진 북한미사일과 핵문제 등 안보상황을 고려해 전작권 전환을 점검하는 문제는 올해 10월 한·미 안보 협의회 (SCM)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2012년 10월 24일 미국에서 열린 44차 SCM회의 에서 양국은 어느 때보다 풍성한 동맹 강화 이행 방안들을 제시했다.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북한의 대남 핵 위협에 대해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을 다양한 시나리오에 맞춰 연습해보는 단계까지 끌어올리기로 하는것 등이 그 내용이었다. 전시작전통제권을 한미연합사령부에서 한국의 합동참모본부로 2015년까지 전환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 재 연기 논의가 나왔다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다.
  전작권 전환이 완료되면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벌어지는 유사시 전쟁을 수행하는 최고 군사지휘부는 합참으로 바뀐다. 따라서 한국군이 창설 이래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이 없는 독자적인 전쟁수행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적지 않은 우려를 제기해 왔다. 전작권 전환은 전시 때 한반도 안보 책임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는 개념이지만 평시에도 지금과 전혀 다른 상황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전시 작전계획 수립 경험이 전무 하다는 점과 미군 정보력 공백 등의 우려가 지적된다. 북한 병사의 ‘노크 귀순’ 사건이나 표류하고 있는 국방개혁안도 우리 스스로 전작권 전환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 자문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만약 계획대로 전시작전통제권이 전환되고 한미연합사가 해체된다면 한반도 유사시에 투입되기로 되어 있는 69만 명의 미 지상군과 160여척의 함정, 2,000여대의 항공기 등의 주한미군 증원이 자동으로 취소된다. 미 해군 제7함대의 해상핵무기에 의한 핵우산의 제공도 불가능하다. 대북 군사정보기능의 90% 이상을 미군에 의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기간을 두고 충분한 대응책을 강구한 이후에 전작권을 전환해도 늦지 않다.
  우리 군이 전작권을 단독으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적 계획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 정보획득 및 전술지휘통제(C41) 체계, 정밀타격 능력이 완전히 확보되어야 한다. 2015년을 전작권 전환 시기로 합의한 것은 지상군작전사령부가 창설되는 시점과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작업이 완료된다는 점이 고려됐다.
  진보를 가장하고 반미를 선동하는 일부 정치인과 친북·종북(親北從北) 세력들은 전작권 연기를 '군사주권 포기'니 '사대굴종 외교'라고 선동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전작권 협상과정에서 전작권의 이전이 미국으로부터 한국군이 주권을 돌려받는 자주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국군이 전작권을 넘겨받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확신이 아니라 반미 진보주의자들의 감성적인 논리로 전작권의 전환을 요구한 것이다. 한편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에 투입할 국제 연합군의 결성을 위해 전작권 이양을 계획했다. 양국모두 한국군의 준비상황은 뒷전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맥아더 동상 철거 사건 등 한국 내 반미 운동과 한미동맹을 고마워하지 않는 모습도 전작권 조기 이양에 한 몫을 했다. 이처럼 전작권 협상은 군사적 동기보다 정치적 목적이 더 우선하여 합의된 것이다.
  전작권의 연기는 일부 세력이 주장하듯이 군사주권과 자주권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안보 상황이 변했기 때문에 시기를 늦춘 것뿐이다. 한반도의 상황은 2007년 전작권 이양을 결정한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상황을 재평가 할 수밖에 없는 중대한 안보상의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전작권 자체를 되돌리자는 것도 아니다. 한시적으로 연기하여 한반도 정세의 변동이 가장 많은 시점을 피하면서 미국의 지원을 연장하여 우리의 안전을 보장받고자 하는 것이다.
  역사상 유례없는 호전성을 지닌 김정은 정권으로부터 다수 국민들의 안보 위기를 해소함은 물론, 외국인의 불안 심리도 해소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이 없게 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전작권 전환의 연기는 그간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해온 북한에 보내는 상징적인 메시지로 추가도발을 억제하는 효과도 크다. 한편으로는 전작권 환수를 위한 준비과정에서 시간적 여유를 얻게 됨에 따라 내실 있는 준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우리 군의 국방개혁이 완성되는 시점에 전작권 환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전작권의 연기 결정은 우리에게 득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존심 측면에서 보면 전작권 전환이 당연히 우리에게 넘겨져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뒤따르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며 해결해야 할 문제에 비해 남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전작권 재 연기는 환영받을만한 일이다. 전작권 전환에서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미국의 압도적인 정보력 공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를 대체하려면 막대한 재정지출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안보부처 당국자는 “지금은 미국이 안보동맹 차원에서 인공위성과 정찰기 등 가용 정보력을 최대한 제공하고 있지만 전작권 이후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우리 스스로 이를 상쇄할 정보력을 갖추기란 경제적, 재정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바 있다.
  전작권 전환을 차질 없이 이행하기 위해선 한국군 지휘체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개혁 작업도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특히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국방개혁 307계획’이 실행돼야 한다. 국방개혁을 위해서는 국방예산이 충분하고도 완전히 지원돼야 하기 때문에 전작권 전환은 2015년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자주국방을 완비할 때까지 연기되어야함을 명심해야 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