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핵심요소는 국민 투표이다. 민주주의 제도를 어떻게 정의하든 간에 가장 본질적인 요소는 국가의 최고 통치자를 국민이 직접 선거를 통해 뽑는 국민의 참정권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만일 국가 최고 권력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만 제대로 시행될 수 있다면  그 밖의 다른 측면에서는 자연적으로 ‘민주’라고 하는 진보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 직선제를 택하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은 민주국가임이 분명하다. 

▲ 경기대 국제대학 유영옥 학장

과거 왜곡된 학생 민주화 운동과 좌편향 된 정권의 묵인으로 전교조와 같은 친북성향의 단체들의 활동이 커지면서 현재 우리나라에는 북한의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란 국호에서 정의된 개념의 민주주의를 ‘진정한 민주주의’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위험한 가치관의 혼란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민주주의는 ‘북한화’와 ‘공산화’를 의미할 수는 있지만, 최고 통치자의 자리가 국민의 선거에 의한 자유로운 의사표현도 없이 단지 그 아들이라는 이유로 대를 이른 ‘민족의 령도자’로 지칭되며 권력이 세습되는 체제를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1948년 건국 당시 대통령 간선제를 채택하고 있었던 우리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출범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당시의 상황은 모두가 빨리 정부를 수립해야만 한다는 강박감을 지니고 있는 상태여서 대통령을 국회에서 간접선거로 뽑는 비교적 빠르고 사회적 비용이 적게 소요되는 방법을 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승만은 최고 통치자가 국민에게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결국 대통령 직선제를 이 땅에 실현시켰다.
  당시 이승만은 오랫동안 외국 생활을 했기 때문에 국내 지지기반이 약했고, 대통령으로서의 이승만의 지위도 그러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의 6.25남침으로 국가가 대혼란에 빠지면서 이승만의 입지는 더욱 더 어려워졌다. 이승만을 비판하는 세력들이 주장하는 대로 만일 그가 진짜 독재자였다면 이러한 상태에서는 아예 선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6.25전쟁 중이었으므로 국가 비상사태를 이유로 얼마든지 선거를 취소하거나 뒤로 미룰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평생을 이 땅에 ‘민주주의 체제를 확립하는 것’을 소명으로 삼고 투쟁해온 이승만은 그러한 상황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한편 그 과정은 쉽지 않았고, 물리적 공권력이 대두된 ‘부산정치파동’이 발생되기도 해 지금까지도 이승만을 비판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보다 넓은 시각으로 보았을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 이승만의 민주주의 정치에 대한 굽힘 없는 의지였고, 결국 행정부의 개헌안과 국회의 개헌안 가운데서 필요한 부분들을 골라 절충안으로 만들어진 이른바 ‘발췌 개헌안’을 1952년 통과시킴으로서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하게 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이다.  

즉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간선제 보다는, 직선제의 방향은 옳은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의 국회의원들이 이승만의 강경조치에도 불구하고 발췌개헌안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만일 그 때의 국회의원들이 소신을 가지고 끝까지 버텼더라면 대통령 직선제는 통과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왜냐하면 6.25전쟁을 조속히 마무리 짓고 싶었던 미국이 국회의 간선제를 지지하였으며, 이후 미국과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대담한 ‘반공포로석방’, ‘한·미 상호방위조약체결’ 등의 일련의 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이승만은 미국이 쉽게 다룰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고, 그것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미국은 그를 제거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권을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에 더 가깝다는 그의 주장은 이견의 여지가 없었고, 결국 그것을 실현해 낸 것이었다.
  또한 12년간에 걸친 이승만의 통치기간 동안 한 번도 헌법 기능을 정지시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땅에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려 노력했던 그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도 매끄럽지만은 못했다. 1954년 이른바 ‘4사5입’ 개헌, 1958년 ‘24 보안법 파동’과 같은 무리수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이승만이 대통령으로 있었던 기간 동안 한 번도 국회가 해산되거나 선거가 중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전쟁 중이었음에도, 또 1954년의 국회의원 선거를 제외하고 모든 선거가 이승만에게는 불리한 것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는 해당 년도에 꼬박꼬박 치러졌다. 물론 그 때까지 시민의식의 미성숙과 권력을 탐하는 기득권자들로 인해 ‘관권선거’, ‘부정선거’라는 오점이 남기는 했지만 그나마 ‘자유선거의 기본 원칙’이 지켜졌기 때문에, 혁신계 정치인 조봉암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고, 야당인 민주당의 장면이 여당인 자유당의 이기붕을 제치고 부통령에 당선되기도 했던 것이다.
  대한민국이 이룬 건국과 번영은 100년에 걸친 전체주의와의 투쟁결과였다. 우리 민족의 독립은 일본 군국주의라는 전체주의의 극복으로 가능했고 대한민국의 탄생과 존속은 공산주의라는 전체주의를 막아냄으로서 가능했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는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진 개인숭배적 전체주의와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우리가 싸워온 전체주의와의 투쟁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 확립과 성숙을 향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사적으로 빛나는 성공 모델이 된 대한민국 민주화와 근대화의 출발은 바로 이승만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건국에서 시작된 것이다.
  우리 민족사에 과연 언제 봉건 왕조체제가 폐지되었는가, 또 언제 국민주권에 따른 근대적 민주공화제가 시작되었는가를 되새겨 보면 대한민국 건국이 얼마나 위대한 민주혁명이었는가를 알 수 있다. 이것은 다른 나라에서 몇 백 년에 걸쳐 의회민주주의제도가 확립되어졌던 점, 그리고 미국도 흑인에 대한 실질적 투표권이 1965년 전후에야, 또 스위스조차 여성투표권을 1971년에 주었던 사실과 비교해 볼 때 더욱 명백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높은 문맹율과 낮은 경제수준, 그리고 대륙으로부터 덮쳐오는 공산주의의 침략과 안보위협에도 불구하고 보통 선거권에 따른 정기적 선거를 끊임없이 이어갔던 것이다. 더구나 법치주의에 의한 기본인권보장과 함께 인권의 근간인 재산권이 확고히 보장될 뿐만 아니라, 복수정당제가 도입되면서 국민들이 정치세력을 선택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시대를 연 것이다. 즉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은 새로운 독립국가의 건설을 넘어서 우리 민족사에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실로 혁명적 민주주의체제의 출발이었던 것이다. 흔히 ‘한국의 민주화’ 하면 1960년 4·19 혁명과 1980년 5·18, 1987년 6·10을 기억한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이러한 정치적 격변을 통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성숙해지기는 했어도 1948년 건국과 같이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시대로 비약하게 만든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 민족사에 있어 가장 대표적인 민주주의 혁명은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우리의 민주혁명이 얼마나 위대한 것이었는가는 ‘인민민주주의’를 내걸고 동시에 출발했던 북한의 현재 상황과, 계속된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안보위협도 없는 중국이 아직도 공산당 독점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등 60년 전 한국이 이룩한 기초적 민주주의의 수준조차 흉내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우리 대한민국은 가장 악조건 속에서 모든 민주주의 선진국이 겪었던 경험과 시행착오를 가장 압축적으로 극복해가며 세계사 속에 민주주의의 이정표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에 기반을 둔 사회경제적 번영과 맞물리면서 오늘날의 민주주의 성숙되어 온 것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의 중심에 이승만 대통령이 있었음은 아무리 그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다 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승만은 청년기에 자신이 주장했던 개혁사상을 초지일관 유지한 보기 드문 신념의 인물이다. 겨우 20대 홍안의 나이에 세웠던 자유, 평등, 민주주의, 법치주의 등의 정치이념과 그에 근거한 민주공화국 건설이라는 포부가 40여 년간 지속된 해외 망명생활과 독립활동  중에도 변하지 않았고 결국 이루어 낸 역사적 인물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건국 대통령 이승만이 민족사에 지니는 위치와 그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민주주의의 가치를 잊지 말아야 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