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 구입비는 전체 가계 지출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경기 여부와 상관없이, 소득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소득의 20% 가까이 먹는 데 쓴다. 식료품 지출시 가장 큰 고려 사항은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 뿐이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현대인들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되면서 간단히 한 끼를 챙겨 먹더라도 좀 더 건강한 음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화학조미료와 원산지를 알 수 없는 음식 재료들의 홍수 속에서 건강을 생각한 한 끼를 구분하여 내 손으로 직접 챙겨 먹기란 결코 쉽지 않다.

당일조리, 당일배송으로 어머니의 온정 선사

▲ 최영호 대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조리·반(半)조리 반찬을 비롯한 가정 간편식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7000억원에 이어 올해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창업시장내에서도 새로운 유망 아이템으로 반찬 가게가 급부상하는 추세이다. 집밥, 혼밥, 1인 가구는 물론 고령화, 일하는 여성 증가 등 사회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동네마다 반찬 가게가 속속 문을 열고 있다. 하지만 모든 반찬가게가 호황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반찬마루는 ‘반찬 배달전문점’으로, 집 반찬을 콘셉트로 젓갈류를 제외한 모든 메뉴를 수제반찬으로 판매하고 있다. 당일조리, 당일배송이 원칙인 이곳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다양한 집 반찬으로 어머니의 온정을 선사해 반향을 일으키는 중이다. 최영호 반찬마루 대표는 “집밥이 열풍이긴 하지만 직접 재료를 사서 요리를 해먹는 게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냉장고에 재료를 두고 오래도록 썩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요”라며 사업 배경을 밝혔다. 철저한 회원제로 운영되는 반찬마루는 국·찌개·탕류를 비롯해 조림, 볶음, 찜류 등 다양한 밑반찬을 월 단위로 주문을 받는다. 가정에서는 정기적으로 배달되는 반찬마루의 다양한 메뉴를 통해 식재료가 남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영양의 밸런스도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1인 가구를 비롯해 많은 주부들 사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자녀가 직접 인터넷으로 검색 후 반찬마루를 통해 충북지역에 계신 부모님께 반찬 배달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최 대표는 “아이들이 다니던 병원 의사 선생님도 저희 반찬을 이용하시더라고요. 그것도 3년째 단골입니다. 그 사실을 여태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선생님이 보낸 포토문자로 알게 됐어요.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혀 직접 인사하는 사진을 보내주신 거예요. ‘반찬 잘 먹고 있습니다’라는 텍스트와 함께요. 꽤 감동적이었어요”라고 덧붙였다. 반찬마루의 특이한 점은 공장에서 만든 반찬이나 여타의 반찬가게처럼 구체화된 레시피가 없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최영호 대표는 “예전 우리의 어머니들이 해주셨던 집밥처럼 철저하게 ‘손맛’과 재료로 승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선한 식재료를 위한 노력도 남다르다. 상추, 오이, 배추, 파와 같은 기본 식재료는 가게 앞의 텃밭에서 직접 기를 정도다.

건강 생각한 다양한 메뉴 개발에 총력 기울여
올해로 반찬마루를 운영한 지 6년째이지만 최영호 대표는 여전히 메뉴 개발과 영양학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한 달 단위로 구성하는 메뉴 안에 계절마다 제철 반찬을 넣음으로써 메뉴가 중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해가 거듭되면서 자칫 중복된다고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객의 건강까지 장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저염식 개발을 위한 연구도 한창이다. 최영호 대표는 “요즘은 요리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인터넷에 레시피도 많기 때문에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서 반찬으로 낼 수 있는 음식을 연구하고 있습니다”고 덧붙였다. 반찬마루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으면서 최영호 대표의 일상도 더욱 바빠졌다.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상황에서도 최 대표는 지난 4년간 꾸준히 독거노인센터에 반찬을 후원하고, 어린이센터나 학교에도 반찬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도 실천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직지드림플러스센터라는 지역 내 장애복지센터에도 반찬을 후원해 사회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주위를 돌아볼 여유 없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으로 만든 집밥의 온정을 선사하고 있는 최영호 대표. 그는 “맛있는 반찬, 답은 없는 것 같아요. 입맛이란 게 주관적이니까요”라며 “저희 반찬이 맛을 극도로 끌어올렸다고 말할 순 없어요. 대신 가정에 최대한의 편리함을 제공하는 거죠. 한 끼를 위해 신경 쓰는 수고를 대신해주는 서비스. 그렇게 아낀 고객들의 기회비용이 각자 가정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죠”라며 미소를 남겼다. NM