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폭력배들이 저지르는 각종 범죄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 조폭은 일제 강점기에 태동해 정치깡패, 전국구 범죄 패밀리를 거쳐 기업형 조직, 10대 조직으로 변화하며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이면의 한 축이었다.

▲ 서울지방경찰청 용산경찰서 수사과 조상복 경정

경찰이 최근 대대적인 조직폭력배 소탕에 나섰다. 사법당국의 지속적인 관리와 단속으로 전통적인 조폭들은 대부분 와해됐으나 전국적 조직이 사라진 대신 합법을 가장한 중소규모의 신흥 군소조직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날이 갈수록 조폭수사 어려워”
전통적인 조폭들이 와해된 틈을 타 등장한 신흥 군소조직들은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교묘하게 넘나들며 세를 점차 확장하고 있다. 이들은 합법적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이른바 기업형 조폭들로 성장해 활동 분야 역시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또 합법을 가장해 은밀하게 활동하며 회사자금을 빼돌리거나 주가조작, 부동산 재개발 등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흥 조폭들은 돈이 되는 일이라면 상대조직은 물론 어느 누구와도 손잡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또 범죄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수법을 동원해 사법당국의 감시망을 피하는 등 점차 지능화하고 있다. 이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점차 활동 영역을 넓힐 경우 사법당국의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해 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용산경찰서 수사과의 조상복 경정은 “조폭들이 법망을 피해가기 위해 발 빠르게 변신하는데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권이 사회 전반에서 중요한 가치로 부상했기 때문”이라며 “날이 갈수록 조폭수사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조 경장은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 조폭이 되고, 돈도 많이 벌게 되면서 조폭이 공권력의 머리 위에 올라앉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조폭이 점조직화되고 두목급들은 합법적인 사업가로 위장하고 있어 두목과 부두목, 행동대장, 행동대원, 강령과 목적, 집단 합숙, 탈퇴시 보복 등 법이 정한 기준에 맞는 조폭은 거의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조폭집단을 영웅시하는 TV드라마나 영화가 나오며 어린 행동대원들 사이에서는 ‘감방에 한 번은 갔다 와야 클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 있다. 이는 보다 잔인하고 이유 없는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무척 위험한 상황이다. 조상복 경정은 “조폭 관련 사건들을 담당하며 경찰관들에게는 ‘일 안하면 욕 먹고 정년 채울 수 있지만 열심히 일하다 사고 치면 그냥 날아간다’는 자조 섞인 농담도 들린다”며 “경찰의 꽃이었던 강력반은 이제 기피부서 1위가 되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 30여 년간 수많은 사건 해결하며 특진 거듭
1984년 경찰에 몸을 담은 이후 조상복 경정은 용인대 유도학과 출신으로 유도 6단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그는 동 대학 경찰관리학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등 문무를 겸비한 경찰간부로 정평이 나 있다. 신사동 가방속여인 살인사건 범인검거, 군산조직폭력배 백악관파 행동대장 검거, 유학생 패륜아 한약방 경영 부모살인사건 박한상 검거 등 경찰청 특수수사과와 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등에서 근무하며 수많은 사건을 해결하며 순경으로 경찰생활을 시작한 이래 특진을 거듭한 그에게도 잊지 못할 사건이 있다. 다름 아닌 1991년 전 국민을 경악에 빠뜨렸던 이형호 군 유괴사건이다. 당시 유괴사건 수사팀에 소속되어 현장에서 범인을 추적했던 조 경정은 몇 년 전 이형호군의 유괴사건을 영화화한 <그놈목소리>가 개봉되었을 때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조 경정이 영화에서 형호군 아버지와 함께 다니며 범인을 쫓는 형사의 실제모델이었던 것이다. 영화에서 그려진 그의 모습은 하는 일 없이 차 트렁크에 타고 범인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다가 나체 상태로 발견되고, 돈 봉투를 받는 사람이었다. 조 경정은 “아무리 영화라지만 있지도 않은 얘기를 그려내 경찰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점에서 감독의 의도에 대해 묻고 싶었다”며 “당시 경찰들은 최선을 다했다. 이형호 유괴사건을 수사하며 추운 겨울에 유괴범을 검거하기 위해 형호군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량 트렁크에 들어가 8시간 가량을 타고 다니며 고생했다. 특히 유괴를 당한 형호군 아버지의 심정을 생각하면 아직도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형호 유괴사건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조경복 경정에게는 자신이 매듭짓지 못한 한이 아직도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경복 경정은 “수사형사로만 30년을 보내며 완전범죄는 없다는 신념으로 수사를 해왔다”며 “앞으로도 사건 수사에 총력을 기울여 민중의 지팡이 ‘경찰’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피력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