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4월 8일 북측 근로자 5만3000여명을 출근시키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개성공단의 공장 가동을 중단시켰다. 북한이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 가동을 잠정 중단함으로써 개성공단은 가동 9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장정미 기자 haiyap@

현재 개성공단에는 섬유와 기계, 금속 등 123개 기업이 가동 중이다. 2004년 개성공단 시범단지에 15개 기업을 시작으로, 지난 9년 동안 남북관계의 부침 속에도 가동기업이 8배 정도 늘어났다. 개성공단의 연간 생산액은 지난해 기준 4억6천950만달러. 2005년 1천490만6천달러를 기록하고 나서 불과 7년 만에 40배 이상 커졌다. 국내에서 고임금과 인력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성공단은 새로운 희망으로 자리 잡았다. 개성공단은 북한 주민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4년 10월 55명의 북한 근로자가 처음으로 개성공단에 고용됐고, 7년이 흐른 지난해 북한 근로자는 5만 명을 넘어섰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09년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투자기업 등 남측의 피해가 1조3천600억원이될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경제적 측면도 그렇지만 정치와 사회적으로 개성공단은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개성공단은 남북통일의 최대 보루로서 통일을 실험하는 공간이자 한반도의 평화분위기를 조성하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5월 3일 개성공단 마지막 잔류 인원 귀환
개성공단에 마지막으로 잔류했던 홍양호 개성공단관리위원장 등 7명은 지난 5월 3일 오후 7시15분쯤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귀환했다. 홍 위원장은 “염려해주신 덕분에 7명 전원이 무사히 귀환할 수 있게 됐다”며 “귀환 과정을 적극적으로 도와준 정부와 입주기업 및 관계자 모두에게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루 빨리 우리 모두 함께 일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다”며 “특별한 이유는 아니고 절차가 조금 늦어져서 예상시각보다 늦게 귀환했다”고 덧붙였다. 홍 위원장은 “입주기업에 관계자에게 여러 의견을 받아서 안전장치를 해놓고 나왔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협상 과정 등에서 거듭 북측에 말했고 여러 채널을 통해 협의하리라 기대한다”고도 했다. 당초 홍 위원장 등 7명은 이날 오후 5시30분께 남측으로 전원 귀환할 예정이었다. 북한 측의 행정절차가 늦어지면서 입경 시각은 예상보다 약 1시간 반가량 지연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북측이 근로자 임금 미수금 정산 등을 제기해와서 그동안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북한 측과 실무적 협의를 진행해왔다”며 “양측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됨에 따라 이날 오후 5시30분경 잔류인원 7명 전원이 오늘(3일) 귀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후의 7인은 모두 무사 귀환했지만 구체적인 협상 내용 등은 함구했다. 홍 위원장은 “협상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실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알아볼 게 있고 입장 차이가 있다”며 “(견해차가 있는) 내용은 정부가 나중에 자세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 측은 북한 노동자에게 지급할 미수금 등을 전달하기 위해 김호년 개성공단관리위원회 부위원장 등 5명과 현금 수송차량 2대가 북측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김 부위원장 등 5명은 북측에 미지급금 전달을 마치는 대로 즉시 귀환할 예정이다.

개성공단 정상화의 돌파구 마련 가능한가
개성공단 남측 인원 철수 완료 이후 잠정 중단 상태에 놓인 개성공단이 정상화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 5월 3일 북측 근로자 임금 등과 관련한 실무협의를 일부 마무리하고 개성공단에 남아 있던 ‘최후의 7인’을 철수시키면서 입주 기업의 원·부자재 반출 등을 위한 후속 협의를 요구했지만 북한은 5월 5일까지 달라진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개성공단의 운명은 남측의 태도 여하에 달렸다며 “모든 적대 행위와 군사적 도발을 중지하는 조치부터 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로 여기에 차단된 통행이 열리고 끊어진 통신이 회복되며 공업지구 운영이 정상화되는 길이 있다”고도 했다. 북한의 이런 주장은 북한 의제가 다뤄진 5월7일 한·미 정상회담이 끝나고 관련한 후속 협의가 이뤄질 때까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 전에 판문점 채널 또는 군 통신선이 재가동되고 후속 협의가 이뤄져 원·부자재 반출을 위해 100~200명이 개성공단을 오가게 된다면 개성공단 통행 차단이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듯한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실무협의에서 북한이 우리 측의 원·부자재 반출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통행 재개로 비칠 수 있는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10일 전후 시작된 한·미 연합 해상훈련도 변수 중 하나였다. 훈련에는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호’(9만 7000t급)도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은 “(5월)10일쯤에는 새로운 해상합동훈련을 구실로 핵탄을 적재한 니미츠호 항공모함 타격 집단이 부산항에 들이닥치게 된다고 하며, 8월 강행될 보다 확대된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도 벌써 본격적인 준비단계에 진입하였다고 한다”면서 “바로 이것이 개성공업지구를 완전 폐쇄의 위기에 몰아넣은 주범들이 실제 취하고 있는 대결과 전쟁 소동의 단면”이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한반도 상황은 유동적이지만, 북한도 개성공단을 완전히 폐쇄할 생각이 없는 데다 미정산된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4월 임금 120만 달러(약 13억원)를 마저 받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후속 협의를 오래 미루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시간은 걸리겠지만, 남측에는 국민 세금 문제가, 북측에는 근로자 5만명의 생계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개성공단을 매개로 남북 대화가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 설비점검팀 방북 허용 촉구
개성공단 중단 사태가 두 달 째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이 전기 등 설비 점검팀의 방북을 허용해 달라고 촉구했다. 홍양호 개성공단관리위원장 등 개성공단 체류 최후의 7인 귀환 이후 완전히 단절된 남북 간 대화채널 재가동을 위한 실무적 차원의 접근법으로 해석된다.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는 지난 5월 12일 정부에 개성공단 내 설비점검과 유지보수를 위한 필수적인 설비점검팀의 방북을 조속히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협회 관계자는 “점점 날씨가 더워지고 습도가 올라가고 있어 금형 및 정밀기계 등의 부식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주기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설비들에 대한 점검을 위해 설비점검팀의 방북을 허용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업체들의 방북 신청이 공식 접수되는 대로 내부적으로 검토에 착수할 것”이라며 “북측의 승인 여부가 관건”이라고 답했다. 개성공단에서 미처 가져오지 못한 원·부자재와 완제품의 반출 협의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설비점검팀 방북 요청건은 사실 부차적인 문제로 여겨진다. 하지만 6월부터 본격화되는 장마철, 무더위 등의 계절적인 요소들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요청이 현재 중단된 남북 간 개성공단 협의채널을 자연스럽게 재가동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5월 3일 홍양호 개성공단관리위원장 등 7명은 북측과 실무협의를 타결짓고 북측이 요구한 4월분 임금과 우리 측의 요구사항인 원·부자재, 완제품 반출을 추가적으로 협의하기 위해 지난 3월 북측이 일방적으로 단절한 판문점 연락채널과 군통신선 재개를 제안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북측은 판문점 채널이나 군통신선을 통해 우리 측에 먼저 연락을 취하지 않고 있다. 당장 이번 설비 점검팀의 방북 승인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우리 측이 먼저 북측에 신호를 보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데다 중국의 대북 압박기조가 예상보다 거센 만큼 북측이 전술적으로 대화공세로 접어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 한 당국자는 “한·미 정상회담의 비핵화 원칙에 반발하는 방안, 전술적으로 변화하는 것, 비핵화 등 3가지 반응이 나올 수 있으며, 시기적으론 반발하는 방안이 우선이나 어떤 계기를 잡고 북측이 먼저 남북 간 대화를 제의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개성공단 단기유동성 지원에 1조원 투입
개성공단 가동이 두 달 가까이 잠정 중단된 가운데 입주기업들의 정부 지원책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긴급 유동성 지원을 위해 1단계로 모두 3,000억원 규모의 운전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권도 최대 7,000억원의 긴급자금을 수혈해줄 계획이어서 개성공단 단기유동성 지원에 1조원이 투입되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금융지원이 전부 대출인데다, 보험보상도 자신들이 낸 보험료를 기반으로 한 것이어서 실질적인 지원은 없다는 불만이 높다. 개성공단 입주업체인 한 전자부품제조업체의 유병기 대표는 개성공단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무려 80억원이 넘는 손해를 봤다. 유씨는  “정부 대책에 문제가 많다”며 “대책 내놓는 것도 기업의 피해 상황 등을 확인도 해보고 내야지 책상에 앉아 얼마 해주겠다 이건 립서비스만 하는 거다. 실질적으로 기업이 무엇이 필요로 한지 얼마가 필요한지는 기업들이랑 대화해서 결정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른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평화제화 고문중 대표도 “100억 투자해서 100억 손해봤는데 50억, 10억을 빌려주겠다고 한다”며 “이 돈을 나중에 다 갚아야 하는데 이건 보상이 되는게 아니"라면서 "돈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 보상해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수천억원을 지원한다고 해봤자 결국 빚을 내라는 얘기여서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 한편 금융권이 개성공단 철수로 조업이 중단된 입주 업체를 위해 정부와 별도로 최대 7천억원을 지원한다. 1조6천억원에 달하는 대출액도 전액 만기 연장해준다. 5월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남북 관계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는 개성공단 입주업체 지원을 위해 시중 은행, 저축은행, 보험, 카드사 등에 긴급 운영 자금 지원 및 대출 만기 전면 연장을 요청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개성공단 입주업체에 대한 금융권의 특별 배려가 필요하다며 전폭적인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개성공단 입주업체의 경우 정치적인 특수 문제가 결부돼 있어 금융권에 자금 지원과 더불어 대출 만기 시 무조건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금융사들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1일 개성공단 입주업체 지원을 위해 ‘정책금융공사 온렌딩’ 1천억원, ‘중소기업창업 및 진흥기금’ 1천억원, ‘남북협력기금 특별대출’ 630억원,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특례보증’ 369억원을 이용해 1단계로 3천억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권도 개성공단 철수로 어려움을 겪는 업체에 최대 7천억원의 긴급 자금을 수혈해줄 계획이다. 정부의 정책 금융과 금융권 지원까지 합치면 개성공단 단기 유동성 지원에만 최대 1조원이 투입되는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각각 1천억원, 수출입은행이 최대 3천억원, 나머지 시중은행과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대부업체, 보험사 등이 2천여억원 수준이다. 시중은행은 개성공단 입주 업체당 5억원 한도에서 긴급 자금을 지원한다. 자금 경색에 빠진 개성공단 입주업체는 기존 거래은행에 경영안정자금을 신청하면 된다. 갑작스런 도산 사태를 막고자 대출액 상환도 모두 연장된다. 개성공단 입주업체가 금융사에 빌린 돈만 1조6천여억원에 달한다. 만기가 도래한 금액만 수천억원에 달하는데 이번 조치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개성공단 입주업체의 여신만 1조5천여억원에 달하는데 기존 여신의 만기를 연장하고 분할 상환 대출금의 상환도 미뤄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가 조업 중단으로 신용도가 떨어졌다며 대출금리를 올리는 행위도 금지된다. 금융감독 당국은 최근 금융사들에 개성공단 입주업체는 신용도 하락 시에도 대출금리 상향 조정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등은 한발 더 나아가 개성공단 입주업체에 대출금리를 1% 포인트 추가 우대해주기로 했다.

개성공단의 잠정폐쇄 장기화 가능성 높아
지난 5월 3일 우리측 근로자들이 완전히 철수하며 개성공단은 공장과 장비는 남아 있지만, 이를 가동할 남북한 직원들이 모두 빠져버린 상태다. 남북한은 모두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개성공단 사태 책임소재에서의 간극은 좁히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에 대한 책임을 인정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는 것은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 모두의 대체적인 견해다. 때문에 개성공단의 잠정폐쇄 장기화는 불가피하다는 인식은 이미 정부 내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에서도 사실상 개성공단 완전폐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일련의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어 주목된다. 일본의 아사히 신문은 중국 선양(瀋陽)발로 중국의 당국자를 인용, “북한의 지방 고위관계자가 4월 중순 중국 단둥(丹東)시를 방문해 중국에 파견하는 북한 근로자를 늘리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개성공단이 잠정폐쇄되면서 일자리를 잃은 북측 근로자 인력을 중국으로 보내려 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보도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북한이 내부 노동인력을 해외로 보내 외화를 벌어왔다는 측면에서 개연성은 있다”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북한이 공단 정상화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을 경우, 공식적인 정책차원이 아니더라도 일부 지방정부 차원에서 개성공단 인력의 해외 파견 가능성을 타진했을 여지도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의 외교소식통은 “개성공단 문제로 남북한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개성공단 인력의 파견을 공식적인 정책차원에서 시도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며 “다만 북한의 하위 조직에서 중국에 개성공단 직원들을 받아달라는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기간 내 공단 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공단 인력을 다른 곳으로 ‘재배치’해야 한다는 실무적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한 것이다. 이와 관련 북한이 이미 공단 직원 가운데 개성시가 아닌 타 지역 출신 인력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북측 공단 인력 조직이 사실상 해체 징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개성공단 파행 장기화를 각오하고 있는 것은 우리측에서도 드러난다. 류길재 통일부장관은 지난 5월 8일 이와 관련, “북한의 부당한 조치가 철회돼야 하고 재발방지에 대한 북측의 책임 있는 입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회의에 참석해 “개성공단은 남북관계가 예측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관계가 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시금석”이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고 민현주 당 대변인이 전했다. 류 장관은 특히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강조, 정부가 북측에 제의한 당국간 실무회담에 대해 “북측이 언제든 전화만 들면 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피해대책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협력업체 지원대책도 살피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기조 하에서 ‘튼튼한 안보를 토대로 북한과 대화·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실제로 잠정폐쇄된 개성공단 중단 사태가 장기화할 징후들이 최근 남북한 모두에서 감지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을 방문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5월 7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개성공단과 관련된 남북 합의를 깨 국제사회에 신뢰할만한 투자처가 못 된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핵무력 건설과 함께 내세운 경제건설을 위한 투자를 어렵게 만들었다며 이미 스스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대가’의 구체적인 의미를 묻는 질문에 박 대통령은 “북한이 대가를 치러야 되는 것은 군사적 문제뿐 아니라 개성공단 같이 북과 남이 서로 합의했는데 하루아침에 물거품같이 무시해버렸을 때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이날 한미정상회담에서 발신된 대북 메시지가 북한의 태도 변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대화할 수 없다는 강경한 분위기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이 흐름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 정경분리 차원에서 따로 대응하지 않고, 남북 간 정치외교의 큰 틀 안에서 대응해야 할 문제로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차원은 다르지만 북핵문제와 같이 개성공단 사태도 북한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가 없는 상태에선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물론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양측이 대화 필요성에 공감할 경우 개성공단 정상화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정부 관계자는 “협상이라고 하는 것은 극한까지 갔을 때 단번에 풀리는 측면도 있다”며 “지금은 아직까지 양측이 개성공단을 두고 기싸움을 하고 있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잠정폐쇄, 대북정책에 활로 터줄 것
북한의 갑작스런 통행제한 조치로 개성공단이 잠정폐쇄되면서 남북관계가 위기를 맞았으나 일각에서는 이 문제가 오히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활로를 터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박근혜 대통령의 첫 방미를 계기로 지난 5월 2일(현지시간) 개최한 언론 브리핑에서 빅터 차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국장은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과 관련해 북한으로부터 어떤 것이든 단 하나의 약속만 받아내도 정치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금 한국에서는 모든 시선이 개성공단에 집중돼 있다”면서 “북한이 양보가 아니더라도 개성공단과 관련해서 어떤 변화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되는 징후가 있으면 (대화의) 창이 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이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 논의하자는 얘기만 꺼내도 박근혜 행정부로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빅터 차 전 국장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오바마 행정부의 이른바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는 외교적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의미로, 특별한 정책이 없다”면서 “박 대통령이 이번 방미기간에 비공식적으로 내놓을 대북정책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니다”면서 “대북정책에서 현재 한·미간 문제는 없고, 특히 남북대화가 북미대화나 북핵 6자회담의 전제 조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클 그린 CSIS 연구원은 “북한이 개성공단 위기를 몰고 가는 것은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의 징후로도 해석될 수도 있다”면서 “또 한·미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과 기자회견 내용 등을 보고 미사일 발사 등으로 반응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과거사를 둘러싼 한·일 외교갈등에 대해 “미국은 이에 개입하길 원하지 않기 때문에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서 “할 수 있는 말은 ‘한·일 협력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정도”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침략 발언에 대한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비판 사설에 대해 “WP와 WSJ이 일본에 호의적인 논조를 보여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 정부로서는 충격적일 것”이라면서 “이는 일종의 ‘경고사격’(Warning Shot)인 셈”이라고 평가했다. 매튜 굿먼 CSIS 연구원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통상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평가와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가 등의 주요 의제로 예상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TPP 협상 참여에 대해 진전된 입장을 내놓을 수도 있지만 정치적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국회 논의, 한·중 FTA, 일본의 TPP 협상 참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