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

 

▲ 21세기의 허난설헌 예초 정정순

화초밭에는
색색의 꽃이 피어 아름다웠고
장독대에는
맛있는 장이 가득하여 풍요로웠다

 
야트막한 돌담 위로
가시 철망 쳐 있던
그곳에 큰 앵두나무 한 그루
지금도 있을까

어릴 적 뒤뜰이 떠오르면
한복 마고자 입고 계신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난다.
사진 한 장 떠오른다.

흙이 될 때까지
그리운 그 이름
오늘도 부르고 싶은
그리운 그 이름.

비움의 기도

명사십리
명당에 살포시 내려앉은 산사
진리가 항상 그 곳에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는
법당을 찾은 오후

산새도 잠든 첩첩산중에
유서 깊은 사찰
번뇌를 없애는 그 곳에서
도인 인척 부처가 되고 싶은
깊은 산 고요

끝없는 기다림 속에
알 수 없는 그리움
지우고 버려보는
비움의 기도 시간

비우고 버리고 나니 살 수도
다시 채울 수도 없는 사랑
물같이 바람같이 흘러
빈 가슴 가득
다시 채워지는 또 다른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