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담에 ‘세 번 참으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의지하여 백의민족이라고 자부하며 금수강산에 살았던 우리조상들은 어지간하면 참고 지냈다. 한이 맺힐지언정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구박도 참고, 아내는 난봉꾼 남편의 바람기도 잘 견뎠다. 아이들도 학교가 10리나 떨어져 있어도 자연을 벗삼아 걸어 다녔다.

라면이 없었어도, 주린 배 움켜지고 보릿고개도 잘 넘겼다. 그때는 모든 게 슬로우로 가고, 어느 곳을 가더라도 새소리 물소리가 가득 차 비록 가난했어도 마음은 평안했다. 그러나 산업화를 거치면서 밥술은 뜰만해졌어도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졌다. 연일 자살과 <묻지마> 살인과 입에 담기 쑥스러운 일들이 매스컴을 뒤덮을 정도이니 어지간히 참아서는 견딜 수가 없는 세상이 되었다.

서울 시내를 멀쩡히 활보하는 사람 중에서 열중 일곱은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니라는 모 일간 신문기사를 설마하며 의심만 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변한 것이 분명하다. 작가는 7여 년간을 인생의 음지에서 ‘올드 보이’처럼 참고 지냈다. 그렇다고 이 글을 읽는 독자 모두에게 나와 같이 7년 참으라고 하는 것이 무리수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라도 최소한 4번은 참아보라고 권하기 위해 이 서체를 묵상중 발현하였다. 자화상 같은 이 캘리그라피는 세필로 쓴 3개의 인(忍)자위에 크게 쓴 참을 인(忍)자를 덮어놓은 형상을 연출했다. 세 번은 기본이고 한숨 크게 쉰 뒤 다시 한 번 더 크게 참아야한다는 것이다. 참아야 할 이유를 장황히 설명하면, 설교(?)한다 할까하여, 참는 방법과 참아서 얻는 유익을 구차하게 설명하지 않고 , 이 인(忍)자에다가 숨은 그림3가지를 비밀코드처럼 심어놓았다.

첫째 그림은 벌겋게 얼굴이 달은 사람이 90도 이상 고개 숙여 절하는 형상이다. 그것은 열 받자 말자 레이저(그 중 시중에서 제일 강력한 게 ‘레이저 박’이라 카더라) 같은 눈빛을 상대에게 조사하지 말고, 바로 겸손히 고개를 숙여야 한다. 왜냐하면 혈기를 노출치 않는 ‘친절한 카드페이스’라야 상대의 마음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겸허히 머리 숙인 사이에 등 뒤에서 마치 부메랑처럼 달려드는 칼날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나가서 목이 잘려나가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연스레 아래로 축 늘어진 두 팔로 실시간 ‘이삭줍기’에 돌입하여 입에 풀칠이라도 해나가며 회생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런데 나의 박사급 절친 중 한명은 ‘내가 아직 홈리스도 아니고... 왕년에 잘나갔는데... 아직 가족을 위해서라도 존심 꺾어가며 앵벌이는 못하겠다.’며 아직 작가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고 ‘굶식’하며 버티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지만 그는 2가지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 했다. 하나는 가장이 고개 숙일 장소가 침실이 아니라 일터에서라는 것이고 (루저들은 항상 서바이벌 매뉴얼을 정반대로 실행한다.) 또 하나는 해가 짧은 엄동설한에 <킬링 타임>하다가 실기하게 되면 인생이 더욱 힘든 국면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 다음 그림이 마음 심(心)자 안에 숨겨져 있다.

세상에서 가장 얻기 어려운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마음 심(心)자 안에 입이 귀까지 찢어질 정도로 웃는 얼굴이 들어있다. 원래 사람의 마음은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조차도 읽을 수 없는 것이나, 웃는 얼굴과 눈빛으로는 쉽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인생에서 최후에 웃는 자가 최후의 승리자이다. 원수의 가랑이 밑을 기어 나와 승자의 반열에 오른 한신과 다윗처럼 네 번 참아서 크게 한 번 웃어보자!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을 <발톱 밑의 가시>로 고생하는 이 땅의 중소벤처기업인들에게 이 작품을 헌정하고자 한다. 이천삼년 칠월을 맞으며...                                    
<인생김치이야기>저자/창작서예가  솔현 심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