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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최종본 공개에도 폐지 촉구 목소리 높아
2017년 03월 06일 (월) 21:29:13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교육부가 2018년부터 국·검정 혼용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한다. 지난 1월3일 교육부는 내년부터 국정과 검정교과서 중 학교가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 입법예고하겠다고 밝혔다.

장정미 기자haiyap@

개정안은 국정교과서가 있어도 검정교과서 개발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학교에서는 이 중 하나를 선정 및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1년 안에 민간 출판사가 검정 역사교과서를 만들도록 할 방침이다. 최소 1년 6개월이 소요되는 교과서 개발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는 것이다.

공개된 최종본도 현장검토본과 크게 다르지 않아
지난 1월31일, 교육부가 공개한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에는 핵심 쟁점이었던 대한민국 건국시기 표현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서술 등이 현장검토본 그대로 반영됨에 따라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국정교과서 최종본은 현장 검토본에 비해 760곳이 수정·보완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28일 현장 검토본 공개 이후 접수된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도나 오·탈자 교정, 명백한 오류라는 학계 의견 등을 반영한 게 대부분이다. 논란이 많았던 부분은 골격은 유지한 채 내용만 일부 보충됐다. 특히 친일 행위와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서술을 보완하긴 했지만 논란의 핵심이었던 부분, 예를 들면 대폭 늘어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기술은 거의 그대로다. 박 전 대통령 미화 논란에 휩싸였던 새마을운동에 대해선 성과와 함께 ‘한계점을 지적하는 견해도 있음에 유의한다’는 내용이 추가됐지만, 9쪽에 걸친 서술 분량은 현장검토본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새마을운동에 대해 “관 주도의 의식개혁 운동으로 나아가면서 유신 체제 유지에 이용되었다”는 비판적 서술이 추가됐을 뿐이다.

진재관 국사편찬위원회 편사부장은 “박 대통령 관련 내용은 검토 결과, 공과(功過)가 고르게 들어 있어 분량을 줄이기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신독재와 안보위기의 연계, 5·16 혁명공약 등도 현장검토본그대로 담겼다. 전문가들은 쟁점 사항을 제외하고 최종본이 현장검토본에서 드러난 지도·도표·연표, 사진 설명 등의 단순 오류를 바로잡는 데 그쳤다고 평가했다. 또한 교육부가 크게 수정·보완했다고 밝힌 제주 4·3 사건과 일본군 위안부 부분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세조정에 그치거나 오히려 관련 기술이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제주 4·3 사건은 본문은 그대로 둔 채 각주만 늘렸다”며 “위안부피해자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진(최종본 230쪽, 현장검토본 228쪽)은 오히려 삭제됐고 ‘강제동원된 일본군 위안부’라는 사진설명도 ‘연합군에 발견된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라는 표현으로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최종본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 사실과 일본군에 따른 일본군 위안부 집단 학살 사례를 추가하고 제주 4·3 평화 공원에 안치돼 있는 희생자의 위패 관련 내용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948년 대한민국 수립’ 표현은 유지했다. 1919년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한다는 반론이 많았지만 수용하지 않았다.

한편 교육부는 2015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에 따라 2018학년도부터 적용될 검정교과서 집필기준도 공개했다. 그러나 그동안 비판을 받았던 국정교과서 편찬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아 비판이 거세다. 교육부 관계자는 “중학교 역사와 고교 한국사 검정교과서 집필기준은 2015 개정 교육과정과 국정 도서 편찬기준을 근간으로 ▲친일 청산 ▲대한민국 수립 ▲제주 4·3 사건 ▲새마을 운동 등 현대사 일부 쟁점 내용을 보완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최종본과 편찬심의위원, 검정교과서 집필기준을 발표한데 이어 연구학교 지정과 검정교과서 개발 등의 일정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정교과서 국정화 중단을 촉구하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에서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지난 1월20일 전체회의에서 ‘역사 교과용 도서의 다양성 보장에 관한 특별법(국정교과서 금지법)’을 의결한데 이어 3월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도록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중·고교 교과용 도서 편찬 심의위원 공개
교육부가 지난 1월31일 공개한 중·고교 교과용 도서 편찬 심의위원은 ▲이택휘 전 서울교대 총장(위원장) ▲김호섭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이성규 서울대 명예교수 ▲허동현 경희대 교수 ▲강규형 명지대 교수 ▲정한숙 옥천여중 수석교사 ▲윤춘옥 인천예일고 교사 ▲김명철 서경중학교 교감 ▲황선경 명덕여고 교사 ▲이철문 학부모 ▲김동순 학부모 등 12명이다. 이 가운데 이성규 교수는 교육부가 국·검정교과서 혼용 방침을 발표할 때 곧바로 사퇴했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 허동현 경희대 교수 등은 이른바 ‘뉴라이트’ 성향으로 분류되는 ‘한국현대사학회’ 출신이다. 편찬위원장인 이택휘 전 서울교대 총장과 김호섭 이사장도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역사학계 한 관계자는 “이 전 총장과 김 이사장 모두 전·현직 역사연구기관장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정치학자”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학계 관계자도 “역사학계에서 활동한 적이 없어 전문가가 맡아야 할 한국사 교과서 심의위원으로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중·고교 교과용 도서 편찬 심의위원을 공개한 직후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최종본은 현장검토본에서 지적된 편향된 역사 인식을 그대로 유지한 채 오탈자만 수정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오히려 종전보다 퇴보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은 “위안부에 대해 현장검토본에서 ‘성노예’라고 명확히 표현한 부분이 최종본에선 ‘사실상의 성노예’로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위안부 참상을 보여주는 사진도 최종본에선 더 모호한 사진으로 교체됐다”고 지적했다. 또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트학과 교수도 “현장검토본과 최종본은 본질적으로 전혀 달라지지 않은 ‘박근혜가 만든 박정희 교과서’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편찬심의위원에 대해서도 “예상대로 뉴라이트 일색으로 보수 학자들이 대부분”이라고 꼬집었다. 한상권 덕성여대 사학과 교수(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대표)는 “집필자들이 쓴 내용을 고치고 더하고 빼는 일을 하는 사람이 심의위원”이라며 “결과적으로 뉴라이트 집필자들이 쓴 책을 뉴라이트 인사들이 심의해 교과서 내용이 한 쪽으로 쏠렸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교육부는 기존 검정교과서를 ‘좌편향’이라고 비판했는데 국정교과서 최종본은 오히려 교육의 중립원칙이 더 지켜지지 않은 사례”라고 덧붙였다.

한필협 등 “검정교과서 집필기준 전면 개정” 요구
고등학교 한국사 검정교과서 필자협의회와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지난 2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국정교과서 폐기를 위한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고 고등학교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이 역사교육을 황폐화시킨 교육부의 사과와 검정제도의 정상화를 촉구했다. 한필협 등은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의 잘못을 사과하고, 국정·검정 혼용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며 “역사학계·역사교육학계의 의견을 수렴해 역사과 교육과정과 검정교과서 집필기준을 전면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작년 11월에 공개한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을 760건 고쳤다는 교육부의 발표가 무색하게 지난달 31일 발표한 최종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최신 연구 성과를 도외시하고 한국사와 세계사의 연관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국가와 민족만 앙상하게 강조한 점, 역대 정권의 반민주·반민족적 측면을 은폐하고 재벌을 미화하려 한 점, 반공 반북적인 서술로 일관한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교육부는 국정·검정 혼용정책으로 다시금 역사교육을 황폐화시킬 것”이라면서 “교육부가 향후 검정교과서 심사 과정에서 필히 자신들의 국정교과서와 유사한 내용으로 서술하도록 출판사와 집필자에 수정 지시를 내릴 것이기 때문에 결국 최총본 국정교과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검정교과서를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이들은 “올해 안에 검정교과서의 제작과 검정 심사를 모두 끝내고 2018학년도부터 사용하겠다는 억지는 부실한 검정교과서를 예고하고 있다”며 “교육부의 일정에 따르려면 아무리 늦어도 7월3일까지 본문 집필을 마치고 출판사측에서 본문과 사진, 도판을 배치 편집해 8월3일까지 검정 심사본으로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필자 대부분이 현직 교사와 교수인 점을 감안할 때 학년말인 2월 한달과 학기 중인 3월부터 7월 하순까지 집필하고 수정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제작기간은 통상적인 검정제도로 돌아가 최소 2년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부당한 사태 발생시 법적 조치 강구”
새 학기에 국정 역사교과서를 사용하겠다고 지원한 학교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수의 고교가 신청을 검토하고 있지만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청 마감 사흘 전인 2월7일 현재 연구학교를 신청한 학교는 전국에서 한 곳도 없었다. 앞서 교육부는 중학교 역사와 고교 한국사 국정교과서 최종본을 지난 1월31일 공개하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희망하는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국정교과서를 우선 사용하도록 할 예정이었다. 경북지역 서너 개 고교가 연구학교 신청을 검토하고 있지만 일부 교사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결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교장들은 “고민 중”이라고만 답하고 있다. 이에 교육당국은 일선 학교의 교과서 선택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시도 교육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를 대상으로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월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통해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 과정 운영을 방해하는 등 위법 부당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앞선 1월31일 국정교과서 최종본을 공개하며 연구학교 지정에 반발하는 교육청을 상대로 법적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신중히 하겠다”는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교육부가 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과정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서울, 경기 등 8개 시도교육청은 연구학교 신청 공문을 일선 학교에 아예 전달조차 하지 않았다. 국정 교과서 현장검토본에 이어 최종본에서도 오류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정부가 역사교육 국정화를 통해 일선학교의 교과서 선택의 자율성을 억압하고 있다는 이유다. 교육부가 연구학교 신청기간 연장에 이어 대국민 담화문 발표에도 나서는 등 표면적으로 국정교과서 추진 의지를 내비치고는 있지만 앞으로도 연구학교 신청에 선뜻 나서는 학교는 찾기 힘들 것이라는 게 교육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편 이 부총리의 담화문 발표 직후 각 시·도 교육청과 시민단체들은 강력 반발했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가 혈세를 쏟아부어 엉터리 교과서를 만들어 놓고도 교과서의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읍소와 겁박을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이 부총리는 연구학교 신청을 읍소하며 마치 교육청과 시민단체 외압 때문에 학교가 연구학교 신청을 못하는 것인양 말했는데 국정교과서는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날림·불량 교과서여서 학교 현장에서 외면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교조도 “이 부총리는 연구학교 신청이 외면당한 현실을 덮고 엉뚱하게 담화에서 전교조와 시민단체를 공격했다”며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과 연구학교 운영 포기를 선언하고 교육현장 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성명을 내고 “교육부는 대통령 탄핵으로 이미 사회적 심판을 받은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 사실과 다른 논거를 들어 학교현장과 교육청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교육당국으로서의 자기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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