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림 하면 한국전위예술의 선구자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왜 그는 늘 수식어처럼 전위 란 말이 따라 다니는가? 1958년 첫 개인전 이후 화단에 등단하여 줄곳 이상한 사람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성격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남이 생각지 못하는 엉뚱한 것을 먼저 하기 때문이다. 그는 언제나 새로운 것에 몰두하며 일반인 들 뿐만 아니라 화단에서도 깜작 놀랄 일들을 서슴없이 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행위가 전연 엉뚱한 것이 아니라 논리성 있게 주의 주장함으로 인해 주위의 이목을 끌어왔다.

황태일 기자 hti@

▲ 김구림 작가

 그는 화단에서 뿐만 아니라 젊은 나이에 섬유 회사에 입사하여 남보다 빨리 승진하고 간부로 재직하면서도 언제나 새로운 아이디어로서 회사를 더욱 성장시키기도 했다. 당시 그는 여러 회사에서 월급을 많이 주며 서로 데려 가려고 했을 때에 앞으로 돈맛을 보았다가는 작품을 못하게 될 것 같아 어느 날 갑자기 사표를 쓰고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그 이후로는 다시 직업을 갖지 않았다.
 그는 다른 화가들은 붓으로 그림을 그려 작품을 하고 있을 때 대지를 화폭삼아 뚝에 불을 질러 작품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얼음덩어리를 거대한 붉은 보자기에 싸서 작품이라고 주장하다가 주체 측으로 부터 작품을 철거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므로 인해 한국화단에서는 이단아로 불리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또한 한국에서 새로운 예술을 하고자하는 각계각층의 젊은 예술가들을 끌어 모아 새로운 예술그룹 제4집단이라는 거대한 단체를 만들어 전국 단위로 전위예술활동을 벌인다. 심지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명동거리에서 각종 퍼포먼스 등을 벌이면서 기존예술가들에게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그는 정부의 제재를 받고 유치장에 끌려가기도 했으며 그로 인해 작품 활동이 정지되고 형사의 감시 하에 놓이게 되자 결국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제4집단은 해체되기에 이르게 된다
 그는 자기 자신을 시험도 해볼 겸 과연 그러한 것이 작품으로서 타당한 것인가를 증명하기위해 1973년에 홀연히 일본 동경으로 떠난다. 당시 일본화단은 우리나라에 비해 서구문명이 빨리 들어와 새로운 미술운동이 한창 무르익고 있을 시절이었다. 김구림은 홀로 동경화단에 아무도 없는 외로운 처지에서 작품 활동을 하면서 긴자에 있는 ‘시로다 ’화랑에서 개인전을 열게 된다. 그가 개인전에 선보인 작품은 걸레. 삽. 빗자루. 옷걸이. 전등. 등등의 일상용품을 시장에 가서 새것을 사다가 때를 묻혀 헌 것으로 둔갑시켜 오래된 옛날 것 같이 보이게끔 조작해 놓은 것들이었다. 이 개인전으로 일본화단에서 크게 주목을 받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일본 화단의 거물들과 교류를 갖게 되고 미술 평론가들과도 대화를 주고받으며 새로운 미술세계의 실상을 파악하고 또한 새로운 이론을 정립하게 된다. 그리하여 그는 한국에 돌아 왔을 때에는 자신도 모르게 유명한 화가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화단에서는 인정받는 화가로서 발판은 굳혔지만 미술시장에서는 돈이 되지 않는 그림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그는 1녀를 둔 가장으로 부인과 생활하고 있을 시절 어느 날 갑자기 돈을 벌지 못한다는 이유로 집에서 쫓겨나게 되어 처음엔 친한 친구 집으로 전전하다가 나중에는 여관신세를 지게 되어 갈 곳도 없는 처지로 전락하고 만다.
 
이리하여 김구림은 미국 뉴욕 행을 결심하게 된다. 그러지 않아도 언제인가는 세계미술의 중심지인 뉴욕에서 자신을 펼쳐보고자 했던 꿈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뉴욕의 생활은 자신을 세계적으로 유명화가들과 겨룰 수 있는 장이라고 생각할 때 그는 저절로 의욕이 솟는다고 했다. 여러 작가들과 접촉하면서 열심히 작품에만 몰두한 결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부르스 뉴먼과 같은 화가들과도 그룹 전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전시회도 가지게 되었으며 그는 드디어  캘리포니아에 있는 The Modern 미술관으로부터 개인전 초청을 받게 된다. 세계적인 작가 데이빗 호크니를 평소에 존경하고 좋아했던 그가 Modern미술관에서 데이빗 호크니 다음으로 개인전을 같게 된 것이다. 또한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과도 2인전을 갖기도 했다. 이때에 김구림의 인생에서는 새로운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Modern 미술관 전시중 한 여인을 만나 재혼을 하여 가정을 꾸린다. 이때에 1남 1녀를 슬하에 둔다.
 김구림의 작업세계는 한마디로 말하기엔 너무나 광범위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정의를 내릴 수가 없다. 예를 들면 미술 뿐만 아니라 한국최초의 전위영화를 만드는가하면 전위연극 연출을 하기도하며 무용 안무부터 무용의상. 무대 미술 로는 대한민국 무용제에서 무대미술상까지 받은 적도 있다. 믿어지지 않을 만큼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평면과 입체작품. 오부제작품. 판화. 도자. 자수. 바디페인팅. 사진. 비디오. 설치. 대지미술. 퍼포먼스. 메일아트. 현제에 이르기까지 그의 방대한 작업량과 다양한 양식은 한국 미술사에서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기이한 사람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은 현대미술의 이념과 스타일을 독특하게 체화시킨 모더니스트로서의 작가적 삶을 선구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특정한 스타일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기존미술의 진부한 관념과 획일적 사고를 이탈하여 늘 세로운 감수성과 미술에 대한 고정되지 않은 사유를 선보인 작가다. 김구림은 한국 미술사에 있어 가장 전위적 아이콘 중 하나이다. 아방가르드라는 용어는 서양에서 나왔지만 김구림의 작품의 세계는 동양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그는 늘상 현대미술을 알려면 전통을 알아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 제목에는 음양이라는 말을 붙이면서 만물의 근본 원리를 살펴보니 음과 양으로 얽혀 있다.
그는 홍익대학 대학원에서 판화를 강의 하면서 크게 느낀 바 있어 판화콜렉숀이라는 저서도 출간했다. 머지않아 또 다른 저서가 올 가을경에 출간된다.
 그는 77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새벽부터 도시락을 싸서 화실에 나가 종일 작품에 매달려 작업에만 열을 쏟고 있다. 최근 그는 세계적인 미술관 테이트 모던에 한국미술사 이래 최초로 초대되어 젝슨 폴록. 데이비드 호크니. 니키드 생팔. 신디 셔먼. 엔디 워홀. 이브 클라인 등등의 세계미술사에 빛나는 작가들과 함께 작품이 전시되기도 했다. 그 외에 독일 베를린에서도 영상 작품으로 크게 호평 받은 바 있으며 유럽 각 곳에서 그를 주목하고 있다.
 다가오는 7월2일부터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김구림 작가 개인전으로는 최초로 대규모 초대전이 있으며 이때에 외국 유명 미술관 관계자도 관람하러 올 예정으로 국내는 물론 외국까지 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제7회 이인성 미술상을 수상한 이래 지금까지 개인전만 50회를 하였고 단체전은 수백 회에 이른다. 작품 소장처로는 외국의 유수한 미술관으로부터 국내에는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그 외 지방미술관을 위시하여 각 곳에 소장되어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