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역사 속에서 공동체 그 자체를 존재를 지키고자 한 숨겨진 수많은 영웅들이 존재했기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갖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우리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제 과거 우리의 역사 속에서 숨겨진 영웅들을 재평가해야 할 때다.

황태일 기자 hti@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한반도는 과거 수많은 외침을 받아야 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삼포왜란, 임진왜란, 정묘호란, 병자호란이라 일컬어지는 큰 전쟁을 네 번이나 겪어야 했다. 조선시대 4대 전쟁 중 온전한 우리의 힘으로 이긴 전쟁은 삼포왜란뿐이다. 성웅 이순신이 활약했던 임진왜란 역시 원군(명나라)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삼포왜란 승리로 이끈 민족영웅 ‘황형 장군’

▲ 황필주 회장

역사에서 임진왜란 하면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이 탁 떠오르지만 삼포왜란을 승리로 이끈 장무공 황형 장군에 대해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에 황필주 황형장군사적보전위원회장은 황형 장군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선은 건국 후 국방 문제를 감안, 무질서하게 입국하는 왜인들을 통제하기 위해 부산포와 내이포, 염포 등 삼포를 개항하고 왜관(倭館)을 설치, 교역 또는 접대의 장소로 삼았다.

조선에서는 이 삼포에 한하여 일본 무역선의 내왕을 허락하였다. 그리고 무역과 어로가 끝나면 곧 돌아가게 하되, 항거왜인(恒居倭人)이라 하여 거류한 지 오래된 자 60명만을 잠시 잔류할 것을 허락하였다. 그러나 왜인들은 이를 지키지 않고 계속 삼포에 들어와 거류했으며, 그 수가 해마다 증가하여 커다란 정치적·사회적 문제로 제기되었다. 그러다 1510년 4월, 제포의 항거왜추(恒居倭酋)인 오바리시와 야쓰코 등이 대마도주의 아들 소를 대장으로 삼아 4,000∼5,000의 난도들을 이끌고 부산을 공격하여 첨사 이우증을 살해했다. 또, 제포를 공격, 첨사 김세균을 납치한 뒤 웅천과 동래를 포위, 공격하여 삼포왜란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에 조정에서는 황형 장군을 삼포로 보내 이들을 진압하게 하였다.

그 결과 소는 피살되고 삼포 거류의 왜인들은 모두 대마도로 도주하여 난은 평정되었다. 이렇듯 삼포왜란은 온전히 우리만의 힘으로 얻은 승리이기에 더욱 그 의미가 남다른 전쟁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황형 장군의 공로는 우리에게 전해지는 바가 없다. 때문에 황형 장군을 기리는 장무사 역시 500여 년 동안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 있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러다 강화산업단지 개발로 인해 장무사 입구를 횡단하는 도로 개설 계획이 발표되면서 황형 장군의 사적을 보호하려는 황씨 종친회와 관련 단체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국민권익위원회의 중재로 강화산단과의 협력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후 황형 장군의 재평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지난 2015년 4월에는 세계적 명성을 가진 우창훈 화백이 참여한 황형 장군의 새로운 영정이 봉안되었다. 또 중종이 삼포왜란을 이끈 황형 장군에게 하사한 연미정은 1995년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 24호로 지정되었으며, 장무사 등은 2013년 인천광역시 기념물 제 65호로 등록되기도 했다.

역사 교과서에 황형 장군 반영돼야
우연히 ‘충렬공 황일호’ 선생의 이야기를 담은 한 권의 책을 접하고 나서야 자신이 누구의 후손인지 알게 되었다는 황필주 황형장군사적보전위원회장. 병조참지, 좌찬성, 충렬공, 국불천위 등을 지낸 충렬공 황일호 선생은 광해군과 인조 때의 문신으로, 그의 부친은 문민공 추포 황신 선생이며, 고조부가 장무공 황형 장군이다. 자신의 뿌리를 알게 된 황필주 회장은 이후 선조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후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민서희 작가에게 황형 장군을 소개해 <조선 4대 전쟁과 의천검>이라는 책이 출간되기도 했다.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 장군은 역사교과서에 영웅으로 등장하고 그 외 영화, TV, 드라마, 각종 서적이 넘쳐 나지만 조선의 4대 전쟁 중 하나인 삼포왜란을 승리로 이끈 황형 장군에 대한 소개는 현재 거의 전무한 상태다. 때문에 황필주 회장은 황형 장군의 재평가와 함께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가 황형 장군의 사당을 성웅 이순신 장군의 현충사처럼 격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황필주 회장은 “황형 장군은 보수와 진보, 여야, 남북을 막론하고 조선의 피가 흐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존경할 만한 분”이라며 “따라서 역사 교과서에 반영되어야 할 뿐 아니라 반드시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