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수마가 할퀴고 간 현장을 발이 닳도록 찾았다. 지난 7월 15일 노량진 배수지에서 근로자가 숨진 사고가 발생한 뒤 수해지역 관리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였다.

▲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시장은 사고 직후 서울시 공식일정을 취소하고 ‘노량진 배수지사고 수습 관련 간부회의’를 여는 등 비상모드에 돌입했다. 박 시장은 공무원들에게 “재발방지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해야 한다”고 지시했고, 시 관련 공사의 하도급과 감리 등에 제도적 문제를 집중 점검해 잘못된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수해 지역 사고 관련 유족과 보상문제 논의
당초 서울시는 유족 보상문제와 관련해 “책임은 전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박 시장이 보상문제를 직접 거론하자 즉각 논의절차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시공사와 유족 대표들과 4차례에 걸친 협의 끝에 보상 합의를 마쳤고, 지난 7월 21일 합동영결식을 치를 수 있었다. 보상과 합의 문제 등으로 협상이 장기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중재자로 역할을 잘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재선(再選)’을 노리는 박 시장 입장에선 이번 대형인재사고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내년 서울시장 선거의 승패를 가를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서울시는 노량진 배수지 참사 및 수해 피해와 관련한 언론보도와 온라인 반응 등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는 박 시장이 사고 발생 5시간이 지나서야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을 두고 ‘늑장 대응’이라는 언론의 지적에 해당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에 기사 수정요청을 하기도 했다. “현장까지 교통체증이 극심했다”, “청사에서 사고 관련 보고를 받고 있었다”는 등 구체적인 해명을 내놓으며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대응모드를 취했다. 이는 자칫 ‘늑장대응 시장’으로 낙인찍힐 수 있는 부분이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오세이돈’으로 불렸던 모습이 교차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논란의 불씨를 차단해 전임 시장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기자들이 보도자료 등을 볼 수 있는 자료게시판에는 ‘수방상황’ 코너도 따로 마련했다. 아울러 박 시장은 이른바 ‘강남 침수 논란’에도 강경한 대응을 취했다. SNS에서 강남역 침수 논란이 벌어지는 것과 관련해 박 시장은 “폭우와 침수 피해가 많았던 재작년 사진을 마치 지금처럼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올려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있다”며 “악의적인 행동을 계속 한다면 법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박 시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강남역과 사당역 일대의 실시간 CCTV사진을 올려 ‘강남 침수설’에 반박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번 사고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박 시장의 정치적 대응력은 “노련하기까지 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박 시장은 ‘서울시 책임론’에 대해선 거리두기를 하는 동시에 사고발생 원인으로 ‘관행문제’를 거듭 지적하면서 정치적 타격을 줄이는데 주력했다. 박 시장도 서울시의 공식일정을 취소하고 현장으로 향했다. 또 박 시장은 지난 7월 18일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고대구로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댄 채 유족들의 손을 잡으며 거듭 “죄송하다”고 말했고, 한 유족이 얼굴을 돌려 외면하자 그의 손을 꼭 잡고 한동안 놓지 않았다. 이는 박 시장이 수해피해에 대처하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장면으로 기록됐다.

<정치의 즐거움> 출간기념회서 안철수 의원과 조우
오는 8월 7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정치 대담집 <정치의 즐거움> 출간기념으로 여는 ‘독자와의 대화’ 행사에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특별 게스트로 참석한다. 7월 25일 박 시장 측은 최근 안 의원 측에 행사 참석을 요청해 수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지난 6월 14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13주년 기념 행사에 나란히 참석해 조우한 이후엔 별도의 만남을 갖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이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나설 때 안 의원이 후보를 양보한 이후 두 사람은 협력적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엔 야권의 잠재적 차기 대권주자로서 함께 거론되는 등 라이벌 관계로 부각되는 측면도 있어서 이날 두 사람의 만남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박 시장은 <정치의 즐거움>에서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 안철수 당시 서울대 교수가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공개 경쟁을 통해 단일 후보를 정하자고 제안했다 하더라도 “서울시장 선거에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기성정치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 절망, 그리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이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났고 저도 그 덕을 본 셈”이라고 말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