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는 싸리산을 중심으로 도자기의 원료인 고령토와 백토층이 출토되어 일찍부터 도자기가 발달한 고장으로, 고서인 <동국여지승람>에서는 자기와 도기를 여주의 특산물로 꼽은 바 있다.

황인상 기자 his@

천 년 역사의 오랜 전통을 지닌 도자의 고장 여주의 도자기 명장인 단아 박광천 명장은 투철한 장인 정신으로 묵묵히 한국 전통 도자기의 명맥을 이어왔다. 박광천 명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전통 도자기에 한국인의 자긍심 담다

▲ 박광천 명장

전원도예의 단아 박광천 명장은, 여주군 선정 제3대 도예명장으로, 자신만의 독자적 예술세계를 작품을 통해 펼치는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생명의 근원 쌍태동호, 밤의 제왕 부엉이문 접시, 조선백자 천지호, 포도문호, 호리병 복도깨비, 상감철화화장토 투계, 청화백자 투계, 상감철화화장토 백호민화도용준, 상감철화화장토 십장생, 상감철화화장토 취매도, 백자청화 연문호, 백자투계용준, 백자청화 달마호랑이 등 그의 작품에는 생동감 넘치는 그림들이 한국의 미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특히 상감철화화장토는 박 명장이 수십 년간 연구해 온 소지와 상감, 철토를 사용하여 비색청자와 분청을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오묘함과 백자, 청자, 분청을 한 작품에서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오로지 박 명장만이 빚어낼 수 있는, 또 하나의 도자 장르를 개척한, 전통과 현대를 담은 시공의 역작이다. 한국예술대제전 금상 수상을 시작으로 한국예술문화상, 여주문화상 등을 수상하며 국내 최고의 도예명장으로 자리매김한 박 명장은 우리나라의 전통 도자기를 빚는 도예가로서 갖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누군가 그의 작품을 두고 “동양화적인 미를 표현했다”고 할 손 치면 단칼에 “한국화의 미를 그려냈다”고 일축할 정도다. 박광천 명장은 “저는 동양의 것이 아닌 우리 고유의 소재와 기법에서 풍기는 혼과 열정을 담아왔다”며 “그것이 저의 화가로서, 또한 도예인으로서 내 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자부심은 그의 작업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100개의 작품에서 단 한 점의 작품을 건지기 위해서라면 가차 없이 99개의 작품을 망치로 깨버리는 것도 망설이지 않는다. 아무리 아름답고, 아무리 흠잡을 데가 없다 하더라도 도공의 혼이 스며있지 않으면 그 작품은 불가마를 나오는 순간 생명을 다한다는 이유에서다. 단아 선생은 “도자기에도 사주팔자가 있는 것 같다”면서 “망치를 맞고 깨질 것인지, 아니면 고귀한 자태를 뽐내며 세상 사람들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을지는 가마를 나온 순간 운명이 정해지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그의 영향을 받은 탓일까. 애니메이션학과를 전공했던 그의 장남 수동씨도 최근 부친인 박 명장과 함께 도자기를 빚으며 신세대 도예작가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42년 도예인생 기념하는 진도 전시회 개최
우연히 만난 고향 후배를 통해 인천의 도자기공장인 고암도예에서 4년간 화공으로 일하며 도자기의 매력에 흠뻑 빠진 박광천 명장. 문화재 화공 164호인 이인호 선생의 사사를 받으면서 본격적인 도예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1990년 전원도예를 설립한 이래 우리 조상들의 숨결이 숨 쉬는 전통의 맥을 잇는다는 생각으로 도자기를 만들어 왔다. 최

근 박광천 명장은 지난 42년 도예인생을 기념하는 전시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오는 3월22일부터 26일까지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대한민국 최초의 민속문화예술특구로 지정된 보배섬 진도 초대전으로 열린다. <흙, 불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개최되는 이번 초대전은 박광천 명장의 작품전시를 비롯하여, 백자물레시연 및 체험, 화필기법 시연, 화선지 그림 시연, 달항아리 감상법, 도자기 제작과정 영상물 상영 등의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서예문화 최고위 과정과 서초포럼 SCA최고위 CEO과정을 수료한 박 명장은 한국희망연맹 중앙회부회장직을 맡아 불우이웃돕기 인력봉사 및 사랑의 집 고쳐주기 등의 사회의 어두운 곳에 등불 역할도 해왔다. 또한 로타리클럽 회원으로 장학사업, 소아마비 지원사업 등 20년 간의 지속적인 참봉사 활동을 펼쳐 최근에는 국제로타리클럽 3600지구로부터 ‘개참패’를 수상하기도 했다. “도자기는 수천 년 수만 년의 시간이 흘러도 변함이 없고 제작 당시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박광천 명장. 자신의 인생을 도자기에 담고 여주의 역사를 후세들에게 전설이 아닌 지금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그의 소망이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