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까지 뛰놀아도 더 놀고싶어 아쉬움 가득안고 엄마 손에 이끌려 집으로 향했던 그 시절. 나무와 꽃, 흙만 있으면 그 어디라도 놀이터가 되어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맘껏 뛰놀기에 역부족인 도심환경 속에서 TV와 컴퓨터에 익숙해진 현대 유아들에게 ‘몸과 마음, 영혼의 건강을 회복시킬 최고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 수성대학교 유아교육과 겸임교수/가람유치원 홍종원 원장

본지에서는 그 해답을 찾고자, 대구 태전동에 위치한 ‘가람유치원’ 홍종원 원장을 찾았다. 자연 속에서 자유를 느끼는 교육, 제 멋대로의 자유가 아닌 자연과 함께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작은 나무들이 커다란 숲이 되어가는 참교육의 지표를 따라가 보자.

‘생태·숲유치원’ 자율성과 창의성, 자립성을 키우다  
좁은 실내공간과 전자매체에 익숙해져 있는 아이들에게서 체력저하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공격성 등의 행동문제뿐 아니라, 아토피 피부염이나 비만 등의 신체적 질병까지 보여 지고 있다. 몇 년 사이 이뤄지고 있는 ‘숲 유치원’ 확산은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인위적이고 규격화된 교육이 아닌 자연 속에서 자신의 개성과 특성을 깨우치고, 자율성과 창의성, 자립성을 키워나가는 유아교육의 새 장을 연 것이다. 일찍이 생태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온 홍 원장. 유치원 마당에 손수 일군 텃밭은 아이들에게 사계절이 주는 자연의 선물을 직접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오감놀이터가 될 뿐 아니라, 매주 푸르른 자연에서 뛰노는 ‘숲생태체험 프로젝트’는 숲에서만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을 만들어준다. “정해진 공간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활동을 하는 획일화된 교육이 주를 이루는 대한민국의 교육현장을  흔히들 양계장에 비유하곤 합니다. 양계장의 닭처럼 아이들을 모아두기보다는 토종닭처럼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도록 풀어주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최대의 관심 속에서 최소한의 제제만으로 무궁무진한 우리 아이의 잠재력을 일깨우고자 하는 홍 원장의 교육철학은 개개인이 가진 개성과 특성이 사라져가고 있는 오늘날, 자기주도적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학부모들의 바람처럼 ‘세상의 주인은 나”라는 자존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부모와 교사, 유아가 삼위일체 된 교육 지향
18년 전통의 명문 가람유치원은 그 긴 역사가 말해주듯 체계적이고도 질 높은 교육을 펼친다. 우크렐레, 영재과학로봇, 발레 등 창의적인 방과후 교육프로그램뿐 아니라, 요가, 유아축구, 하바 등 다채로운 특기적성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보다 많은 경험 속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더불어 원에 설치된 도자기가마를 활용해 직접 아이들이 흙을 만지고 저마다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도예수업과 원어민교사에게서 즐거운 놀이로 배우는 영어수업은 아이들의 호기심과 학부모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 교육과 보육을 통합한 종일제와 대구시 지정 야간돌봄 전담 유치원으로서 맞벌이 부모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있다.
특히 교육청 주관 ‘부모역량개발프로그램’ 강사로 참여해 유치원 및 초등학교에서 부모교육을 펼치고 있는 홍 원장은 ‘부모와 교사 그리고 유아가 삼위일체 되어야 한다’는 지론을 실천하며, 매년 가람유치원 자체에서도 ‘부모교육 교실’을 개설해 올바른 교육법을 지도하는 한편, 부모서약서 등을 통해 자긍심을 심어주는데 사력을 다한다. “아이들의 자아 존중감 형성에는 부모와 선생님의 말이 결정적입니다. 몸을 낮추고 아이들과 손을 맞잡고 눈을 맞추며 그 말을 들어주고 칭찬하면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은 ‘괜찮은 존재’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칭찬’이 사뭇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일상 속에서 습관화 되지 않는다면 그저 영혼과 의미 없는 말일뿐이에요.” 이곳 교사들이 서로의 칭찬으로 하루를 열 듯, 부모 역시 칭찬하고 격려하는 습관이 선행되어야만 아이들의 장점을 세심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눈과 마음 깊숙이 뿌리내릴 수 있는 말을 전할 수 있다고 강조함과 더불어 ‘꾸지람과 간섭이 아닌, 자유로움 속에서 즉각적인 반응과 칭찬을 보여줄 것’을 당부했다.

‘행복한 아동심리연구소’ 상처받은 이들에게 치유의 손길 나누고파
현재 수성대 유아교육과 겸임교수로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는 홍 원장은 ‘행복한 아동심리연구소’를 운영하는 심리상담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대구대 교육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한 그는 아동뿐 아니라, 부부 심리상담 등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무료심리검사는 물론, 적극적인 상담을 통해 건강한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봉사와 도움의 손길을 전해왔다. 더불어 생태와 숲, 인문서적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토론모임 ‘시루떡’ 회원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렇듯 하루가 25시간이라도 모자랄 바쁜 삶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푸르른 자연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상담을 통해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이 점점 치유되고 변화되는 모습을 보는 것. 그것이 바로 홍 원장의 바쁜 삶의 활력소가 된다. 
최근 아동학대 등 일부 교사들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연신 뉴스에 보도됨에 안타까움을 보이는 그는 ‘어린이집과 달리 유치원은 대학기관에서 체계적인 교육과정 및 실습을 거친 전문교사들이 교육을 펼치는 곳’이라고 강조하며, 일부 어린이집의 잘못된 행동에 모든 유아교육기관의 신뢰가 무너지지 않길 기원했다.
수풀이 우거진 자연에서 해맑게 뛰노는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꿈꾸며, 삶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의 짐을 나누는 그날을 마음 속 깊이 그리는 홍 원장. ‘참된 교육은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배우는 것’이라는 유아교육의 정도(正道)를 지켜나가는 가람유치원에서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웃음소리가 5월의 따스한 햇살보다도 화사하게 새어나온다. 자연이라는 최고의 교사를 만나 ‘보는 자연’이 아닌 ‘만지고 느끼는 자연’ 속에서 미래의 자양분인 아이들의 뿌리 깊은 씨앗이 싹트길 기대해본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