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이 시대의 화두다. 장기 슬럼프를 겪고 있는 세계 경제 속에서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서는 경제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우리나라에서 ‘창조경제’가 핵심 국정 목표로 제시되고 있는 것도 그러한 핵심 맥락에서다.

황태일 기자 hti@

▲ 프렌즈에셋 김재우 대표는‘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듯 새로운 것은 ‘무’에서가 아니라 ‘유’에서 창조된다. 이미 있는 것들을 새로운 눈으로 볼 때 혁신이 이루어지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강구되고 있다. 이러한 목표, 방법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혁신’일 것이다. 프렌즈에셋의 김재우 대표를 만나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혁신’은 순환을 깨뜨리고 발전 몰고 오는 것
혁신이란 무엇인가? 혁신의 개념 풀이를 위한 단서는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이론에 있다. 그는 경제란 항시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 균형을 이루며 순환하는 성질이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순환 상태에서 발전은 없다. 발전은 오직 순환을 깨뜨림으로써 이루어진다. 순환을 깨뜨리고 발전을 몰고 오는 것이 바로 ‘혁신’이다. 조지프 슘페터에게 혁신을 통해 창조적 파괴를 수행하는 사람이 ‘기업가’였다. 기업가란 단지 기업을 소유하고 경영하는 사람이 아니라 혁신을 수행하는 사람인 것이다. 시장에 혁신자가 나타나면 그는 엄청난 이윤을 누리게 된다. 사람들이 그를 ‘모방’한다. 그러면 혁신의 효과와 이윤은 줄어들고 경제는 다시 순환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다시 선도적인 혁신자와 모방자들이 나타난다. 이 과정이 되풀이되며 경제는 발전하는 것이다. 우리는 기업가의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헨리 포드(Henry Ford)를 꼽을 수 있다. 그는 당시만 해도 부유층의 전유물인 자동차를 대중 필수품으로 만들려 했다. 이에 컨베이벨트 시스템 등을 적용한 대량 생산 체제를 통해 1908년 최초로 양산차인 ‘포드모델 T’를 선보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포드는 자동차를 양산하는 조립라인 아이디어를 신시내티와 시카고 도축장에서 얻었다고 한다. 도축장에서 작업자들은 제자리를 지키고 작업 대상인 도축된 소나 돼지가 ‘고리’에 걸려 운반되면 작업자들은 차례로 맡은 부위를 절단한다. 이 연속 흐름을 거쳐 고기는 부위별로 ‘해체’된다. 포드는 이 과정을 거꾸로 적용해 완성차가 조립되는 공정을 도입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또 다른 이단아가 있었다. 바로 제너럴 모터스(CM) 최고경영자(CEO) 엘드리드 슬론이었다. 그는 단 하나의 부품으로는 변화하는 시장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보았다. 그는 1년마다 색깔들을 부분교체함으로써 대량 생산을 유지함과 동시에 유연성을 가미하여 시장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 했다. 또한 슬론은 회계기법을 차용해 최초로 자동차 할부 제도(판매)를 도입함으로써 대중 마케팅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조지프 슘페터는 이 할부 판매 제도를 두고 ‘금융 기법’에서의 진정한 ‘혁신’이 다름 아닌 자동차업계에서 나타났다며 놀라워했다. 오늘날 자동차 대량 생산과 모델 체인지업, 할부 판매 제도는 평범하고 익숙한 관행이다. 이미 다른 사람들이 따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아무도 생각지 못한 ‘혁신’이었다. 이러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천재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도축업이나 회계업 등 다른 분야에서 얻은 것이다. 김재우 대표는 “자신의 전문 분야만 보아서는 새로운 ‘눈’을 갖기 어렵다”며 “눈을 주위의 다른 곳으로 돌릴 때 비로소 ‘혁신’적인 발상이 나온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듯 새로운 것은 ‘무’에서가 아니라 ‘유’에서 창조된다. 이미 있는 것들을 새로운 눈으로 볼 때 혁신이 이루어지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런 점에서 역사는 우리가 혁신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무궁무진한 검색창”이라며 “미래를 지향할수록 과거를 되돌아보는 일이 필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가 경제, 사회 경제, 직장 경제, 가정 경제에서도 바로 지금이야말로 ‘혁신’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고 피력했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인식의 차이
최근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산업구조가 일본과 비슷한데다 빠른 노령화와 부동산 가격 등 상황이 일본의 1990년대 초반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타산지석을 위해서는 일본식 장기 불황의 배경과 한국경제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2차 세계 대전 패배 후, 일본 경제는 전쟁을 계기로 성장했다.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을 통해 철강과 전자, 조선, 자동차 산업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하게 된다. 일본의 장기 불황은 1985년 미국 플라자 호텔에서 체결된 플라자 합의가 발단이 됐다. 무역 적자가 계속 늘어나던 미국은 일본과 독일에게 통화절상을 요구하고, 일본은 이 요구를 수용하게 된다. 그 이후 엔화가치가 폭등하였다. 엔고와 저금리 정책은 순식간에 부동산과 주식시장 버블을 만들었다. 1990년대 초 이 버블이 터지면서 일본 경제는 장기 불황에 빠지게 된다. 199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중반 회복의 기회도 있었지만 아시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대지진 등으로 아직까지 제대로 불황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일본식 장기 불황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미국의 대외정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정치권의 무능, 버블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통화정책, 부동산 부실 채권 처리 지연, 2000년 초 섣부른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 재둔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경기 회복기에 발생한 아시아 금융위기 등 대외 악재와 엔고에 따른 기업들의 해외 이전, 디플레이션에 따른 현금 선호, 일본의 종신 고용제도와 노령화 등도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김재우 대표는 한국경제 역시 일본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급격한 인구 노령화와 유사한 산업구조, 부동산 가격 하락 등도 특히나 판박이”라며 “반면 차이점도 있다. 우선 산업구조 측면에서 일본은 수출도 많이 하지만 내수 중심인 반면 한국 경제는 수출 중심이다. 부동산 버블의 크기 역시 일본과 많은 차이가 있다. 부동산 버블을 줄이기 위한 선제적 대응 역시 비교된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차이는 한국 경제는 일본 장기 불황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일본식 장기 불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다행히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더 강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기업들은 세계 가전 시장을 석권하고 있을 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자동차 조선, 기계 등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으며, 한류 덕분에 엔터테인먼트, 차, 화장품, 음식료 등 소비재 산업까지 해외진출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결국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끊임없이 혁신과 도전을 해온 우리 기업들이 있다는 점에서 일본식 장기 불황을 탈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최근 투자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역시 저금리다. 저금리는 돈으로 돈을 만드는 비용이 그만큼 덜 든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한국 경제와 기업의 미래를 믿는다면 적절한 수준의 투자 위험을 감수하면서 자산 관리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급속한 노령화도 당장 위험요인은 아니다. 더디긴 하지만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역시 큰 도전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국가의 정책 결정이 잃어버린 10년 뿐 아니라 지금도 어두운 터널에 있듯, 지금 아베 정군도 ‘아베노믹스’라 하여 잃어버린 지난날을 한 번에 돌리겠다 하나, 자칫 잘못하면 더 큰 터널로 이동하지 말란 법도 없다”며 “이 모든 결정과 방법을 반면교사로 삼아 국가 뿐 아니라 사회경제, 각 직장경제 내지는 가정경제에도 좋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적 완화의 조기종결에 대하여
미연방제도 이사회(Fed)의 양적 완화 중단이 몰고 올 수 있는 파장을 생각해야 할 때다. 김재우 대표는 “1994년의 ‘악몽’을 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시 글로벌 시장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다. 지금 미연방제도이사회(Fed)가 가까운 장래에 출구 전략을 택하는 것은 신흥국들에게는 중대한 위험(major risk)이다. 1994년의 악몽을 우리 모두 겪었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런 경험은 다신ㄴ 글로벌 시장에 없어야 한다. 1994년 미국은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늘였던 시기다. 그해 Fed는 과거 3년간 3%대로 묶어 둔 기준금리를 이듬해 2월까지 6%대로 두 배나 올렸다.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자 투자자들은 미국채를 대거 내다 팔아치웠다. 30년물 국채 가격은 1년간 24%나 폭락했다. 미국도 타격을 입었지만 주변국에 미친 후폭풍이 훨씬 더 컸다. 멕시코의 경우 국채 투매 현상으로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이런 데킬라 위기가 바로 1994년의 악몽이다. 당시 멕시코에서 발생한 통화 위기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으로 파급되며 ‘데킬라 효과(tequila effect)’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당시 채권자들이 “독한 멕시코 데킬라에 이웃나라들이 모두 취한 것처럼 경제 위기가 파급된다”고 말한데서 유래된 말이다. 1994년 악몽에 또다시 관심이 모이는 것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들의 여건이 당시의 멕시코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Fed가 양적 완화를 중단하면 신흥국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 넘쳐나는 글로벌 유동성의 수혜를 입는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이는 신흥국의 채권과 주식 가격의 폭락으로 이어져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의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까지 열어두어야 한다. 이에 대한 해법은 무엇이 있을까? 김재우 대표는 “여러 가지 해법이 있을 수 있으나 우선 신용정책 강화와 글로벌 정책 공조를 통해 유동성 축소를 신용정책을 통해 경기 둔화와 금융 불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1순위로 두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신용정책이란 발권력을 바탕으로 특정 부분에 자금을 공급하는 정책 수단으로 나라 전체에 영향을 주는 금리 결정 등 통화정책과는 구분된다. 김 대표는 “Fed는 데킬라 효과라는 신조어가 다시 망령되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며 “글로벌 유동성 사이클에 대응하는 개별구가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을 고려할 때 국제공저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고 피력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